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제국 [신간]

노승욱 매경이코노미 기자(inyeon@mk.co.kr) 2026. 3. 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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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링 법칙에 가려진 독점과 착취의 그림자
카렌 하오 지음/ 임보영 옮김/ 생각의힘/ 2만8800원
오늘날 생성형 AI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출신 저자는 AI의 화려한 기술적 성취 뒤에 가려진 이면을 조명한다. 우리가 목격하는 ‘AI의 시대’가 기술적 필연성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 소수 기업의 의사결정과 자본 논리가 결합하여 구축한 ‘제국’의 산물이라는 지적이다.

책은 오픈AI를 위시한 빅테크 기업들이 AI 성능 향상의 유일한 해법으로 ‘스케일링(Scaling)’을 신봉하게 된 배경을 추적한다. 연산 자원과 데이터, 매개변수의 규모를 키우면 성능이 비례해서 좋아진다는 ‘스케일링 법칙’은 이제 AI 업계의 교리가 됐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기술적 혁신보다는 연산 자원 확보에 사활을 걸게 된 구조를 비판한다. 오픈AI가 초기의 비영리적 사명에서 벗어나 영리 기업으로 전환하고,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과정은 기술의 진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제국’을 세우기 위한 필연적인 포석이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AI 개발은 막대한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소수 빅테크의 전유물이 됐고, 경쟁은 ‘규모의 경제’ 싸움으로 치닫게 됐다고 주장한다.

AI의 매혹적인 외양 아래 ‘감춰진 비용’도 고발한다. 생성형 AI가 폭력적이거나 유해한 콘텐츠를 생성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데이터 어노테이션(라벨링)’ 작업은 케냐, 베네수엘라 등지의 저임금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유지된다고 꼬집는다. 또한 대규모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과 수자원 등 환경적 부채 역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비용의 일부다.

책은 ‘AI 기술의 미래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담론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다. 현재의 AI 기술 경로는 수많은 주관적 결정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물일 뿐이며, 기술 발전의 방향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거대 모델 중심의 개발이 유일한 정답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기술의 미래를 빅테크의 독점에 맡겨두지 말고, 지배 구조를 재정립할 것을 주문한다.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호, 지식재산권 강화, 데이터 노동자의 처우 개선, 그리고 소규모·다양성 기반의 AI 연구 촉진 등 사회적 통제권 확보가 절실하다는 제언이다.

책은 생성형 AI를 향한 맹목적인 찬사에서 벗어나, 기술의 ‘제국적 야망’을 직시할 것을 당부한다. AI 기술이 인류 전체를 위한 도구가 될지, 아니면 소수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수단이 될지는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선택에 달려 있다는 판단에서다.

[노승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0호(2026.03.11~03.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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