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타임TIME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에, 한국 기업이 두 곳 포함돼 화제였죠.
하이브HYBE, 그리고 더핑크퐁컴퍼니였어요.
타임은 “더핑크퐁컴퍼니가 콘텐츠 업계 리더로서 혁신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더핑크퐁컴퍼니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커나가는 중입니다.
전 세계 25개 언어로, 6000여 편이 넘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죠. 유튜브 누적 조회수는 950억 뷰가 넘습니다.
더핑크퐁컴퍼니의 IP 사업을 리드하는 이가 주혜민 이사예요. 2014년 인턴으로 입사해 2020년에 CBO가 됐어요. 회사와 함께 큰, 90년대생 리더입니다.
그가 말하는 핑크퐁의 성장 비결을 함께 들어보시죠.
Chapter 1. 어린이도 재미없으면 안 본다
더핑크퐁컴퍼니의 시작은 스마트스터디라는 에듀테크 기업이었어요. 초기 멤버 10명 중 7명이 개발자였죠. 2010년 6월부터 교육용 모바일 앱을 개발했어요. 모바일 교육 시장이 뜰 거라고 내다봤거든요.
하지만 너무 빨랐습니다. 당시 학부모에게 스마트폰은 ‘게임하고 노는 것’에 불과했어요.
키즈 교육 콘텐츠로 살짝 방향을 틉니다. 특히 콘텐츠의 재미에 신경 썼어요. 2012년 분홍색 여우 캐릭터 ‘핑크퐁’을 개발할 만큼.
이 캐릭터로 동요와 동화 콘텐츠를 만들어 자체 앱에 올렸어요.
예를 들어, ‘동물 ABC기차’ 영상엔 기관사 핑크퐁이 등장해요. A부터 Z까지 각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동물들을 기차에 태우고 여행을 떠나는 스토리예요.
교육 영상이지만, 일종의 어린이용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죠.
‘핑크퐁’은 빠르게 키즈 콘텐츠 시장을 선점해 나갔어요. “밥 먹여주는 핑크퐁”이란 말이 생길 정도였죠. 핑크퐁만 틀면 애들이 집중했거든요.
그 틈에 부모들은 밥을 먹을 수 있었어요. 기꺼이 앱에서 콘텐츠를 결제할만했죠.
유튜브 키즈나 넷플릭스 키즈가 나오기도 전이었어요.
핑크퐁은 2013년 구글과 애플 앱 마켓 모두에서, 교육 카테고리 매출 1위를 기록합니다.
그러자 콘텐츠 판매 요청이 들어왔어요. 쥬니어네이버와 IPTV에 콘텐츠를 팔기 시작해요.
더핑크퐁컴퍼니는 여기서 사업 확장의 기회를 봅니다.
“‘아, 꼭 우리 앱이 아니라도 콘텐츠가 팔리겠구나. 아니, 어쩌면 더 잘 팔리겠구나.’하는 배움을 얻었어요. 비즈니스 확장의 기회를 본 거죠. 다양한 플랫폼에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글로벌 소비자가 많으니, 유튜브에도 들어갔어요. 그때가 2014년이었으니 꽤 빨랐죠.”
더핑크퐁컴퍼니의 주혜민 사업개발총괄이사
Chapter 2. 동남아에서 포착한 불씨를 글로벌로 키워내다
스토리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주혜민 이사는 ‘데이터’라는 답을 내놓았어요.
더핑크퐁컴퍼니의 모든 콘텐츠 기획과 의사결정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니다.
“동요 콘텐츠를 만든다고 해볼까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 순위부터 조사했어요.
키워드 검색량이 높은 순대로 노래를 만들었죠. 그렇게 만든 20곡짜리 동물 동요 중 하나가 아기상어였어요.”
전 세계를 휩쓴 베이비 샤크 챌린지 또한, 데이터를 빠르게 파악한 결과였죠.
“2017년 유튜브 데이터를 보다가, 인도네시아에서 아기상어 체조 영상의 조회수가 급증하는 걸 발견했어요.
곧바로 핑크퐁과 아기상어 탈을 비행기에 싣고, 인도네시아로 날아갔어요.”
공항에 도착한 주혜민 이사는, 마주치는 사람마다 “베이비 샤크?”라고 물었어요. 공항 직원부터 택시 기사까지, 아기상어 노래로 화답했죠.
