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평양냉면 5대 전설, 을지면옥 철거된다
5대 평양냉면집 을지면옥도 철거 예정
"남편 태어난 곳. 쫓겨날 때까지 장사할 것"
노가리 골목도 일부 철거 앞두고 있어
"박원순 시장이 시민 기만하고 있다"

을지면옥은 종로구 장사동, 중구 을지로동ㆍ광희동 일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2구역에 속해 있다. 이 구역은 2017년 4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다음 단계인 관리처분계획을 통과하면 철거에 들어간 인근 공구상 거리처럼 사라지게 된다.
![을지면옥이 속한 세운 3-2구역의 재개발 후 조감도. [사진 한호건설그룹 홈페이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1/16/joongang/20190116000536196gerp.jpg)
을지면옥은 큰 길가에서 안쪽 건물로 갈 수 있는 통로만 보인다. 손님들이 다니기 편하도록 앞 건물의 한쪽을 임대해 만든 것이다. 점포 사이에 조그맣게 들어서 있어 자칫 한눈팔다 지나치기 쉽다. 이조차도 을지면옥의 맛이 됐다.



이른바 ‘박원순표 도시재생 1기 프로젝트’였다. 박 시장의 역점 사업으로 꼽히며, 서울시는 세운상가 일대 제조업의 잠재력을 활용해 ‘메이커스 스페이스’로 만들겠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세운상가 안에 창업공간인 ‘세운 메이커스 큐브’를 만들고 젊은 작가들을 입주시켰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도심 창의제조산업의 혁신지로 만들겠다’는 포부였다.
그런데 세운재정비촉진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세운상가만 남겨질 모양새다. 한국전쟁 이후 공구상들이 모여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전초기지가 통째로 사라지고 있다.
올 초부터 본격적인 철거 작업에 들어간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1, 3-4ㆍ5구역의 경우 영업하던 400여개의 공구상이 이전하거나 폐업했다. 그 자리에는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해 말 서울시가 발표한 주거비율이 90%까지 높아지는 도심 재개발 사업의 첫 번째 대상 지역이다.
서울시의 전면 철거 움직임에 젊은 창작자들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세운메이커스 큐브에 입주해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 전유진씨는 “세운상가 일대의 제작기술을 활용해 메이커 문화를 활성화하겠다는 포부로 입주했는데 거래처는 철거되고 세운상가만 기념비처럼 덜렁 남게 됐다”며 “‘청계천ㆍ을지로에서는 인공위성도 만들 수 있다’는 말처럼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제조업 장인들이 모인 곳이 한순간에 철거되니 절망적이다”고 말했다.
세운상가에 입주해 있는, 백남준 작가의 엔지니어였던 이정성 장인은 “서울시가 지난해 세운상가를 발전시키고 재생하는 데 힘써달라며 16명의 장인까지 뽑아놓고, 뒤에서 헐고 들어오고 있다”며 “서울시가 세운상가 일대에서 하는 것은 재생이 아니라 재개발이다. 시장이 시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구청 관계자는 “을지로 일대가 워낙 노후해 재개발은 불가피한데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를 놓고서 서울시의 정책과 철학이 충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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