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수소경제 성공 필요조건 | 충전소 태부족..설치 막는 규제 OUT 中·日처럼 파격 지원 대중화 앞당겨야

정다운, 나건웅 2019. 1. 4. 09: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8년 10월 프랑스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현지에서 현대 수소전기차 ‘넥쏘’를 타는 장면은 의미하는 바가 컸다. 수소산업에 대한 국민적 호기심을 자극한 데다 최근 정부도 수소차 보급 확대에 드라이브를 거는 등 수소차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수소차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는 모습이다. 당장 소비자가 수소차를 타고 싶어도 충전소 등 인프라가 부족한 데다 정부 지원금도 넉넉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수소차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인프라 구축을 서두르는 한편 원활한 보급을 위한 규제 완화, 제조단가 인하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 11월까지 국내에 등록된 수소차는 모두 753대다. 반면 전국 수소충전소는 이에 크게 못 미친다. 서울, 울산, 광주 등 전국을 통틀어 15기(시험용 4기 포함)에 불과하다. 그나마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충전소는 고작 9기에 그친다. 이웃 국가인 일본의 경우 90여기로 훨씬 많다. 소비자가 연료 바닥날 걱정 없이 수소차를 타려면 전국 곳곳에 충전소가 있어야 하는데 여건은 아직 척박하다.

정부는 부랴부랴 수소충전소를 2019년 내 80여곳, 2022년 310곳까지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수소차 확산에 걸림돌도 적잖은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웬만한 크기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만 수십억원에 달한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수소충전소 설치에 필요한 부품·장비 중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설명에 따르면 고압탱크에 수소를 보관할 때 쓰는 압축기 등은 대부분 수입하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환경부가 비용 절반을 지원하고도 수소충전소 1기를 설치하는 데 30억원가량 든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프라 확충을 위해서는 수소충전소 부품 국산화로 충전소 설치 비용을 낮추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수소경제를 홍보하고 나서는데도 수소차, 수소충전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덜하다 보니 인프라 확산이 더디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수소충전소가 위험하다는 인식 탓에 관련 민원이 불거져 수소충전소 설치가 늦어진다는 것이다.

비단 학교가 아니더라도 국내에서는 학교와 전용주거지역, 상업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등에 충전소 설치가 제한된다. 정부가 최근 들어 개발제한구역 내 충전소 설치를 허용하는 등 일부 규제 완화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규제가 미국, 유럽보다 훨씬 까다롭다. 2018년 말부터 버스 차고지, 압축천연가스(CNG)충전소 등에 수소충전소 병행 설치가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충분한 인프라 구축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덧붙는다.

수소차 운전자의 ‘셀프 충전’ 허용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해달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2018년 10월 문 대통령은 파리 시내 수소충전소에서 운전자가 직접 충전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 장면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따라 수소충전소에 고용된 안전교육을 받은 직원만 직접 충전할 수 있고 ‘셀프충전’은 불법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운전자가 직접 충전하는 방안이 마련되면 수소충전소 운영비(연간 약 2억원) 중 상당 부분 부담이 줄어든다. 정부가 도심 수소충전소 설치 허용과 함께 셀프 충전 허용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좀 더 서둘러 수소차 보급 속도와 발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소차 상용화의 또 다른 관건은 자동차 자체 가격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가다. 현대차 넥쏘는 한 대당 6890만~7220만원으로 보조금 없이는 구입 부담이 크다.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수소차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려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수소차 제조단가를 낮춰야 한다”며 “초기에 민간 기업뿐 아니라 정부의 대규모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국내 업체보다 수소차 양산이 늦었던 다른 나라 움직임도 눈여겨볼 만하다.

수소차 양산은 2013년 투싼 ix35를 선보인 현대차가 최초였지만 오히려 해외 주요국은 수소차와 수소충전소 확충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한국이 태부족한 인프라와 규제로 주춤하는 사이 이웃 국가 일본, 중국뿐 아니라 미국, 독일에서도 수소차와 인프라 대중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수소차 보급 대수를 4만대로 늘린다는 목표다. 정부가 충전소 설치 비용 50%에다 충전소 운영 보조금까지 지원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수소차 구입 시에는 취득세, 중량세, 보유세도 5년간 면제한다.