알고 보니 할리우드 배우 아만다 써니가 인도네시아 TV 프로그램에서, 아기상어 노래를 불렀던 거예요. 그게 SNS상에서 챌린지로 유행했고요.
주 이사는 챌린지에 힘을 더했어요. 탈인형과 함께 현지 방송에 출연해 핑크퐁을 적극 소개했죠. 그러자 재미난 일이 일어났어요.
영국에서 일하는 동남아시아 출신 베이비시터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거예요. 이들이 영국 아이들에게 아기상어 노래를 들려주기 시작했어요.
핑크퐁은 2018년, 발 빠르게 영국에 음원을 냅니다. 한국 노래 최초로 영국 음원 차트 9위에 올랐어요.
2019년엔 빌보드 핫백 32위에 오르며, 미국에서도 아기상어 챌린지가 시작됐죠. 2022년 1월, 전 세계 유튜브 영상 최초로 조회 수 100억을 돌파했습니다.
“아기상어가 메가 IP로 성장한 건, 순차적이었어요. 한순간, 한 지역의 유행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전략적으로 접근했죠.
유행이 끝나기 전 계속 불씨를 끌어모아, 더 커다란 불을 만든 거예요.”
Chapter 3. 오프라인이 고객과의 이야기를 만든다
그런데 왜 인도네시아에 굳이 인형 탈을 짊어지고 갔을까요? 핑크퐁은 디지털 콘텐츠인데 말이죠.
주혜민 이사는 콘텐츠 비즈니스의 한방은 ‘오프라인에 있다’고 말합니다.
“스토리 비즈니스의 본질은 팬덤 비즈니스예요. 이야기 속 주인공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또 나와 같은 팬들을 실제로 만날 때, 더 강렬한 경험을 할 수 있죠.”
오프라인 만남의 중요성을 깨달은 계기가 있어요. 더핑크퐁컴퍼니는 2016년 ‘유아교육전’이란 행사에 나갔어요. 첫 오프라인 행사였죠.
당시만 해도 핑크퐁의 인지도는 낮았어요. 구글 플레이 키즈 앱에서 1등부터 5등까지 차지하고 있었는데도요.
그런데, 부스에 찾아온 사람들이 “아, 이게 핑크퐁이었구나”하고 반응하더랍니다.
하나둘 사람이 점점 몰리더니, 어느새 줄을 서서 핑크퐁 제품을 사 갔어요.
그때부터 오프라인 행사를 적극 기획합니다. 2017년부터 ‘핑크퐁과 상어가족’ 뮤지컬을 선보였어요.
서울 공연의 객석 점유율은 97%. 5개 지방에서는 매진을 기록했어요. 2019년엔 북미 100개 도시 투어를 했죠.
“케이팝 콘서트와 비슷해요. 팬덤은 결집시키고, 대중에게는 그룹의 인기를 증명하죠. ‘당신이 이거 좋아하는 거 당연한 거고, 우리 진짜 인기 많고 괜찮은 콘텐츠다’ 말을 거는 거예요.”
Chapter 4. 베베핀 : 비즈니스의 수명을 늘리는 스토리
주혜민 이사는 “스토리가 콘텐츠의 확장력을 만든다”고 말합니다. 비즈니스의 수명을 늘리는 것 또한 스토리의 숨겨진 힘이라고요.
“어떻게든 시청 시간을 늘리고 싶었어요. 동요 콘텐츠를 넘어,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만든 이유예요.
어쩌면 창작 스튜디오답지 않은 답일지 모릅니다. 이야기가 있어야 시청 시간이 늘고, 그러면 우리 팬덤이 커질 거라고 판단했어요.”
아기상어 캐릭터에 스토리를 더해 「아기상어 극장판」을 개봉했어요. 미국 파라마운트 계열 제작사 니켈로디언과 만들었죠.
후속 IP인 ‘베베핀(2022년 4월)’과 ‘씰룩(2022년 12월)’도 스토리 콘텐츠예요. 둘 다 요즘 스타일에 맞춰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죠.
삼 남매의 막내 ‘핀Finn’이 주인공인 가족 이야기예요. 유튜브 구독자 수는 1660만 명에 달하죠.
「씰룩」은 MZ를 노린 숏폼 애니메이션이에요. 지구 끝에서 만난 물범들의 이야기죠.
