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사시즌 '칼바람' 불까…위기 속 선택은

박선미 2023. 11. 2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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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이어 삼성·SK·LG 잇따라 정기인사

지난주 현대자동차그룹이 대표이사·사장단 인사를 발표한데 이어 이번주엔 LG, 다음달 초 삼성과 SK가 연말 정기인사를 앞두고 있다. 나이·연차·성별 보다는 능력에 따라 인재를 발탁하는 재계 분위기에 따라 이번 연말 인사에서도 젊은 80년대생, 여성 임원들의 등용이 많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오는 23~24일 LG그룹이 연말 임원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작년에도 LG는 11월말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미 각 사 최고경영자(CEO) 유임 여부와 같은 큰 틀의 인사 방향은 결정했다. 23~24일 각 사 이사회가 최종 승인을 하면 공개할 예정이다. LG그룹이 미리 주요 사장단 인사 방향을 결정해 놓은 이유는 인사시기 구광모 회장이 해외에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달 28일 엑스포 개최국 결정을 앞두고 막판 유치전을 지원하기 위해 주요 기업 총수들이 모두 비행기에 올랐다. 구 회장은 20일 윤석열 대통령을 따라 영국으로 출국했다.

올해 미·중 패권전쟁과 러·우 전쟁 등 대외 리스크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高)로 상황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이 펼쳐졌고 내년에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LG의 경우 큰 폭의 쇄신 보다는 안정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권봉석 ㈜LG 부회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부회장단 3인의 유임이 유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핵심 사업군의 CEO들 역시 교체 보다는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 이번 연말 인사에서는 사업 규모가 커지고 있는 배터리, 전장(자동자 전기·전자장치 부품) 부문에서 승진자가 다수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구상한 미래 먹거리를 실제 만든 사람들과 과실을 나누는 것이다.

다음달 초 단행될 삼성 인사는 지난해 보다는 다소 변화의 폭이 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연말 인사의 경우 이재용 회장 취임과 시기가 맞물려 있어 큰 폭의 쇄신이 힘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삼성전자 실적이 고꾸라진데다 3년 넘게 진행된 이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이 내년 1월 일단락될 것으로 예고돼 그룹 차원의 조직개편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 가전 분야를 총괄하고 있는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반도체(DS)부문 사장이 이끄는 '투톱' 체제의 변화 여부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의 임기가 각각 2026년 3월, 2025년 3월로 기간이 남아 있어 교체 보다는 과거 처럼 모바일·가전·반도체로 구성된 3인 체제의 부활 가능성도 열려있다.

또 삼성의 미래사업 추진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부활할 경우 현재 전자 계열의 사업지원 테스크포스(TF), 건설 계열의 EPC경쟁력강화 TF, 금융계열의 금융경쟁력제고TF의 분리 체제가 하나로 통합돼 이에 따른 후속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임원 승진자 수가 감소하고는 있어도 매년 30대 상무와 40대 부사장 등 젊은 임원 발탁을 늘리고 있는 삼성전자는 올해도 비슷한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삼성 이재용 회장은 19일 하루 먼저 영국행 비행기를 탄 이재용 회장은 이번에도 다양성과 포용성에 기반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여성과 외국인 직원들의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SK그룹은 다음달 초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최태원 SK 회장이 위기 상황을 거듭 강조하고 있어 기존 경영진의 교체 가능성이 크다. 최 회장은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SK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폐막 연설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서든 데스'(돌연사)를 언급했다.

주목받는 것은 최 회장이 7년만에 다시 '서든 데스'를 화두로 꺼내들었다는 점이다. 그는 2016년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현재의 경영환경 아래서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하는 게 아니라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서든데스'를 맞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 회장이 현재의 경영 환경을 엄중히 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위기 속 안정'을 강조했던 지난해 인사와 달리 올해는 인사폭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랜 기간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동현 SK㈜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SK스퀘어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등의 교체 가능성이 점쳐진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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