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간통엔 사형" 브루나이, 정작 국왕은 '음란파티광' 논란
3일 시행 샤리아에 따라 절도범은 손목·발목 절단
"인권 침해 심각" 국제앰네스티 등 국제사회 반발
52년째 집권 볼키아 국왕, 자산 22조 넘는 갑부
석유 독점하며 무상복지로 왕실 반대여론 탄압
인구 42만명의 작은 동남아시아 국가 브루나이가 도입할 새 형법을 두고 국제사회가 시끌벅적하다.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임을 감안해도 3일(현지시간)부터 시행하는 샤리아(이슬람 관습법)가 지나친 인권 침해를 담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2017년 10월 5일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세리베가완에서 열린 즉위 50주년 기념식 도중 환영 인파를 향해 축원하고 있는 하지 하사날 볼키아 국왕. [EPA=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4/09/joongang/20190409175148499dbuk.jpg)
무슬림에게 적용될 새 법을 두고 국제앰네스티(AI)는 “인권 침해”라며 "브루나이는 이런 잔인한 형벌을 적용하려는 계획을 즉각 중단하고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 국무부도 성명을 통해 “새로운 형법으로 인한 인권 침해와 LGBT(동성애자 등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1일(현지시간) 영국 더 타임스에 따르면 새 법은 하지 하사날 볼키아(73) 국왕의 명령으로 지난 2014년부터 추진됐다. 당시에도 인권 침해 논란이 거셌던 데다 관계 법령이 갖춰지지 않아 실제 시행은 미뤄져 왔다고 한다. 그 사이 브루나이는 상대적으로 논란이 적은 관습법, 예컨대 성탄절 트리 금지 등을 먼저 시행했다.

“10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소송은 일약 세계적인 화제가 됐지만 브루나이 왕실 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소송은 취하됐고 양측 간에 별도 합의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볼키아 국왕이 왕궁 내 하렘에 수십명의 미성년 소녀들을 두고 '성 시중'을 들게 하는 '섹스·음란파티광'이라는 논란도 이즈음 불거졌다.
잠잠하던 브루나이가 또 한번 외신을 타게 된 것은 2000년 이번엔 국왕이 동생 제프리 왕자를 공금 횡령죄로 제소하면서다. 왕은 당시 소장에서 ‘제프리가 투자청장과 재무장관을 맡았던 1980~90년대에 무려 400억 달러가 국고에서 사라졌고 이 중 150억 달러가 제프리 왕자의 계좌로 들어간 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소송은 조정으로 마무리됐는데 제프리 왕자가 국고로 환원한 자산은 알려진 것만 고급 차량 2500대, 그림 100점, 요트 5대, 비행기 9대 등이었다.
![브루나이가 새로 도입하는 샤리아(이슬람관습법) 형법이 "인권 침해"라면서 브루나이 왕실 소유 호텔들에 대한 불매운동을 호소하고 나선 배우 조지 클루니(왼쪽)와 하지 하사날 볼키아 국왕. [AP=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4/09/joongang/20190409175148887pojl.jpg)
앞서 새 형법 시행이 알려지자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는 브루나이 왕가가 소유한 9개 고급 호텔에 대한 불매운동에 돌입했다. 평소 반전·인권 운동에 앞장서 온 클루니는 지난달 28일 미국 온라인 연예매체 '데드라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이들 호텔에 머무르거나 모임을 하거나 저녁 식사를 할 때마다 우리는 동성애 또는 간통을 이유로 자국 시민에게 죽을 때까지 채찍질하거나 돌을 던지는 사람들의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루니가 문제 삼는 9개 호텔은 브루나이 투자청 소유의 '도체스터 컬렉션' 럭셔리 체인에 해당하며, 영국(3곳)·미국(2곳)·프랑스(2곳)·이탈리아(2곳)에 자리하고 있다. 영국의 전설적 팝스타이자 그 자신이 동성애자인 엘튼 존도 1일 ‘호텔 보이콧’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밖에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와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헬렌 클라크 전 뉴질랜드 총리 등도 브루나이의 새 형법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아시아 순방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여사가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브루나이 왕궁에서 열린 국빈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브루나이 국왕 관저는 1788개의 방과 257개의 목욕탕, 5개의 수영장에다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회장을 갖추는 등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관저로 알려진다.[사진 청와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4/09/joongang/20190409175149030ldis.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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