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에 일침 날린 '극한직업', 천만 관객도 가능할까
[오마이뉴스 김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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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극한직업> 포스터. |
| ⓒ CJ엔터테인먼트 |
이병헌 감독은 2008년 <과속스캔들> 각색 작업으로 영화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뒤 쉼없이 일에 매진해왔다. 코미디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에 특화된 그는 영화와 방송을 넘나들며 각색뿐만 아니라 각본, 감독, 제작 그리고 출연까지 섭렵했다.
<힘내요, 병헌씨>라는 저조 섞인 짠하고 웃긴 코미디 드라마 독립영화로 장편 데뷔한 이병헌 감독은 영화 <스물>로 크게 히트했다. 하지만 그도 '소포모어 징크스'를 피해가지는 못했던 걸까.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은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크게 좋지 못했다.
그의 스타일은 장진 감독을 떠올리게 한다. 이병헌 감독 역시 꾸준히 코미디 드라마 장르를 추구하며 다양한 웃음을 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병헌 감독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작품을 내놓았다. 한동안 작품마다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쓴맛을 봐야 했던 류승룡이 재기를 노린 작품 <극한직업>이다. 아주 잘 빠진 코미디 액션 영화로, 이병헌 감독과 류승룡 배우의 재기는 따놓은 당상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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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복근무냐, 치킨판매냐. 그것이 문제로다.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
| ⓒ CJ엔터테인먼트 |
국제 마약 조직에서 마약을 국내에 밀반입한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 고반장, 장형사(이하늬 분), 마형사(진선규 분), 영호(이동휘 분), 재훈(공명 분)은 파리 날리는 치킨집에서 잠복수사를 시작한다. 한데, 치킨집이 곧 문을 닫는다고 한다. 마땅한 잠복처를 찾지 못한 그들은 고반장의 퇴직금을 털어 치킨집을 인수한다.
치킨집에 24시간 잠복수사 풀가동의 거점을 마련한 마약반. 그런데 파리만 날리던 치킨집에 갑자기 하루 열 팀이 넘는 손님이 오는 게 아닌가. 오는 손님을 계속 돌려보내면 더 눈에 띌 터다. 그래서 그들은 직접 치킨을 만들어 팔기로 한다. 그러나 이게 무슨 일일까. 마형사가 부모님께서 오랫동안 해오신 갈비집 소스로 만든 치킨으로 '대박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된 것이다.
잠복 근무는커녕 몰려오는 손님들 덕분에 한없이 바쁘기만 한 마약반이다. 잠복근무를 하려고 치킨을 파는 건지, 치킨을 팔려고 잠복근무를 하는 건지. 너무 바빠서 아무 생각이 없는 그들, 그러던 어느 날 잠복근무에도 치킨판매에도 비상이 걸린다.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은 잠복근무를 계속할 것인가 치킨판매를 계속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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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도 100% 웃음을 위한 코미디, 코미디를 위해 영화는 모든 것을 건다.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
| ⓒ CJ엔터테인먼트 |
원활한 잠복근무를 위해 치킨집을 인수했다가 대박이 난다는 참신한 설정을 앞세운 영화 <극한직업>. 정녕 영화의 모든 것이 웃음을 주려는 수단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작정하고 웃긴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걸 제대로 알게 해주는 이 영화는 쓸데 없이 무게를 잡았던 요즘 한국 영화에 던지는 일침으로 보이기도 한다. "너무 무게 잡지 말고, 웃기려면 제대로 웃깁시다."
그야말로 대놓고 코미디에 올인하는 건 사실 많은 걸 포기하는 선택이다. 요즘 한국영화에 '메시지' 하나 제대로 넣지 않은 영화가 없지 않은가. 사회, 개인, 가정, 학교, 회사 등 장르 불문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유추하게 하고 질문 또는 대답하게 한다.
반면, 이 영화는 '치킨'으로 대변되는 소시민, 자영업자의 애환조차 코미디로 희석시켜 버린다. 자칫 눈살 찌푸리게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오직 코미디'로 돌파해 버린다. 대사와 캐릭터 장면을 통해 장르를 '짬뽕'시키고 파괴시켜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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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과 마약조직의 이야기다 보니 진지함과 액션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데, 상당히 괜찮다.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
| ⓒ CJ엔터테인먼트 |
이 영화가 '킬링타임용'이라는 건 이미 말할 것도 없다. 시간이 가는 게 야속할 정도로 쉼없이 웃기고 예측 가능한 웃음, 예측 불가능한 웃음을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웃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 웃음의 '융단폭격'을 날리는 와중에도 나름의 진지함과 액션이라는 괜찮은 무기를 장착하고 있다. 특히 액션은 생각 외로 볼 만하다.
완벽한 걸작이 아니고서야 대부분 영화의 스토리에는 수많은 구멍과 쉼표가 있다. 아니 어쩌면 그것들이 있어야 완벽한 영화라고 볼 수도 있다. 숨 돌릴 타이밍이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극한직업>에는 어떤 구멍이나 쉼표를 찾기 힘들다. 그것들을 모조리 코미디로 채워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후반에 이르러서는 웃음 동력이 조금 떨어지는 감이 있다. 그런가 싶더니 밀도와 타격감과 정확도 높은 액션이 그 빈 자리를 채우는 게 아닌가.
관객 300만 명 돌파에 성공한 <극한직업>은 설날 연휴를 관통해 2월도 접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세를 유지한다면 1000만 명 돌파도 꿈은 아닐 듯 보인다. 류승룡 배우의 재기는 물론 <광해, 왕이 된 남자> < 7번방의 선물 > <명량>에 이어 또다시 1000만 영화 주연 신화를 쓸 지 기대감이 모인다. 힘을 빼니 대박을 친 영화 속 수원왕갈비 통닭처럼, 류승룡 배우도 힘을 빼니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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