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김장, 돼지고기김치∙명태김치∙준치김치 아시나요
2019. 1. 3. 01:01

━
속초 옥이네밥상: 동태 살, 돼지 목살이 푸짐하게 들어간 김치
속초 청호동에서 ‘옥이네밥상’을 운영하는 김옥이(61)씨는 ‘아바이마을 또순이’, ‘아바이마을의 딸’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 동네 빈한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열심히 살아 오늘날 음식으로 일가를 이뤘다. 매주 동네 노인정에 식사 봉사도 한다. 그 부지런하고 마음 따뜻한 성정을 아끼는 사람들이 그런 애칭을 붙여줬다. 그가 지난달 28일 두벌 김장을 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춥던 날이다. 서울 최저 기온 영하 14도, 속초는 영하 11도였다.
속초 옥이네밥상: 동태 살, 돼지 목살이 푸짐하게 들어간 김치
속초 청호동에서 ‘옥이네밥상’을 운영하는 김옥이(61)씨는 ‘아바이마을 또순이’, ‘아바이마을의 딸’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 동네 빈한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열심히 살아 오늘날 음식으로 일가를 이뤘다. 매주 동네 노인정에 식사 봉사도 한다. 그 부지런하고 마음 따뜻한 성정을 아끼는 사람들이 그런 애칭을 붙여줬다. 그가 지난달 28일 두벌 김장을 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춥던 날이다. 서울 최저 기온 영하 14도, 속초는 영하 11도였다.

그의 어머니는 함경도 바닷가 출신인데 어린 나이에 홀로 월남했다. 속초에서 의지할 데가 없어 아버지 집에 민며느리로 들어가 자라서 가정을 이뤘다. 어머니는 음식을 잘했다. 그 함경도 음식 솜씨를 딸이 물려받아 향토음식 식당을 하면서 10여 가지 젓갈을 담가 판매도 한다.
그는 돼지고기김치에 아릿한 추억이 있다. 어렵게 살던 1960년대 후반, 초등학생 때 매주 함경도에서 내려온 아바이마을 오징어 배 선주 집에 놋그릇을 닦으러 다녔다. 요즘으로 치면 초등학생이 알바를 다닌 거다. 그때 오징어 배가 있으면 엄청 부잣집이었다. 선주 집에서 돼지고기김치를 처음 먹어봤다. 고기가 귀하던 시절이기도 하지만, 그 김치가 어찌나 맛있었던지 잊을 수가 없었다. 생각이 나서 3년 전에 해 먹어봤다. 여전히 맛있었다. 그래서 올해 다시 담그기로 했다.
함경도에서 내려온 사람들 중에도 돼지고기김치는 부잣집에서나 먹던 고급 김치였다. 요즘도 아바이마을 노인정에서는 잔치국수를 해 먹으면 반드시 돼지고기 삶아서 그 국물에 국수 말고 편육을 고명으로 올려서 먹는다.



명태김치는 해마다 담근다. 속초 일반 가정에서도 많이 해 먹는다. 양념이나 김칫소 넣기는 돼지고기김치와 동일하지만 명태 살을 김치 쪽마다 줄기 사이에 서너 점씩 세 차례 넣는다. 명태 살에 별도의 양념은 하지 않는다.





배추는 초벌 김장은 직접 재배한 걸로 했다. 김씨는 통이 큰 것보다 키 작고 파란 잎이 적은 쌈배추 같을 걸 좋아한다. 시장에 가면 망에 들어있는 큰 포기는 사지 않고 1차 정선해 박스에 담아 파는 배추를 고른다.



명태김치와 돼지고기김치는 원가가 비싸 식당 손님용으로 쓰지는 못한다. 큰 단골이나 귀빈 접대용으로 쓴다. 별찬으로 팔아보라고 권했더니 김치를 따로 사 먹으라고 하면 원하는 손님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 파는 음식에 대해서도 들이는 정성을 몰라주고 왜 이리 비싸냐고 불평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의 아버지는 속초 외옹치가 고향이다. 조그만 문어 잡이 배를 가지고 있었다. 어렸을 때 아버지 배를 타고 새벽에 바다에 나가 일 돕고 아침에 들어와 학교에 가기도 했다. 앞바다 조도(청호초등학교에서 1.2㎞)까지 헤엄쳐 건너가 작살로 고기 잡고 홍합 따서 끓여 먹고 해초도 많아 뜯어오곤 했다. 거기가 어릴 적 놀이터였다. 먹을 것 부족하던 시절 바다는 풍요로웠다. 겨울에도 허벅지까지 물이 올라오는 바다에 들어가 전복∙해삼∙멍게∙파래 같은 걸 따다가 시장에 팔고 학교에 가기도 했다. 그때 터득한 바다가 오늘날 음식 솜씨의 밑거름이 됐다.
━
평택 댓골재 양조장: 준치 없어 10년 못 담가…대신 밴댕이로
평택시 포승읍 희곡리에 있는 댓골재 양조장(밝은세상녹색영농조합) 집안의 가전 비법인 준치김치는 2015년 슬로푸드 국제본부 ‘맛의 방주’ 목록에 올랐다. 지난해 9월 28일 SBS ‘폼 나게 먹자’ 프로그램에서도 이 김치를 소개했다. 양조장은 13대 토박이인 서양화가 이계송(71) 화백과 도예가이자 요리연구가 이인자(67)씨 부부가 두 딸과 함께 술도 빚으면서 음식점과 갤러리도 운영하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평택 댓골재 양조장: 준치 없어 10년 못 담가…대신 밴댕이로
평택시 포승읍 희곡리에 있는 댓골재 양조장(밝은세상녹색영농조합) 집안의 가전 비법인 준치김치는 2015년 슬로푸드 국제본부 ‘맛의 방주’ 목록에 올랐다. 지난해 9월 28일 SBS ‘폼 나게 먹자’ 프로그램에서도 이 김치를 소개했다. 양조장은 13대 토박이인 서양화가 이계송(71) 화백과 도예가이자 요리연구가 이인자(67)씨 부부가 두 딸과 함께 술도 빚으면서 음식점과 갤러리도 운영하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평택항에서 북동쪽으로 3㎞ 거리에 있는 양조장 안주인 이씨의 친정은 시집에서 아산만 건너 맞은편인 아산시 인주면이다. 결혼해 작품활동하는 화가 남편과 1980년대 말까지 서울에 살다가 귀향했다.

