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김여사 악재 딛고 안방 사수…선거 책임론 잠재웠다
10·16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악재에도 텃밭 두 곳을 모두 지켰다. 선거전 막판 김 여사 이슈를 공세적으로 제기하며 해결사를 자처한 한 대표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 금정구청장과 인천 강화군수 재선거는 국민의힘 입장에선 놓쳐서는 안 될 선거였다. 국민의힘 소속 기초단체장의 사망으로 재선거를 치르는 곳으로 보수 강세 지역으로 꼽혔다. 두 곳 중 한 곳이라도 졌다면 ‘정권 심판론’을 내세운 야권의 공세가 보수 텃밭으로 밀려들며 지난 총선 참패에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호에 또다른 위기가 덮칠 수 있었다. 특히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씨가 연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폭로를 이어간 점이 선거 내내 여권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취임 후 첫 선거를 지휘한 한 대표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부산 금정구만 6차례 찾으며 총력전을 펼쳤다. 당초 우세가 예상된 지역이지만 야권의 후보 단일화와 당정 지지율 동반 하락으로 여론조사상으로 박빙 구도가 펼쳐지자 한 대표는 유세 마지막 날도 부산을 찾아 “60번, 600번이든 오겠다. 저를 마음껏 이용해 달라”고 읍소했다.
한 대표는 김 여사 문제에 대한 대통령실의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공개 활동 자제”(9일), “국민이 납득할 도이치 수사 결과”(10일), “대통령실 인적 쇄신 필요”(12일), “김 여사 라인이 존재하면 안 된다”(14일) 등 한 대표의 김 여사 리스크를 겨냥한 발언은 투표가 가까워 질수록 수위가 높아졌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비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분열을 초래하는 발언”(강승규), “기승전 김건희 언급, 야권 선거전략 돕는다”(나경원) 등의 공개적인 비판도 뒤따랐다. 당내에선 “총선에 이어 텃밭의 재·보선도 지면 당 대표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두 곳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한 대표는 일단 한 고비를 넘겼다. 패배했을 경우 빚어질 수 있었던 용산 대통령실과의 ‘네 탓’책임 공방도 피할 수 있게 됐다.
한발 더 나아가 내주초로 예정된 윤 대통령과의 독대에서도 주도권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윤 대통령에게 김 여사 문제 해결에 있어서의 ‘국민 눈높이’ 기준을 강조할 명분을 쌓게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김 여사 문제를 직시하고 국민의 시선에서 대응 방향을 제시한 게 표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도 선거 기간 느낀 민심을 솔직하고 가감 없이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16일 오후 11시 20분쯤 SNS에 "국민께서 국민의힘과 정부가 변화하고 쇄신할 기회를 주신 것"이라며 "어려운 상황에서 주신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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