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위험 높은 음식 배달원, 산재처리 가능할까
[더,오래] 김용우의 갑을전쟁(5)
바야흐로 배달 앱 전성시대입니다. 최근에는 음식점에 고용돼 월급을 받으며 배달만 전담하던 직원들이 일한 만큼 더 벌 수 있는 배달대행업체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하지요. 배달대행업체는 음식점뿐 아니라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중개업체로 들어오는 주문을 대신 배달해주는 곳입니다. 자영업자나 프랜차이즈와 라이더(배달기사)를 연결해주는 역할이라고 보면 됩니다.
대부분의 라이더는 배달대행업체와 계약을 맺고 건당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일하는데요. 라이더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콜(주문)’이지요. 시간이 돈인 지라 한 건이라도 더 배달해야 하는 라이더에게 목숨 건 질주는 흔한 일입니다. 그러다 사고를 당한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요.
끔찍한 사고보다 심각한 건 배달대행업체 라이더 절반 이상은 산재에 가입되지 않았다는 사실일 텐데요. 매 순간 죽음을 넘나드는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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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 절반 이상 산재보험 가입 안 해
고등학생이던 A는 B 배달대행업체에서 일감을 받아 음식을 배달하는 알바를 했습니다. B의 배달 앱을 설치한 음식점에서 배달 요청을 하면 A가 이를 수락해 음식을 고객에게 배달하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었지요. 안타깝게도 A는 배달 중 무단횡단하던 보행자와 충돌해 척수가 다치는 중상을 입게 됩니다.
A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고했고, 공단은 A를 B의 근로자로 보고 산재보험급여로 5000만원을 지급했지요. 공단은 그러면서 B에게 ‘근로자를 고용하면서도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며 A에게 지급한 5000만원 가운데 절반을 징수하겠다고 통지했습니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사업주가 산재보험 신고를 게을리 한 기간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지급한 산재보험급여 일부를 사업주로부터 징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B는 근로자가 아닌 A는 산재보험에 가입할 필요도 없었다며 항변했습니다. 산재보험급여를 징수하겠다는 것은 근로복지공단의 명백한 ‘갑질’이라며 소송을 냈지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25조 제1항에 의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되는 직업은 대리운전기사,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퀵서비스 기사, 택배기사, 골프장 캐디, 방문판매원 등이 있다. [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1/25/joongang/20190125090200094jicd.jpg)
1심과 2심은 B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A는 지휘·감독 아래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A가 B 소속 라이더로 배달 업무를 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프랜차이즈에서 배달요청이 들어오더라도 그 요청을 거절할 수 있는 개인 사업자 성격을 띤다는 겁니다.
A는 B와 별도의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고 가맹점으로부터 건당 수수료를 받음으로써 이익을 얻었을 뿐, 별도의 고정급이나 상여금 등을 받지 않았다는 점도 참작됐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A가 B의 근로자가 아니라는 1심과 2심의 판단은 인정했지요. 하지만 A가 산재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지 판단해보라는 취지였습니다(대법원 2018. 4. 26. 선고 2016두49372).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25조 제1항은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않아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자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보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리운전기사,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퀵서비스 기사, 택배기사, 골프장캐디, 방문판매원 등입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25조 제1항.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부터 노무를 받는 사업은 근로자와 동일하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적용받는다. [제작 유솔]](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1/25/joongang/20190125090200198ymty.jpg)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부터 노무를 받는 사업은 근로자와 동일하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적용받는데요. 엄밀한 의미의 근로자는 아니지만, 예외적으로 근로자처럼 산업재해로부터 보호를 해주겠다는 겁니다. 대법원은 A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하는지 다시 판단하라며 2심으로 되돌려 보냈습니다.
그런데 라이더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1심과 2심에서 해당이 안 된다고 판단한 또 다른 사례가 있습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주로 하나의 사업에 필요한 노무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를 ‘전속성’이라 부릅니다. 그런데 1심과 2심은 전속성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라이더가 하나의 사업장이 아닌 여러 곳의 배달 업무를 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고, 마음만 먹으면 당연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 2018. 4. 26. 선고. 2017두74719). 대법원은 라이더가 다른 배달 업체의 앱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전속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반박한 셈이지요. 실제 해당 라이더는 다른 사업장의 배달을 한 적이 없기도 했고요.
라이더, 2020년 1월부터 산재 보호 대상에 포함
![라이더는 새로운 산업 구조에서 등장한 신종 노동자이다. 대부분 산재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국가나 사업주는 이들을 보호할 법적 의무가 없었지만 최근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산재 보호 대상이 '근로를 제공하는 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된다. [중앙포토]](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1/25/joongang/20190125090200339cbok.jpg)
라이더는 새로운 산업 구조에서 등장한 신종 노동자입니다. 대부분 산재 사각지대에 놓여 있지요. 그간 국가나 사업주는 이들을 보호할 법적 의무가 없었습니다. 산재가 발생할 경우 사고자가 예외적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란 점을 인정받은 뒤 급여를 청구할 수 있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최근 고 김용균 군 사망을 계기로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2020년 1월부터 산업재해로 인한 보호 대상이 ‘근로를 제공하는 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됩니다. 사업주와 근로계약을 맺고 일하는 근로자뿐 아니라 개인사업자이지만 일감을 주는 쪽에 종속돼 일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같은 사람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강화되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사업주는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 사전 조치를 해야 합니다. 배달 앱 회사는 위탁계약을 한 라이더에게 보호구를 지급하는 등 안전조치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할 겁니다.
김용우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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