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AI와 함께하는 바둑 해설] 눈에 안 띄는 요소

〈본선 16강전〉 ○ 커제 9단 ● 신진서 9단

장면⑥=백이 꽤 우세하다고 하지만 절정의 고수들조차 승리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 커제 9단이 백1, 3으로 상변을 공격하자 신진서 9단은 4를 하나 선수하고는 8로 살아둔다. 불리하지만 꾹 참는다. 신진서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커제는 깊은 장고 끝에 8로 하변을 차지한다. 네 귀와 네 변 중 마지막 남은 곳이다.

판 위엔 눈에 잘 띄지 않는 요소가 하나 있다. AI가 목이 터져라 외치는 곳인데 바로 A자리다. 당연히 흑의 선수지만 흑도 뒷수를 메우는 거라서 망설이고 있다. 신진서는 대신 10으로 대시한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AI의 대답=AI에게 백1로 감으면 어찌 되나 물으니 대답이 시원스럽다. 흑2부터 11까지는 거의 외길 수순. 여기서 12로 하나 찌른 뒤 14로 뛰어나간다. 형세는 급속도로 좁혀진다(이 그림에서 흑A와 B는 모두 선수다).

◆실전 진행=실전에서 커제는 백1로 곱게 물러섰고 신진서는 흑2, 4를 두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5의 요소가 백의 수중에 들어갔다. 이곳을 놓치는 바람에 근접할 뻔했던 차이는 5집반으로 다시 벌어졌다.

박치문 바둑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