발가락만 꿈틀해도 번개…람보르기니냐, 포르쉐냐 ‘최강 스포츠카’
도전車대車15 포르쉐 911 터보 S vs 람보르기니 테메라리오

글= 김기범 로드테스트 편집장(ceo@roadtest.kr), 사진= 포르쉐 코리아, 람보르기니 코리아
최근 두 브랜드의 고성능 스포츠카를 서로 다른 서킷에서 시승했다. 주인공은 포르쉐 911 터보 S와 람보르기니 테메라리오다. 두 개뿐인 도어와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등의 교집합을 갖는다. 성능과 시작 가격은 꽤 차이 난다. 포르쉐 911 터보 S는 711마력, 3억4270만 원, 람보르기니 테메라리오는 920마력, 4억4828만 원이다.
테메라리오가 209마력 더 강력하고, 1억원 이상 더 비싼 셈이다. 하지만 두 브랜드가 겨눈 과녁은 겹친다. 이급의 차를 원하는 수요 중 일부는 순차 혹은 동시 구매도 가능한 까닭이다. 그래서 고성능 스포츠카 브랜드는 저만의 고유성을 강조한다. 안팎 디자인부터 운전 감각, 소리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따라서 이들은 언뜻 비슷하면서도 굉장히 다르다.

포르쉐는 독일이 자랑하는 스포츠카 회사다. 1931년 슈투트가르트에서 페르디난트 포르쉐가 창업했다. 911은 1963년 데뷔해 지금껏 명맥 잇고 있는 간판 차종. 엔진을 꽁무니에 얹고 뒷바퀴 혹은 네바퀴 굴리는 전통을 고집한다. ‘딱정벌레(비틀)’란 애칭의 소형차가 기술적 뿌리인 까닭이다. 2차 대전 직전 포르쉐가 히틀러의 의뢰로 개발한 국민차였다.
람보르기니는 이탈리아 스포츠카의 자존심. 트랙터 재벌 페루치오 람보르기니가 소유 중이던 페라리의 불량을 따지기 위해 창업자 만났다가 모욕당한 뒤 1963년 창업했다. 1970년 그가 손을 뗀 이후 여러 기업 거치며 표류했다. 1998년 아우디 그룹이 인수해 전성기를 맞았다. 테메라리오는 2024년 나왔다. 가야르도(2003)와 우라칸(2014)의 계보를 잇는다.

포르쉐, 아담한 외형에 괴력 숨긴 모범생
포르쉐 911 터보 S의 스타일은 전형적이다. 63년 전부터 지금까지 윤곽이 오롯이 겹치는 차종은 흔치 않다. 왕방울 같은 눈을 동그마니 뜨고 선 모습만 봐선 꽁무니 깊숙이 감춘 폭력성을 예상하기 어렵다. 과거의 911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지금 세대는 놀랍도록 큰 차다. 반면 처음이라면 연예인 실물로 볼 때처럼 ‘예상보다 아담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911의 실내 분위기는 차분하고 간결하다. 잘 정돈한 사무 공간 보는 듯하다. 구성은 전통적인데 내용은 첨단이다. 가령 계기반은 바늘로 눈금 훑는 방식이지만 100% 디지털 디스플레이다. 변속기 레버는 기계 연결을 전기 신호로 대체해 조막만한 크기로 줄였다. 앙증맞은 뒷좌석은 무료 옵션. ‘실용성을 결코 포기 않겠다’는 포르쉐의 고집이 낳은 결실이다.
람보르기니 테메라리오의 디자인은 극단적이다. 더없이 과감하고 미래지향적이다. 다림질로 펴서 누른 듯 납작하면서 요소요소에 날을 세웠다. 유심히 살펴보면 육각형 패턴이 눈에 띈다. 차체와 측면 공기 흡입구, 테일라이트, 배기 파이프는 물론 앞범퍼 양쪽의 주간 주행등까지 온통 육각형이다. 람보르기니가 1960년대부터 즐겨 쓰고 있는 상징 기호다.

테메라리오는 우라칸보다 차체 길이가 39.5㎝ 넉넉하다. 체급을 바꿀 차이다. 반면 휠베이스는 3.8㎝만 늘었다. 따라서 실내 공간은 비슷하다. 2인승 구성도 변함없다. 람보르기니는 운전자가 전투기 조종사로 빙의하길 원한다. 미사일 쏘듯 빨간 덮개 젖히고 버튼 눌러 거는 시동 방식이 좋은 예다. 실내는 복잡한 주름과 단차 등 기하학적 요소로 가득하다.
과감한 외형에 전투기 조종석 닮은 람보르기니
911 터보 S는 911 시리즈의 정점. 이번 세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변신했다. 엔진은 피스톤 모로 눕힌 수평대향 6기통 3.6L 가솔린 트윈터보. 공간 활용을 꾀한 국민차 설계의 영향이다. 엔진이 마실 공기 압축하는 터보는 배기가스 흐름 대신 전기 모터로 작동한다.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에 원반형 전기 모터도 물렸다. 구동력을 보태고 회생 제동도 맡는다.

