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조롱 문구 유행... 그 와중에 아첨하는 장관

서부원 2024. 10. 1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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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사람들] 교육부를 '교육산업부'로 만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윤석열의 사람들’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핵심 인사들의 역할과 이들이 주도한 정책을 분석해 그에 따른 문제점과 사회적 파장을 조명하는 기획입니다.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된 이들이 빚어낸 국정 난맥상의 실체를 입체적으로 탐구하고 그 대안을 모색합니다. <편집자말>

[서부원 기자]

 2023년 3월 8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윤석열하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동사'다. 처음엔 '성급하게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치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는데, 이젠 동사와 형용사를 넘나들며 다양한 의미로 두루 활용되는 중의적 어휘가 됐다. 대통령의 이름이 온 국민의 조롱거리가 된 현실이 '웃플' 따름이다.

우선,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척한다'는 뜻으로 가장 많이 쓰인다. 전직 검찰총장으로서 '주 종목'인 수사와 기소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건 이미 아이들에게조차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윤석열처럼 굴지 마라'는 말은, 잘 모르면 나서지 말라는 뜻의 관용구다.

또, '성미가 급해 자주 발끈 화를 내다'는 뜻으로도 활용된다. '윤석열하다'를 '격노하다'와 동의어라며 키득거리는가 하면, '손에 쥔 마이크를 놓지 않는다'는 의미도 있다고 거든다. 참모들과의 1시간 회의에서 혼자 59분을 떠든다는 세간의 이야기를 아이들도 잘 알고 있다.

드물게는 긍정적인 의미로도 쓰인다. '순애보적으로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의 안위를 위해 모든 걸 건다'는 뜻으로 해석될 때도 있다. 국민이 건넨 만인지상의 권력을 오로지 김건희 여사를 지키기 위해 사용하는 행태를 비꼰 것이다. 물론, 아내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에게 모종의 약점이 단단히 잡혀있기 때문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최근에는 '아둔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의 아첨에 쉽게 휘둘린다'는 의미가 추가됐다. 대통령 앞에선 지당하다며 맞장구치지만, 뒤돌아서면 제 잇속부터 차리려는 이들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5년짜리 권력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는 거다. '인사가 만사'라는데, 안타깝게도 대통령에겐 인재를 판별할 눈이 없다.

그러다 보니, 과거 자신이 휘하에 거느리던 검찰 조직과 학연, 사적 인연 등의 울타리에 갇혀 정부의 요직 인사가 요지경 속이 되고 말았다. 검사 출신과 충암고 동문, 그리고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거론되는 인연들이 공공연히 위세를 뽐내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중고등학교 학생회 조직만도 못하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여론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칠수록 그만큼 인재풀은 좁아지고, 결국 한 줌도 안 되는 인연에 권력의 명줄을 맡기는 모양새가 됐다. 위기를 극복해 낼 인재가 없다 보니 '구관이 명관'이라는 식의 퇴행적인 인사만 난무한다. 심지어 2000년대 초 이명박 정권 시절의 인사들을 적임자라며 추켜세우는 지경이다.

임기 초 앞다퉈 부른 '윤비어천가'
 2023년 6월 21일 이주호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그 중심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있다. 지난 2022년 11월, 긴급하게 '구원투수'로 투입되어 2년 가까이 대한민국 교육을 이끌고 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헛발질'로 기록된 5세 초등학교 입학을 추진하다 임명된 지 한 달여 만에 낙마한 박순애 전 장관의 후임이었다.

당시 박순애 전 장관은 음주 운전 이력에다 논문의 중복 게재, 조교 대상 갑질 의혹, 두 자녀의 학교생활기록부 첨삭 의혹에 이르기까지 온갖 논란에 휘말려 스스로 물러났다. 이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를 내세워 당선된 윤석열 정부에 치명상을 입혔다. 알다시피, 이후에 등장한 장관 후보자들의 이력도 박순애 전 장관의 그것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조금도 덜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논란이 된 박순애 전 장관의 부적격 사유는 익히 봐온 터라 그다지 새삼스럽진 않았다. 그보단 행정학 전공자가 우리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으로 적절한 것인지에 더 눈길이 갔다. 그는 행정 조직의 성과 관리 분야의 전문가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도 정무사법행정분과 위원으로 참여했다.

처음 그가 지명됐을 때, 자칫 학교를 계량화된 성과를 내야 하는 행정 조직으로 여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이 '일년지대계'가 되어 지역과 학교 간 성적 비교를 통한 무한경쟁이 일상화될 거라는 잿빛 미래가 그려졌다. 당시 그의 자진 사퇴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까닭이다.

