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유물 되찾듯…석사자상 돌려주는 게 바로 간송 정신"
손자 전인건 관장, 중국 측에 기증
"문화재 되찾기, 역지사지 기회로"

“(할아버지인) 간송께서 ‘석사자상은 언젠가 고향으로 보내주는 것도 좋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다고 해요. 어릴 적부터 봐와서 가족같지만 한·중 문화교류의 뜻깊은 디딤돌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보냅니다.”
간송미술관의 설립자 간송 전형필(1906~1962)의 장손인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이 ‘청대(淸代) 석사자상 중국 기증’과 관련해 6일 전화 인터뷰로 밝힌 소회다. 전날 중국 베이징 한중 정상회담 행사장에선 깜짝 협약식이 있었다. 간송미술관의 의뢰를 받은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중국 라오 취안(饒權) 국가문물국장과 석자자상 기증 협약 문서에 서명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나란히 이를 지켜봤다.

암수 한쌍으로 각각 높이가 1.9m, 무게가 1.25t에 이르는 석사자상은 간송이 1933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야마나카 상회(山中商會) 경매에서 다른 고려·조선 유물들과 함께 구입한 것이다. 당시 경매 도록엔 명대(明代) 사자상으로 소개됐다고 한다. 1938년 간송미술관의 전신이자 유물 전시장인 ‘보화각’이 완공될 당시 사진 속엔 없지만 이듬해 기념사진에 등장해 87년간 입구를 지켜왔다.
이번 기증에 앞서 중국 국가문물국 측 전문가 5명이 지난달 말 간송미술관을 방문했다. 이들은 석사자상을 살핀 뒤 “베이징 또는 화북지방의 대리석을 사용한 청대 작품으로 역사적·예술적·과학적 가치를 모두 갖춘 우수한 작품”이라며 “황족 저택인 왕부(王府)의 문 앞을 지킨 택문(宅門) 석사자상으로 추정된다”고 감정했다.


앞서 전 관장의 선친인 전성우 이사장 재임 시절에도 석사자상의 중국 기증이 추진된 바 있다고 한다. 그러나 2016년 사드(THAAD) 사태로 한중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중단됐다. 지난해 내부 공사를 마치고 재개관한 간송미술관은 새로 취임한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에게 석사자상 기증 절차를 위임했다.
전 관장은 “수장고 신축 공사를 하면서 ‘우리 문화재 전시관 앞에 중국 유물이 있는 게 어울리나’ 고민했다”면서 “선친께서 ‘간송이라면 돌려줬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씀하신 바 있고, 우리 문화재를 찾고 지키는 데 주력했듯이 중국 것을 돌려주는 게 간송의 문화보국(文化保國) 정신의 확장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피탈의 역사 때문에 해외 문화유산 환수에만 주력해온 한국에서 문화재급 유물을 국가 대 국가 형식으로 반환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관련 학계에선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은 “간송께선 합법적으로 구매한 석물이지만, 당시 중·일전쟁 등 격동기에 반출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돌려주는 것 같다”면서 “문화재 제자리찾기를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홍준 관장은 “석사자상의 중국 기증은 문화로 나라를 지킨다는 간송 선생의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선생 탄신 120주년에 성사돼 기쁘다”며 “앞으로 한중간 문화협력과 우호증진의 굳건한 상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석사자상의 중국 이송은 상반기 내 진행될 전망이다. 중국 귀환 뒤 어디에 소장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간송미술관 측은 석사자상의 빈자리에 간송의 또다른 수집물인 조선 호랑이 석물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강혜란 문화선임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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