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대폭발' 감독 저격했나…"세트피스 수비 실점으로 좌절"→포스테코글루는 '모르쇠'

김현기 기자 2024. 9. 1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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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토트넘이 또 세트피스 실점에 울었고, 손흥민은 또 분노했다.

토트넘의 무기력한 패배에 영국 현지에서는 세트피스 훈련, 특히 수비 훈련을 잘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다시 한 번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토트넘에 부임한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나서서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하지만 그는 오히려 피하고 있다. "순간의 실수"라며 선수 탓을 하는 중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손흥민 소속팀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는 지난 1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북런던 더비 라이벌전에서 아스널을 만나 0-11로 무릎을 꿇었다.

이날 패배는 토트넘에 치욕적이었다. 토트넘은 2010년대 들어 프리미어리그 빅클럽 반열에 다시 접어들었고 아스널과도 대등한 관계로 돌아섰다.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이 "2000년대 초반 내가 부임할 땐 라이벌 구단이라는 아스널이 우리보다 조금 잘하긴 했다"며 상황이 호전된 것에 한숨 돌릴 정도였다.

다시 아스널의 우세가 진행되고 있다. 토트넘은 아스널과의 최근 맞대결에서 최근 5경기 무승 치욕을 당했다. 1무4패를 기록하는 등 무승부도 거의 없다. 손흥민이 멀티골을 넣었던 지난해 9월 아스널 홈구장에서의 2-2 무승부가 유일하다.

이에 더해 토트넘은 시즌 두 번째 패배를 기록했다. 1승1무2패(승점 4)가 되면서 순위가 13위까지 미끄러졌다.

이날 토트넘은 공격에 무게를 둔 라인업을 꾸렸다. 전방에 손흥민과 도미니크 솔란케, 브레넌 존슨을 스리톱으로 배치했다. 이어 중원 3명으로 제임스 매디슨과 데얀 쿨루세브스키,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포진했다. 벤탄쿠르 정도만 공수가 모두 가능하다. 아스널과 정면 충돌하겠다는 포스테코글루 감독 의지가 잘 반영됐다.

실제 경기장에서도 아스널이 다소 실리적으로 경기하고, 토트넘이 밀어붙이는 의외의 장면이 나왔다. 경기 직후 "토트넘이 아스널처럼 해야 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토트넘의 볼점유율 우세를 독이 됐다. 토트넘은 공격 세밀함이 부족해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여기에 전반에 토트넘이 5개, 아스널이 2개 등 총 7개의 카드가 나올 정도로 거친 파울이 속출했다.

결국 아스널이 한 방으로 토트넘을 눕혔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지적됐던 세트피스 실점이 토트넘에 치명타가 됐다. 후반 19분 코너킥 상황에서 아스널 공격수 부카요 사카가 올려준 볼을 공격 가담한 가브리엘 마갈량이스가 타점 높은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전세를 뒤집기 애매한 시간에 실점했다. 토트넘은 후반 23분 존슨과 벤탄쿠르가 빠지고, 윌손 오드베르와 파페 사르가 들어오면서 반격에 나섰다. 후반 34분에는 제임스 매디슨을 대신해 토마스 베르너가 들어갔다. 하지만 3명 모두 토트넘의 문제를 해결힐 클래스는 아니었다. 간판 공격수 손흥민을 이용해 상대를 뚫어야 했지만 아직 이들의 실력은 거기에 미치지 못했다.

비겼더라면 그래도 안도의 한 숨을 내 쉴 수 있는 경기였으나 돌아온 것은 패배였다.

토트넘의 세트피스 실점 문제는 지난 시즌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 시즌에도 아스널과의 홈 경기에서 세트피스 때 허점을 드러내면서 2-3으로 패했다. 3실점 가운데 세트피스 실점이 2개나 됐다. 이에 패배 뒤 손흥민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트린 적이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기존 안토니오 콘테 감독과 달리 공격 축구 비중을 높였으나 세트피스 공격과 수비가 모두 허술했다. 아스널은 세트피스 전문 코치를 따로 둘 만큼 코너킥과 프리킥 수준이 높다.