이 화백 아버지는 자수성가해 염전∙정미소(방앗간)∙목재상을 겸업했다. 이 일대에서 알아주는 알부자였는데 사람이 집에 오는 걸 좋아했다. “사람 많이 올 때가 호시절이다. 사람이 복이다”라고 늘 얘기했다. 아버지는 생신 때 잔치 대신 문객들을 초대해 시회(詩會)로 했다. 4~5월에 문객이 15명쯤 오고 구경꾼까지 수십 명이 모여도 다 대접을 했다. 손님이 많으면 하루에 쌀 한 섬(80㎏)이나 밥을 지었다.
잔치 음식은 주로 준치김치, 낙지 탕탕이와 연포탕이었다. 가을에 김치를 따로 만들어 행사용으로 광에 저장했다. 김치에 넣은 준치는 겨울을 나면서 뼈와 가시가 다 삭아 치아가 부실한 노인들이 먹기에 편했다. 준치는 단백질이 아주 풍부한 물고기이니 육류가 부족하던 시절 노인들에게는 보양음식도 됐을 것이다. 생일에는 다른 음식도 그런 사정을 다 고려해 장만했다.

이씨는 새댁 때 시어머니 김장 보조하면서 준치김치를 배웠다. 시어머니는 김장 날에는 준치 다져서 빚은 완자 넣고 가을 배추 탕을 끓였다. 절이다 떨어진 배춧잎으로 탕을 끓이기도 했다(강화 교동도에서도 김장 날 배추탕을 별미로 꼽았다). 시어머니는 이처럼 오래 두고 먹는 밑반찬보다 즉석요리를 즐겨 했다.

2017년 가을에는 시장에 일본산만 있다고 해 께름칙해서 안 샀다. 준치를 구하지 못하는 동안 ‘꿩 대신 닭’이라 하듯 밴댕이로 담갔다. 부인 이씨는 “내년부터는 일본 거라도 사다가 담가야겠다. 국산 준치 기다리다가 음식 대 끊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준치는 본래 4~7월 서남해안에서 잡히는 생선이다. 밴댕이도 비슷하다. 정약전(1758∼1816)은 『자산어보』에서 준치에 대해 “시어다. 속명을 준치어라 한다. 크기는 2~3자이고, 몸은 좁고 높다. 비늘이 크고 가시가 많으며, 등은 푸르다. 맛이 좋고 산뜻하다. 곡우가 지난 뒤에 우이도(신안군 도초면)에서 잡히기 시작한다. 점차 북상하여 6월 중에 해서(황해도)에 이르기 시작한다. 어부는 이를 쫓아 잡는데 늦은 것은 이른 것만 못하다. 작은 것은 크기가 3~4치이며 맛이 매우 박하다”고 설명했다. 자산어보의 시기는 음력 기준이고, 곡우는 양력 4월 20일쯤이다.

생 준치를 쓸 때는 살이 두꺼워서 소금을 많이 쓴다. 간수를 빼지 않은 소금을 사용하면 맛이 써서 김치를 버리게 된다. 짠맛에 쓴맛이 보태지면 먹을 수가 없다. 이렇게 저렇게 살림에 소금을 많이 써서 안주인은 소금 욕심이 많다. 20㎏짜리 100포대 정도는 늘 준비해두고 산다고 한다.
김치를 버무릴 때는 4등분해서 절인 배추에 갈피마다 양념을 버무린 다음 도마에 뉘고 뿌리 쪽에서 포기 중간까지 가로로 두 번(3층이 되도록) 칼집을 낸다. 그 사이에 양념으로 절인 밴댕이를 배춧잎 한 장에 한두 마리 꼴로 끼워 넣는다. 완성된 김치를 통에 담을 때는 밴댕이가 옆으로 새 나가지 않도록 포기를 나란히 뉘어 저장한다. 2017년 김장 때는 배추 12포기를 담그는 데 밴댕이 780마리가 들어갔다고 한다. 포기 당 65마리가 들어간 셈이다.


글∙사진=이택희(음식문화 이야기꾼) hahnon2@naver.com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앙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단독]"주이탈리아 北대사 잠적..서방국가 망명 타진"
- 극단적 선택 암시 신재민, 모텔서 발견..생명 지장없어
- 코스피 장중 2000 무너져.."지루한 약세장 본격 시작"
- "우윤근이 취업청탁 제안..1000만원 제3녹취 있다"
- 유시민 경제위기론 진단에 신세돈 "35년 학자에 모욕"
- '손정의 쇼크' 김정주, 넥슨 내놨다..최소 8조 될듯
- 이재갑 "노동계 목소리 반영하려다 일자리 수 놓쳤다"
- 분담금 말썽없는 일본·독일..9600억 한국만 논란, 왜
- '다된 밥' 인도에 3조 무기 수출..러시아 막판 훼방
- '특검팀 넘버3' 한국계 지니 리 손에 달린 트럼프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