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스타] '자랑' 선발진 흔들리던 두산, 최준호가 남긴 1실점, 그 이상의 '임팩트'

차승윤 2024. 4. 2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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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최준호가 23일 NC전에서 5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다. 잠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말 그대로 깜짝 스타다. 1라운드에 지명되고도 조명받지 못했던 최준호(20)가 '무결한' 쾌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최준호는 23일 서울 삼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정규시즌 NC 다이노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활약했다. 지난 17일 1군 데뷔전을 치른 그에겐 두 번째 등판이고, 1군 선발 등판은 아예 처음이었으나 공격적이고 침착한 투구로 이승엽 감독 앞에서 눈도장을 찍었다.

5이닝 2피안타 1실점. 그만으로도 칭찬받을 만 했지만 최준호가 남긴 인상은 기록만으로 설명하긴 부족했다. 이날 최준호의 상대는 NC가 자랑하는 강타선이었다. 박민우-손아섭-박건우 모두 '3할 타율' 보증수표였고, 맷 데이비슨과 김형준도 내로라하는 파워히터다.

하지만 최준호는 이들을 상대로 단 한 번도 도망가지 않았다. 5이닝 동안 던진 공은 총 67구. 스트라이크는 47구였다. 2스트라이크를 잡았다고 도망가지도 않았고, 변화구도 곧잘 스트라이크존 안에 넣었다. 몸쪽과 높은쪽 스트라이크존에 꽂는 강속구도 인상 깊었다. 국가대표로 성장한 강속구 선발 선배 곽빈(25)의 소위 '긁히는 날'을 연상하게 하는 수준 높은 투구였다.

2024 KBO리그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와 NC다이노스의 경기가 2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최준호가 5회초 2사 1루 김주원을 내야뜬공으로 처리한 후 박수를 치며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최준호는 "상대 타자 이름을 보기보다 (포수인) 양의지 선배 미트만 보고, 요구하는 코스대로 던지려고 했다"며 "의지 선배와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굳이 빼는 공 없이 바로 승부하기로 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홈런을 맞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1회를 2탈삼진 삼자 범퇴로 마쳤던 최준호는 2회 선두 타자 박건우에게 초구 직구를 통타당해 홈런을 내줬다. 하지만 후속 타자 데이비슨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흔들리지 않고 투구를 이어갔다. 

최준호에게 홈런에 대해 묻자 "솔직히 누구에게 맞았는지도 몰랐다"고 웃었다. 과장된 소감이 아니냐고 묻자 "그 정도로 집중했다는 얘기"라고 너스레도 떨었다.

최준호의 배짱은 단순히 결과가 좋아서가 아니었다. 4실점한 1군 데뷔전(17일 삼성 라이온즈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그는 구원으로 4와 3분의 1이닝 던졌으나 4실점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실점한다고 도망가지 않았고, 등판을 마친 후에도 용기를 잃지 않았다고 했다.

2024 KBO리그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와 NC다이노스의 경기가 2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 최준호가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최준호는 "그때도 조웅천 코치님께서 피하지 말고 맞더라도 계속 승부하자고 했다. 좋은 결과는 없었지만, 투구를 마친 후 코치님께서 '나이스 볼'이라며 좋은 피칭을 했다고 얘기해주셨다"고 했다. 그리고 그 배짱을 높이 산 이승엽 감독에게 선발 기회까지 받았고, 이를 확실하게 살려냈다.

4실점 경기가 있어 평균자책점은 높지만, 탈삼진 페이스는 2경기 모두 꾸준히 좋다. 9와 3분의 1이닝을 소화한 가운데 탈삼진이 12개나 된다. 23일 경기 역시 1번 타자 박민우부터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쾌진격을 보여줬다.

최준호는 "첫 타자부터 삼진을 잡으니 '1군에서도 내 공이 통하는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었다"며 "공격적으로 투구하려고 하니 빠른 카운트에서도 삼진이 많이 나온 것 같다. 특별히 삼진을 잡으려고 던진 공은 없었는데 의지 선배의 공 배합이 좋아 스탠딩 삼진이 많이 나온 것 같다"고 공을 돌렸다.

2024 KBO리그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와 NC다이노스의 경기가 2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 최준호가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첫 승에도 실패했고 아직 선발진 합류를 말할 수도 없다. 그래도 눈도장은 확실히 찍었다. 최준호는 "첫 승을 놓쳐 살짝 아쉽긴 했지만, 아쉬워야 다음이 있다. 더 잘 준비해 첫 승을 해보도록 하겠다"며 "선발로 던지고 싶긴 하다. 기회만 온다면 잘 살릴 수 있도록, 노력 많이 해야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잠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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