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경합주만 유권자? 임박한 美 대선, 1표 가치 불균형 극심

임성수 2024. 10. 2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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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일부 주가 대선에 불균형적 영향력 행사”
양당 경합주에만 선거운동 올인
해리스, 조지아에서 유세
트럼프, 펜실베이니아에서 맥도날드 알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인근에 있는 햄버거 체인 맥도날드에서 감자 튀김을 만드는 아르바이트 체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월 미국 대선이 임박하면서 선거 결과를 좌우할 7대 경합주에만 후보의 유세와 선거 운동이 쏠리는 불균형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주별 선거인단과 승자독식제도로 운용되는 독특한 미국 대선 제도 탓에 어느 주에 거주하느냐에 따라 유권자가 행사하는 표의 영향력이 달라져 결국 1인1표의 ‘등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일부 주의 유권자들이 대선 결정에 불균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며 “올해의 대선 캠페인은 대통령 선거의 판도가 얼마나 축소되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 7대 경합주(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네바다)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 주는 민주 또는 공화당으로 판세가 기울어졌다. 각 주에서 한 표라도 더 얻는 후보가 주에 할당된 모든 선거인단을 독차지하는 방식으로 치러지는 미국 대선 시스템 탓에 후보들은 이미 승기를 굳혔거나 패배가 뻔한 주는 방문할 이유가 없다. 주별로 대표성과 인구에 비례해 배정된 전체 538명의 선거인단 중 270명 이상만 확보하면 승리하기 때문이다.

민주·공화 양당은 7대 경합주에만 ‘올인’하는 선거를 하고 있다. NYT는 “대선 캠페인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7개 주의 유권자들만 캠페인 전장 속에 살고 있다”며 “이들은 TV 광고와 문자, 인터넷 팝업 배너, 전화, 투표를 독려하는 노크, 주 외곽 지역을 돌며 유세하는 후보자 등에 파묻혀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선거인단 총 93명이 배정된 7대 경합주에만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나머지 주는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셈이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존스보로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유명 가수 스티비 원더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 동선을 분석한 AP통신에 따르면 후보들의 방문 횟수도 주별로 극심한 편향을 나타낸다. 해리스와 러닝메이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민주당 지지성향이 확고한 오리건이나 콜로라도 뉴멕시코, 공화당 지지 성향이 굳어진 몬태나 와이오밍 등은 단 한 차례도 방문하지 않았다. 반면 펜실베이니아에서는 피츠버그만 7차례, 필라델피아만 5차례 방문했다. 나머지 소도시까지 포함하면 횟수는 더 늘어난다.

트럼프와 러닝메이트 J D 밴스 상원의원의 동선 역시 비슷하다.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캔자스 오클라호마 아칸소 등을 포함한 중서부주는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등에서는 같은 도시를 2차례 이상 반복해서 찾아 유세를 벌였다. 이번 대선 유권자는 총 2억4400만명으로 추정되는데, 7대 경합주에 거주하는 유권자는 20%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미국의 독특한 선거 제도 탓에 소수 경합주 유권자들의 의사가 대통령 선거에 과다 대표되는 셈이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 월즈 주지사가 최근 “선거인단 제도는 사라져야 한다”며 “선거인단 제도로 소수 주에만 관심이 집중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 국제 공항을 떠나기 전 부통령 전용기 안에서 열린 60번째 생일 파티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양당 후보는 이날도 경합주에서 유세를 이어갔다. 해리스는 이날 조지아주 스톤크레스트에 있는 대형 흑인 교회에서 예배에 참석했다. 해리스는 성경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를 언급하며 “교회에서 자라면서 성경의 가르침을 처음 배웠고, 스스로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을 대변하고 가난하고 궁핍한 사람들의 권리를 옹호하라고 요청하는 사랑의 하나님에 대해 배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순간 우리나라 전역에서 분열을 심화하고, 혐오를 확산하며, 공포를 조장하고, 혼동을 일으키려고 하는 이들이 있다”며 트럼프를 겨냥했다.

해리스는 이어 민권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와의 인터뷰에서도 “미국 국민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며 “트럼프는 다시는 미국 대통령 직인 뒤에 서서는 안 된다. 그는 그럴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해리스는 이날 60번째 생일을 맞았다. 유명 가수 스티비 원더가 유세에 동참하기도 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인근에 있는 햄버거 체인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 체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는 필라델피아 인근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일일 아르바이트 체험을 했다. 억만장자인 트럼프가 친(親)서민 행보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는 직접 감자튀김을 만들고 주문도 받은 뒤 “이 사람들은 열심히 일한다. 그들은 훌륭하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날 행보는 중산층 출신으로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경험을 강조해온 해리스를 겨냥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트럼프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우리는 맥도날드에 확인했다. 그들은 거짓말쟁이 해리스가 그곳에서 일한 어떤 기록도 없다고 말했다”며 “그녀는 결코 그곳에서 일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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