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절반이 타투"…국감장 빵 터트린 의미심장 농담
국정감사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타투이스트가 의료인만 문신 행위를 할 수 있는 현실을 꼬집으며 “여기를 한 번 둘러봤는데 절반 정도는 다 타투(문신)를 하고 있다”며 의미심장한 농담을 던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초연맹 화학섬유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장을 맡고 있는 타투이스트 김도윤씨는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김씨에 말에 국감장 내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 김씨는 “그런데 단 한 분도 합법적으로 받으신 분은 없을 것”이라고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금지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김씨는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 릴리 콜린스, 스티븐 연을 비롯해 영화 ‘어벤저스’ 등에 나온 배우들의 (타투) 작업을 계속해주고 있다”며 “유명하고 돈도 많이 벌지만, 손님에게 불법행위란 이유로 협박당하고 수사받은 끝에 스스로 삶을 정리한 동료들을 보고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김씨는 “해외에 나가서 한국에서는 타투가 의료행위라고 하면 보통 ‘너 노스 코리아(North Korea·북한)에서 왔느냐’고 묻는다”며 “한국 사법부는 국민 여론이 좋지 않던 때 아무도 타투를 할 수 없게끔 일본의 판례를 가져와 타투를 의료행위로 규정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눈썹을 포함해 몸에 그리는 그림까지 국내 타투 소비자는 1300만명으로 집계된다”며 “고용노동부에서는 미래 유망 직업의 하나로 타투이스트를 꼽고 직업 코드를 부여했다. 국세청은 세금을 낼 수 있도록 사업자 등록을 위한 숫자도 만들어줬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이어 “행정부에서는 타투이스트를 합법으로 취급하지만, 사법부에서는 불법이라고 이야기한다”며 “(입법이 없다면) 1300만명의 소비자는 내년에도 법률이 없는 상태에서 불안하게 타투를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타투는 사실상 제도권 밖에서 음성적으로 성행하고 있다. 부작용 등 위험에 노출돼있고 적절한 보상도 받기 어렵다. 현행법은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용자 대다수가 비의료기관을 찾는 탓에 법·제도와 현실 간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은 앞서 1992년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결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도 타투유니온이 “의료인에게만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은 헌법 위반”이라고 낸 헌법소원을 냈지만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의사단체도 안전을 위해 의료인만 문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해 10월 대한문신사중앙회가 대법원 앞에서 문신 합법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자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복지부 장관 “제도화 중요…관련 단체 이해관계 조정 쉽지 않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문신 행위의 제도화에 원론적으로 찬성했다. 조 장관은 문신 시술 후 돈을 내지 않기 위해 신고하겠다고 문신사를 협박하는 등의 사례를 두고 “이런 걸 막으려면 제도화가 중요하다”면서도 “의료계의 이견도 있고, (문신) 관련 17개 단체도 입장이 다 다르다”고 토로했다.
그는 ‘문신 시술의 제도화에 찬성하지만, 관련 단체의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짧게 답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관련 단체들의 얘기는 다 무시해 달라”며 “절대 합의할 수 없는 부분만 빼고 모두 합의한 만큼, 만들어 주시는 규칙(법)을 지킬 준비가 돼 있고 지키는 데 자신 있다”고 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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