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도 "조양호 연임 반대"..대한항공 내일 '운명의 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3/26/joongang/20190326195148590yqzg.jpg)
조양호(70) 한진그룹 회장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해외 연기금과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시민단체에 이어 26일에는 국민연금까지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26일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열고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했다. 장시간 회의 끝에 나온 결론은 조 회장 연임에 반대였다.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시작한 회의는 내부적으로 격론을 거듭하면서 오후 8시를 조금 앞두고 마무리됐다. 수탁자위원회는 지난 25일 오후 1차 회의를 열고 대한항공 관련 안건을 논의했지만 위원간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갈려 의결하지 못했다.
조 회장 측은 수탁자위원회 소속 위원 2명이 ‘이해관계 직무의 회피’ 의무를 어겼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대한항공은 입장자료를 내고 “이상훈ㆍ김경률 위원이 대한항공의 주식을 보유하거나 위임받은 주주로 활동하고 있다”며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특정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면 안 된다는 국민연금 윤리강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탁자위원회 관계자는 “이상훈 위원은 소액주주 활동을 위해 보유하던 대한항공 주식 ‘1주’ 때문에 이익충돌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25일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26일 오전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보유 중이던 1주를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에게 필생의 승부처는 27일 오전 9시부터 열리는 대한항공 정기 주총이다. 이 자리에선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주주들의 표결에 부쳐진다. 표 대결에서 진다면 조 회장은 1999년 4월 아버지 고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가 된지 20년 만에 대표이사 자리를 잃게 된다.
조 회장 입장에선 이번 주총에서 연임안 통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대한항공 등기이사 재선임안은 회사 정관에 따라 주총에 출석한 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주총 특별결의)를 얻어야 한다. 주총에서 주주들의 출석률이 80%라면 조 회장은 53.33%의 지지표가 필요하다. 최대주주인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33.35%다. 조 회장이 나머지 20%가량의 우호지분을 어디서 확보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다.
조 회장의 반대 측도 표 계산에 분주하다. 주총 출석률이 80%라고 가정하면 조 회장의 연임을 저지하는데 필요한 반대표는 26.67%다.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율(11.56%)을 고려하면 15.1%가량이 더 필요하다. 얼마나 많은 외국인ㆍ기관ㆍ소액주주들을 우군으로 확보하느냐가 문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따르면 세계 5대 연기금의 하나인 캐나다공적연기금(CPPIB)과 미국 플로리다연금,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 등은 대한항공 주총에 앞서 조 회장의 연임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중 플로리다연금은 반대 이유로 “이사회가 충분히 독립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은 소액주주(지분율 약 56%)의 위임장 확보에 나섰다. 이들은 주총을 3주가량 남겨둔 지난 8일 “조 회장의 연임안 통과를 저지하겠다”며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는 공시를 했다.
조 회장 측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의결권 위임 대리인과 대행사를 선임하고 찬성하는 주주들의 위임장 모으기에 나섰다. 양측이 각각 얼마나 많은 위임장을 모았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3년 전인 2016년 3월 대한항공 주총 때도 조 회장의 재선임 안건에 ‘과도한 겸임, 장기 연임’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당시 조 회장은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표 대결에서 승리하며 연임에 성공했다.
이에스더ㆍ곽재민ㆍ정용환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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