엔진과 전기 모터를 합산한 911 터보 S의 시스템 최고출력은 711마력, 최대토크는 81.5㎏·m다. 0→시속 100㎞ 가속 시간은 2.5초. 이전 세대보다 0.2초 더 빠르다. 0→시속 200㎞ 가속도 8.4초 만에 마친다. 최고속도는 시속 322㎞. 한편, 신형 911 터보 S는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를 7분 3.92초만에 달렸다. 이전 모델보다 14초 빠른 기록이다.
테메라리오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별도로 충전이 가능하다. V8 4.0L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과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 사이에 원반형 전기 모터를 넣었다. 나아가 좌우 앞바퀴에 각각 전기 모터를 한 개씩 물렸다. 911 터보 S가 엔진과 전기 모터의 힘을 네 바퀴로 나누는 전통적 사륜구동 방식이지만, 테메라리오는 앞바퀴를 전기 모터로만 굴린다.

시스템 출력은 920마력, 최대토크는 74.4㎏·m. 0→시속 100㎞ 가속은 2.7초로 911 터보 S에 살짝 뒤진다. 반면, 0→시속 200㎞ 가속은 7.3초로 오히려 빠르다. 최고속도도 시속 343㎞로 911 터보 S를 웃돈다. 한편, 911 터보 S와 테메라리오가 전동화로 거듭난 배경은 엄격한 배출가스 규제다. 각각 9.1, 9.4㎞/L의 초현실적(?) 복합연비가 그 방증이다.
발가락만 꿈틀하면 번개처럼 반응하는 911 터보 S
포르쉐 911 매력의 핵심은 운전 감각이다. 드라이버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만들고, 노력한 이상 뿌듯한 성취감에 젖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911은 기본형으로 수렴할수록 오히려 호기심과 도전정신을 자극한다. 소위 ‘밀당’의 달인이다. 하지만 911 터보 S라면 이 모든 과정이 부질없다. 911 최강의 파워와 최고의 장비와 구성을 모조리 챙긴 꼭짓점인 까닭이다.

가·감속과 조향 반응은 빠르고 정확하다. 따라서 조작은 최소한에 그친다. 8단 1200rpm(1분당 엔진 회전수)으로 시속 100㎞를 유지하다가도, 엄지발가락만 꿈틀하면 번개처럼 기어 낮춰 회전수 띄운다. 덕분에 가장 강력한 911과 함께 하는 순간은 역설적으로 느긋하고 평화롭다. 잔고 빵빵한 통장을 품고서 체크카드로 찔끔찔끔 푼돈 쓰는 기분이다.
람보르기니 테메라리오는 상대적으로 거칠고 난폭하다. 시종일관 운전자를 압도한다. 매 순간 가진 밑천 모조리 긁어 최후의 베팅하는 느낌이다. 911 터보 S가 괴력을 품고도 고상한 척한다면, 테메라리오는 폭발적 성능을 적극적으로 과시한다. V8 특유의 고동치는 느낌에 박력 더한 사운드는 엔진 회전수가 무려 1만rpm까지 치솟으면서 점점 뾰족해진다.

테메라리오의 움직임은 날카롭고 예민하며 과격하다. 비로 흠뻑 젖은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테메라리오는 수시로 트위스트를 췄다. 심지어 감속 때 스스로 기어 내려 무는 과정의 충격만으로도 꽁무니를 슬쩍 미끄러뜨렸다. 마른 노면이긴 했지만 고저차 심한 인제 스피디움 누비면서 타이어의 비명 한 번 제대로 듣기 어려웠던 911 터보 S와 대조적이었다.
거칠고 난폭한 테메라리오 제어하려 진땀

포르쉐 911 터보 S는 안으로 수렴한다. 구심점은 운전자다. 911 기본형과 큰 차이 없는 외모로 우월한 성능 감추고, 섬세한 전자장비의 울타리 안에서 나만의 즐거움 좇는 운전에 몰입할 수 있다. 따라서 가급적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이른바 ‘스텔스’ 성향의 소비자와 궁합이 좋다. 그들의 삶에서 911 터보 S는 철저히 조연으로 머문다.

람보르기니 테메라리오는 밖으로 발산한다. 대상은 나를 향한 시선. 미래적인 안팎 디자인과 우렁찬 포효는 언제 어디서든 호기심을 자극한다. 부담스럽게 쏟아지는 관심만큼 운전자 스스로의 노력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흥분해서 날뛰는 테메라리오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체력과 정신력, 운전 실력을 다듬어야 한다. 테메라리오는 오너의 삶을 극적으로 바꾼다.
김창우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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