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 강타한 대만 음식 열풍 '흑설탕 버블티' 불티..젤리·차·라면도 인기

노승욱 2019. 4. 2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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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시장에서 ‘대만 음식’ 열풍이 뜨겁다. 사진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내 대만 밀크티 브랜드 ‘더앨리’ 매장 앞에 소비자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사진 : 최영재 기자>
지난 4월 24일 대만 밀크티 브랜드 ‘더앨리’ 가로수길점.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 3시 반에도 매장 밖까지 긴 줄이 늘어섰다. 최근 열풍인 흑설탕(흑당) 버블티를 마시기 위해 각지에서 몰려든 인파다.

이은화·이소연 더앨리코리아 공동대표는 “가로수길점에만 매일 800~1000명의 고객이 방문한다. 지난해 9월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고객 절반이 대만 버블티에 익숙한 외국인이었는데 요즘은 70~80%가 한국인 고객이다. 최근 날씨가 더워져 더욱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국내 외식업계에서 ‘대만 음식’ 열풍이 뜨겁다. ‘더앨리’ ‘타이거슈가’ 등 흑설탕 버블티 매장마다 장사진을 치고, 프랜차이즈에서는 이를 모방한 카피캣 메뉴를 우후죽순 내놓고 있다. 대만 외식 브랜드들도 국내에 잇따라 매장을 내며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대만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며 대만 먹거리에 익숙해진 한국인들이 국내에서도 대만 음식을 일상식으로 즐기게 됐다는 분석이다.

대만관광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대만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105만명. 불과 2년 전 66만2000명에서 60%나 급증했다. 저가항공(LCC) 덕분에 동남아 여행이 대중화되고 야시장 등 대만 관광 콘텐츠가 많이 알려지며 대만이 매력적인 관광지로 급부상한 덕분이다. 대만의 주요 외식 브랜드도 한국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흑설탕 버블티다. ‘더앨리’ ‘타이거슈가’ ‘쩐주단’ 등 대만 현지 브랜드는 최근 서울, 부산 등에 오픈한 매장에서 연일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타이거슈가 홍대점은 업계 추산 월매출이 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무역센터점 더앨리 매장은 시그니처 메뉴인 ‘디어리오카’가 일평균 1000잔씩 팔린다.

지난해 11월 오픈 이후 무역센터점의 50여개 디저트 브랜드 중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 반응이 좋아 현재 무역센터점, 천호점, 대구점에 이어 판교점, 목동점에도 추가 출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버블티는 수년 전 ‘공차’를 통해 한국에 소개된 바 있다. 그런데 올 들어 흑설탕 버블티가 다시 인기를 얻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웰빙’ 키워드를 제시한다. 이은화 대표는 “더앨리는 매일 전 매장에서 100% 비정제 원당을 타피오카와 함께 끓여서 졸인 디어리오카를 이용해 음료를 만든다. 정제된 설탕보다 풍미가 깊고 자극적이지 않아 건강에도 좋다. 차를 이용한 밀크티는 커피보다 건강에 좋은 음료여서 이미 세계적으로 즐겨 마시는데 한국에서는 이제야 인기를 얻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흑설탕 버블티 외에도 다양한 대만 맛집의 한국 진출 러시가 줄을 잇는다.

대만 여행객 사이에서 ‘머스트 고(꼭 가야 하는)’ 맛집으로 유명한 ‘삼미식당(三味食堂)’도 지난 4월 강남에 문을 열었다. 삼미식당은 ‘손보다 더 큰 참치 스시’가 대표 메뉴로, 대만에서도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입장할 수 있을 정도다. ‘카이린 철판구이(凱林鐵板燒)’는 2017년 말 국내 백화점 식품 코너에 입점한 뒤 국내에서 2개 매장을 운영한다. 5개 매장이 진출한 ‘딘타이펑(鼎泰丰)’같이 다소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브랜드다. 음식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대만 현지 요리사를 고용했다. 타이중(台中)의 차 음료 브랜드 완포차(萬波·wanpo tea shop)는 조만간 홍대에 매장을 연다. 대만 샌드위치 브랜드 ‘홍루이젠’도 4월 10일 기준 284개 매장이 성업 중이다.