"이게 공정하고 상식에 부합하는 인사냐"는 비난 여론이 들끓자, '구관'인 이주호 장관이 전격 발탁됐다. 인사청문회의 보고서 채택 여부를 떠나, 결과적으로 '총알' 피하려다 '대포알' 맞은 형국이 됐다. 행정학자가 물러난 자리에 경제학자가 교육부 장관을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2010년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2013년까지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했다. '부자 되세요'를 외쳐댄 이명박 정권의 교육 정책을 사실상 설계한 책임자로서,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행 교육 제도에 그의 자취가 뚜렷하게 남아 있다. 이른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일제고사 실시' 등이 그의 작품이다.

국회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의 불발에도 임명되자 그는 대통령의 '푸들'을 자처하고 나섰다. 인사청문회 때 보여준 과거 자신이 내놓은 정책에 대한 성찰적 자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가 사교육의 창궐을 불러왔다는 것과 일제고사를 더는 시행하지 않겠다고 밝힌 터였다.

"대통령께서... (대입 문제에 대해) 상당히 깊이 있게 고민하시고 연구도 하시고 해서 저도 진짜 제가 많이 배우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대통령의 수능 '킬러 문항' 발언의 후폭풍이 거셌던 작년 여름, 이주호 장관이 반발 여론을 수습하기 위해 내놓은 황당한 해명에 아첨이 도를 넘었다는 장탄식이 쏟아졌다. 당시 여당의 정책위의장은 한술 더 떠 "조국 일가의 대입 부정 사건을 수사 지휘하는 등 대입 제도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해박한 전문가"라고 추어올렸다. 임기 초 앞다퉈 부르는 '윤비어천가'에 온 국민이 혀를 찼다.

경제학자 출신 교육부 장관이 임명될 때부터
 2010년 9월 28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임태희 대통령실장,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정진석 정무수석, 홍상표 홍보수석, 김두우 기획관리실장 등과 함께 회의실로 가고 있다.
ⓒ 연합뉴스
사실 그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고 인사청문회가 진행됐을 때, '이명박 시즌 2'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내심 기대하는 바가 있었다. 당시 추진했던 정책들의 난맥상을 반면교사 삼을 수만 있다면, 나름 실효적인 교육 정책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동서고금의 진리를 새삼 깨닫는 데는 단 몇 개월로 충분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학교마다 'K-교육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며 '에듀 테크' 도입을 공식화했다. 디지털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교육의 질과 학습 효과를 높이겠다는 취지에서다. 학습자 중심의 교실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고 터치스크린 등 첨단 기자재를 설치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과거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와 '일제고사 실시'로 사교육 시장의 덩치를 키우더니, 이젠 '에듀 테크' 관련 기업들에 먹잇감을 건네는 꼴이다. 이 장관 스스로 공교육 분야도 민간 기업과 협력해야 한다고 천명하기까지 했다. 시민단체에서는 성적 등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사교육이 조장될 우려가 크다며 이 장관과 '에듀 테크' 업체와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기실 이는 경제학자 출신 교육부 장관이 임명될 때부터 일견 예상됐던 바다. 공교육에 대한 평가를 미래 수익의 창출 여부로 판단하는 건 위험하다. 교육 문제를 경제 문제로 접근해 정책을 마련하는 건, 교육의 본령을 무력화하는 행태다. 하물며 교육 정책을 번갯불에 콩 볶듯 해서는 배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이 장관이 임명된 2022년 11월,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주재한 수출 전략회의에서 "모든 정부 부처는 산업 부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산업부로, 환경부는 환경산업부로, 보건복지부는 보건복지산업부로" 여겨달라고 했다. 직접 언급은 없었지만, 교육부도 '교육산업부'가 되라는 뜻이었다.

그로부터 석 달 뒤 '교육산업부'의 1호 정책으로 '에듀 테크' 도입을 천명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대통령은 과연 '에듀 테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을까. '뉴라이트조차 뭔지 잘 모르는' 대통령이 '에듀 테크'의 의미와 교육적 실효성 등에 관심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그저 수출에 보탬이 될 거라는 막연한 생각뿐이라면, '벌거벗은 임금님'을 자인하는 꼴이다.

무지하고 무능한 대통령에게 아첨해 환심을 산 뒤, 그렇게 얻은 권력으로 자신의 잇속을 챙기고 있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댐 건설에 협조하겠다는 '환경산업부'와 의료 붕괴에 속수무책인 '보건복지산업부'의 고위공직자들도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권력을 사유화하면 전문가 집단은 반드시 타락한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윤석열이 윤석열하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할 따름이다.

사족.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대한민국의 공교육을 책임질 교육부의 수장은 교육계에서 오랫동안 잔뼈가 굵은 이들이 맡아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올곧은 품성에다 뛰어난 자질과 역량을 갖춘 교육자들이 적지 않다. 교육부에 행정 전문가와 경제학자는 가당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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