중국은 중국대로 2030년까지 수소차 1000만대, 충전소 1000기 이상을 보급하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 현지에서는 정부 지원 아래 완성체 업체 10곳이 수소차를 개발하거나 양산 중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소차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질 때 정부가 지원을 대폭 늘려 대중화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은 수소차 1대당 최고 1만1000유로(약 1420만원)를 지원한다. 수소차 보급 목표치를 2025년 65만대, 2030년 180만대로 높여 잡았다. 수소충전소 보급 목표치도 2019년 100곳에서 2030년 1000곳으로 늘렸다. 독일 정부는 수소충전소 확대를 위해 총 4억유로(약 5160억원)를 투자, 설치비와 운영비 50% 이상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부족한 충전시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과 공기업이 손잡고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는 사례도 많다. 독일은 2017년 ‘H2 모빌리티’란 SPC를 출범시켰다. 에어리퀴드, 다임러, 린데, OMV, 셸, 토탈 등 6개사가 출자했다. 일본은 ‘수소충전소일본연합’이라는 SPC를 2017년 말 결성했다. 토요타, 닛산, 혼다, 도쿄가스, 이와타니, 도쿄통상,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이 주유소 부지를 활용해 충전소 건립에 나서고 있다.

인터뷰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

‘퍼스트무버’ 가능성 충분…‘수소경제’ 안착은 필수

Q현대차가 2030년까지 연간 50만대 규모 수소차 생산체제 구축 등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했는데.

A 완성차 업계 기대가 크지만 현대차가 오히려 목표를 너무 작게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멀리 보면 수소차 시장 잠재력이 크다는 얘기다. 전기차보다 수소차에 방점을 둔 현대차의 방향성은 높이 평가한다. 환경 측면에서 화석연료를 태워 만든 전기로 굴러가는 전기차는 환경 문제 해결에 바람직하지 않다. 기술 측면에서도 수소차가 더 낫다. 수소 생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화학·음료·콘크리트 대체용 재료 등 여러 산업 용도로 활용하는 기술이 쏟아져 나온다. 완전한 친환경 수송수단이 수소차인데 그쪽으로 안 갈 이유가 없다.

Q현대차가 ‘퍼스트무버’로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A 물론이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연료전지차량 기술 분야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투자를 해왔고 독보적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보유했다. 다만 현대차를 넘어 한국이라는 국가 관점에서 보면 얘기가 다르다. 오로지 차량 기술만으로는 어렵다. 일례로 중국은 수소 생산과 함께 운송·저장·처리 기술 등 인프라 부문 기술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처럼 관련 분야가 골고루 발전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이다.

Q수소경제 이행을 위해 인프라 구축이 시급해 보인다.

A 수소경제 전환은 단순히 대체에너지를 찾는 과정을 넘어 경제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혁명적 변화를 요구한다. 물론 혁신이 하루아침에 일어날 수는 없다. 기존 인프라와 산업 기반 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수소에너지 가치사슬’을 만드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한국은 철강, 석유화학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를 활용하는 등 다른 산업과 연계된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수소 인프라 구축은 당연히 현대차에도 반가운 일이다.

Q수소경제 안착을 위한 정부 역할은.

A 수소경제로 이행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기업 참여가 저조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명확한 의지를 밝히고 구체적인 목표와 로드맵, 추진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일본은 2013년 발표된 에너지기본계획 법안에 ‘수소사회 실현’을 명문화함으로써 정책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민간 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 한국은 연구개발이나 상용화에 있어 현대차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반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정부와 수소차 협의체 간 논의를 바탕으로 보조금 등 각종 지원 정책과 제도 개선을 통해 산업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0호 (2019.01.02~2019.01.01.08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