국내 편의점도 대만 음식 열풍에 발을 담그고 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누가크래커, 대왕젤리에 이어 GS25와 마찬가지로 대만 라면 ‘만한대찬(滿漢大餐)’ 판매에 나섰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대만 음식은 일본 특유의 섬세함과 중화풍 식문화가 적절히 섞여 있다. 대왕젤리는 국내 젤리 상품보다 약 2배 큰 크기 덕분에 붙은 애칭으로, 대만 필수 쇼핑 아이템으로 유명하다. CU에서 1차로 판매한 물량 18t이 약 10일 만에 모두 소진돼 재입고 중이다”라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대만 음식 열풍이 일시적 붐에 그치지 않고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창업컨설팅학과장(창업학 박사)은 “대만 음식은 한국인 입맛에 잘 맞고 음식문화 콘텐츠도 다양해 하나의 외식 카테고리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은화 대표는 “대만 음식 붐에 휩쓸리지 않고 연내 30개까지만 직영점을 열고 다양한 대만 음식을 한국에 소개할 계획이다. 흑당 버블티 외에도 밀크티, 프리미엄 차, 디저트 등 8가지 카테고리 메뉴를 하나씩 선보일 것”이라며 “최근 대만 음식을 모방한 메뉴가 급증하고 있지만 대만 음식 고유의 정체성(identity)과 분위기를 보여주지 못하면 롱런하기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천궈롱(陳國龍) 서울대만무역센터 관장·쩡루쉔(鄭如軒) 연구원

“대만 음식 매력은 맛·저렴·친밀감”

Q최근 한국에서 대만 열풍이 뜨겁다. 이유가 뭐라고 보시나.

A 대만 상품의 친밀감 또는 소박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대만 사람은 외국인 여행객이 도움을 요청할 때 친절하고 적극적으로 응대한다. 최근 대만을 많이 찾는 한국인이 이런 경험을 통해 대만 상품과 식품에 친밀감을 느끼게 된 것 같다. 또 대만 현지 음식이 맛 좋고 가격이 저렴한 것도 인기 요인이라고 본다.

Q대만 열풍은 일본에서도 뜨겁다. 한국과 일본에서 부는 대만 열풍의 차이가 있다면.

A 일본에서는 여고생 대상 설문조사에서 버블티가 새로운 연호 후보로 언급됐을 정도로 버블티 인기가 좋다. ‘사사진(謝謝珍珠·XIE XIE PEARL)’라는 일본 버블티 브랜드가 지난 4월 타이베이의 프랜차이즈 박람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단, 흑설탕 버블티 같은 단 음식은 건강을 챙기는 일본인에게는 수요가 적을 수 있다. 일본인은 상대적으로 차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버블티도 그 안의 차를 마시는 셈이다. 따라서 어떤 차를 사용해 버블티를 제조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반면 한국인은 버블 자체와 밀크티에 주목한다. 음료에 무언가를 넣는다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즉, 한국 시장에서는 버블의 식감이 굉장히 중요한 셈이다.

Q향후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인 대만 기업도 많다는데.

A 대만 지파이(닭튀김) 브랜드 ‘작계대사(炸鷄大獅)’는 주력 시장이 유럽과 동남아지만 한국 시장에 굉장한 흥미를 느끼고 있더라. 한국에 이미 많은 치킨 브랜드가 있지만, 대만의 지파이는 손으로 잡고 먹는 방식이어서 한국의 치킨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오는 10월 대만무역센터가 주최하는 ‘한일사업개척단’에 참가를 신청한 상태다.

버블티 브랜드 ‘수작공부차(手作工夫茶)’, 대만 과일차를 파는 ‘일방수과차(一芳水果茶)’도 최근 서울 프랜차이즈 박람회에 참가했다. 단, 대부분 대만 업체는 일본 시장에 더 관심이 많고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아직 세부적인 진출 계획은 없는 상태다. 대만 브랜드들은 일본에서 먼저 성공한 뒤 다시 한국에 진출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Q한국에서 대만 열풍이 어떻게 더 진화하고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나.

A 흑설탕 버블티 열풍이 지나가면 한국에 있는 대만 업자들은 무엇으로 한국 소비자 관심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커피나 아이스크림에 착안해 ‘흑설탕 버블티 아이스크림’ ‘흑설탕 라테’ 등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한국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시는 등 한 가지 상품을 좋아하면 인기가 계속 가는 것 같다. 이에 반해 대만 소비자는 개성이 강해 인기 상품이 자주 바뀐다. 흑설탕 버블티와 블랙슈거 버블티도 단 음식을 자주 먹지 않는 대만 소비자들은 한두 번 먹어볼 뿐, 계속 구매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대만에서는 식음료 상품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계속 부가 상품을 개발해낸다. 타이어 모양의 간식이나 빵, 팝콘 등이 대표 사례다.

Q향후 한국 시장에서 인기를 얻을 만한 대만 음식은 무엇이 있을까.

A 차륜병(車輪餠·타이어 모양 과자), 괄포(刮包·햄버거처럼 빵에 싸 먹는 음식), 계란빵 등의 디저트류가 미국과 유럽에서 굉장히 유행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프랜차이즈 기업이 아닌 야시장 먹거리일 뿐이지만 디저트류는 수출이 비교적 간단해 반응이 좋다. 버블티와 타이어 모양 과자를 같이 파는 브랜드의 ‘중력마조신촌(中壢馬祖新村)’도 한국에 들어올 수 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6호 (2019.05.01~2019.05.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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