반면 토트넘은 전문적인 세트피스 코치가 없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세트피스 전문 코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 "우리도 꾸준히 훈련하고 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받아쳤고 이날도 그랬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외면은 결국 5개월 만의 라이벌전 패배로 연결됐다. 이날 아스널은 이상할 만큼 토트넘의 공격을 기다렸다가 받아치는 방식으로 전술을 바꿨다. 한편으론 토트넘이 어떤 카드를 꺼낼지 훤히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수비력 좋은 선수들을 집중 배치해 토트넘의 공세를 꺾은 뒤 후반에 한 방을 노렸고 이게 적중했다.

영국 언론이 일제히 이 문제를 지적했다. 영국 중계채널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 제이미 레드냅은 "토트넘은 코너킥 수비가 취약했고, 아스널은 강했다. 축구에서는 이런 미세한 차이가 승부를 가른다"고 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경기 직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세트피스 수비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세트피스 수비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하고 걱정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관련 질문을 받았지만 예상대로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다. 한 번 실수했다는 게 그의 해명이지만 세트피스 수비 연습이라는 게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기 위해 필요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우린 대부분의 세트피스를 잘 처리했지만, 한 순간의 실수가 나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아스널은 세트피스에서 매우 위협적인 팀이다. 패스는 정확했고, 마갈량이스는 항상 세트피스에서 위협적이다. 로메로 한 명이 아니라 모두가 그를 놓쳤다. 대가를 치렀다"고 분석했다. 선수 탓을 했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

그러더니 세트피스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비판을 일축하고 나섰다. 그는 "무슨 이유인지 사람들은 내가 세트피스에서 신경 쓰지 않는다고 꽤 오래 전부터 말하고 있다"며 "아니다. 우린 항상 세트피스에 대해 노력한다. 오늘은 한 차례 쓴 맛을 봤다. 이것을 통해 계속 배우고 나아갈 것이다"고 했다.

선수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주장 손흥민은 세트피스로 또 실점 내줬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고 분노했다.

종료 휘슬 뒤 힘 없이 그라운드에 서 있던 그의 눈빛이 실망감을 설명한다.

손흥민은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우리는 경기를 지배했지만 다시 한 번 세트피스로 실점했다"며 "지난 시즌과 똑같고 좌절감을 느낀다. 팬들도 실망스러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발전해야 하고 힘겨운 순간이지만 똘똘 뭉쳐야 한다"고 외쳤다.

지난 시즌 북런던 더비 이후에도 손흥민은 세트피스 실점에 대한 큰 실망을 전했고, 손흥민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생각에 반기를 들었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번에도 포스테코글루 감독 생각과는 견해가 달랐다.

손흥민은 상대의 세트피스 공략에 대한 빠른 대처, 세밀한 수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트넘의 세트피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실 토트넘은 세트피스 공격에서도 우왕좌왕하는 상황이다.

지난 1일 뉴캐슬과의 원정 경기가 대표적이다. 후반전 도중 토트넘 선수들이 프리킥 키커 자리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행태를 벌였고 이제 영국 언론에 고스란히 소개됐다.

영국 '풋볼 런던' 소속이자 토트넘 전담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알레스데어 골드는 토트넘의 뉴캐슬 원정을 돌아보면서 "후반전에 토트넘이 뉴캐슬 박스 바깥쪽 위험한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었을 때 이상한 순간이 있었다"며 "제임스 매디슨과 페드로 포로 중 누가 프리킥을 차야 할지 정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이전까지 토트넘 세트피스 공격은 크게 문제가 없었고 손흥민을 어떻게 이용하는가를 놓고 여러 루트가 진행됐는데 뉴캐슬전에서 변수가 생겼다는 뜻이었다.

느닷 없이 미드필더 이브 비수마가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매디슨이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내자 손흥민이 키커인 매디슨과 포로에게 공을 전달하기 위해 공을 잡았다.

이 때 미드필더 이브 비수마가 가세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중앙 미드필더 비수마는 토트넘이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자 자신이 프리킥을 차겠다며 공을 집어들었다. 이에 프리킥 준비하려던 포로는 불만을 터뜨리며 비수마에게 공을 달라고 요구했으나 비수마가 공을 주지 않으려고 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비수마가 포로와 매디슨의 킥 실력을 믿지 못했을 수도 있고, 자신이 한 번 차고 싶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비수마의 행동에서 토트넘 선수들 간 신뢰에 금이 갔다는 견해도 있었다.

결국 손흥민이 벤치에 소리를 지르며 통제를 요구했고 그 때서야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비수마를 제지했다.

세트피스로 손흥민이 분노하고 소리지르는 장면이 계속 나오고 있다. 토트넘의 현실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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