론칭 1년 만에 유튜브 구독자 700만 명을 달성했어요. 성장 속도로만 보면, 아기상어보다 빠릅니다.
“스토리 콘텐츠는 확장성이 있어요. 세계관이 있으면 얼마든지 스핀오프를 만들 수 있죠. 콘텐츠 업계에선 그게 곧 비즈니스의 확장이고요.”
더핑크퐁컴퍼니의 스토리 전략은 ‘낯선 익숙함’입니다.
“‘낯선 익숙함’이 중요해요. 보편성이 우선돼야 하죠. 가족과 볼 콘텐츠는 더 보수적으로 선택하거든요.
예를 들어, 베베핀 가족은 어디나 있을 법한 평범한 가족이지만, 막내 베베핀의 머리는 핑크색이죠.”
‘문화 감수성’을 지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소비자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요.
2015년 핑크퐁 영상 속 엄마 상어의 긴 속눈썹과, 핑크색 립스틱은 최근 영상에선 볼 수 없죠.
“글로벌 문화 감수 TFT를 2년 넘게 운영하고 있어요. 전 세계에서 이슈가 됐던 문화적 전유 케이스를 콘텐츠 팀에 소개해 줘요.
콘텐츠 팀이 이렇게 자문하기도 하죠. ‘타코를 파는 캐릭터가 멕시코 전통 모자를 썼을 때, 문제가 없을까요?’”
다만, 후속 IP들이 ‘핑크퐁’이란 브랜드의 후광을 봤다는 건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주혜민 이사는 한술 더 떠, 이를 의도했다고 밝혔어요.
기존 핑크퐁 소비자를 새로운 콘텐츠로 자연스럽게 데려오는 ‘레버리지 전략’을 썼죠.
“성공한 콘텐츠를 영리하게 활용하는 게 우리의 강점이에요. 베베핀은 주인공 ‘핀’이 아기상어를 좋아한다는 설정이에요.
1화의 제목이 아예 ‘아기상어’죠. 아기상어 애니메이션을 열심히 보는 핀이 등장해요. 누가 봐도 핑크퐁의 후속 작품이란 걸, 알 수밖에 없어요.”
Chapter 5. 패밀리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꿈꾸며
더핑크퐁컴퍼니는 2022년을 기점으로 타깃층을 넓히고 있습니다. ‘글로벌 패밀리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목표로 나아가는 중이죠.
디즈니처럼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콘텐츠를 만들겠단 거예요.
실제로 타깃은 더 촘촘해졌어요. 베베핀은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타깃이에요 아기상어를 갓 졸업한 나이대죠.
씰룩은 MZ 세대가 타깃. 청소년을 타깃한 IP ‘문샤크’는 웹소설과 웹툰으로 제작되고 있어요.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십 대 대상의 웹소설과 웹툰을 만드는 건,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과 다르니까요.
“웹툰과 웹소설은 플랫폼에 IP를 일부 양도하고, 독점 계약을 맺으면 더 좋은 프로모션을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IP 사업자다 보니 사업권 양도 없이 비독점으로 진행했죠.
그런 시행착오들을 거치고 있어요. 경험도, 데이터도, 콘텐츠도 쌓이기를 기다리며. 그러면 또 다음 길이 보이겠죠.”
키즈 콘텐츠 기업으로 승승장구하던 더핑크퐁컴퍼니. 왜 패밀리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타깃 확장을 시도하는 걸까요?
주혜민 이사는 “기존 고객이 계속 볼 만한 콘텐츠가 필요해서”라고 말합니다.
아기상어의 주요 타깃 고객은 3~6세의 아이들. 하지만 아기상어가 나온 게 벌써 10여 년 전이에요.
“타깃층을 넓히기 시작한 이유는 핑크퐁을 좋아했던 아이들이 자라기 때문이에요. 우리의 팬이었고, 우리를 사랑해 준 분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은 거죠.
하지만 캐릭터와 동요만으론 커가는 아이들을 붙잡을 수 없어요. 그러니 새로운 장르에 뛰어들어야 하죠. 쉽지 않더라도요.”
데이터에 기반한 정교한 기획과, 빠른 플랫폼 적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과죠.
마음을 움직이는 콘텐츠는 가슴이 아닌 머리에서 나오는 건가,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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