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기생충'이 표준근로 아이콘 된 점, 너무 민망"
[오마이뉴스 오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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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 인터뷰 사진 |
| ⓒ CJ엔터테인먼트 |
"20년째 나는 똑같다. 시나리오 쓰다가 콘티 그리고, 찍고 편집한다. 여전히 (개봉을 앞두면) 불안해한다."
칸국제영화제 최고 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지만 봉준호 감독은 생각보다 덤덤한 모습이었다. 그의 말대로 "칸은 이미 과거가 됐기" 때문일까. 봉 감독은 이번 수상으로 "전체 영화산업의 무게를 짊어지고 싶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영화 <기생충> 개봉일인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봉준호 감독을 만났다. <기생충>은 백수 가족의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친구의 소개로 글로벌 IT기업 CEO 박사장(이선균 분)의 저택에 과외 선생님으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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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 인터뷰 사진 |
| ⓒ CJ엔터테인먼트 |
감독 데뷔 20주년에 뜻깊은 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은 새삼 20년 전 데뷔작이었던 <플란다스의 개> 당시를 회상했다. 배우 변희봉과 함께 서울극장에서 소수의 관객과 함께 영화를 관람했던 기억을 털어놓은 그는 이제 명실상부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20년 전 변희봉 선생님을 모시고 주말 낮에 서울극장에서 <플란다스의 개>를 본 적이 있다. 이미 그때는 흥행이 안 되기 시작한 때였다. 결국 1, 2주 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다 내렸고 길게 갈 수 없다는 선고를 받은 상태였다. 식사에 반주를 한 잔 해서 둘다 얼굴이 붉어진 채 영화를 봤다. 변 선생님이 '온 사람들은 다 좋아하네' 하셨다. 문제는 (관객이) 많이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제 생각해보니 저를 위로하려고 그런 말씀을 하신 것 같다. 수상이 발표됐을 때 변희봉 선생님께도 축하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이번 칸영화제에서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의 후일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Once Upon a Time in Hollywood)>로 칸 경쟁부문에 초청된 타란티노 감독은 마지막 폐막식까지 남아 있었지만 수상이 불발됐다. 알고 보니 소통에 문제가 생겨 타란티노 감독은 본인이 수상하는 줄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 봉 감독은 영화제 폐막 전날 타란티노 감독을 만났다고 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좋은 형이고 다정다감한 면도 있다. 최고의 스타이지 않나. 이번 칸에 기라성 같은 감독이 많이 왔지만, 그는 스타 중 스타다. (칸에서) 서로 만날 일이 없었는데 24일 폐막 전날 영화제 측에서 소집한 공식 디너 행사가 있었고 거기서 만났다. 서로 늘 하던 대로 덕담을 주고 받았다. '아이 허드 매니 원더풀딩 어바웃 유어 필름(I heard many wonderful thing about your film)', '소 그레이트(so great)' 이런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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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 인터뷰 사진 |
| ⓒ CJ엔터테인먼트 |
그동안 <설국열차> <옥자> 등 스케일 큰 영화로, 또 미국 할리우드로 활동 영역을 넓혔던 봉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6년여 만에 봉준호다운 영화로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영화를 직접 만들었던 그의 말은 달랐다.
봉 감독은 "내가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은 항상 디졸브처럼 겹친다"며 "관객분들 입장에서야 개봉하는 순서대로 보니까 돌아왔다고 느끼겠지만, 나는 계속 일을 해왔기 때문에 '동시 패션'의 느낌"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 사이즈로 돌아왔다는 아늑함은 있다. 외국이냐 한국이냐 보다는, 영화의 크기에 대한 안도감이나 편안함 같다. <설국열차>나 <마더>가 천체망원경이라면 <기생충>은 현미경으로 찍은 듯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생충>은 주 52시간 근로시간을 지키며 촬영한 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주 52시간' 정책이 한국에서도 시행 1주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기생충>의 결정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뜨거웠다. 봉준호는 "나와 <기생충>이 표준근로의 아이콘이 된 점은 너무 민망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우리는 영화계 표준근로계약 도입에 공헌한 게 없다. 영화산업노조와 대표적인 투자 배급사, 제작사들이 장기간 동안 논의를 거쳐 정착된 것이다. 2017년 이후부터 메이저 투자배급사에서 제작하는 영화들은 대부분 그렇게 찍은 것으로 알고 있다. 스태프들의 급여도 정상화 됐기 때문에 미국, 일본 스태프와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는다더라. 제작부 막내 스태프에게 물어보시라. 우리만 지킨 게 아니고 봉준호와 <기생충>은 표준근로 정착에 공헌한 바도 없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봉준호는 올해로 꼬박 20년차 감독이 됐다. 그동안에도 국내외에서 수많은 상을 수상했지만 최고 영예의 상을 받고 난 이후이기에 그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커졌다. 이에 대한 봉준호의 부담감 역시 클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빨리 잊어버리고 싶다"며 귀국길에도 새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고 털어놨다.
"(칸에서) 귀국할 때도 시나리오를 썼다. 빨리 (수상이) 잊혀야 한다. 이게 제 커리어 하이라고 생각하면 무섭다. 이후에 언덕 길을 굴러 떨어진다는 소리가 아닌가. 그럴 수는 없다.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감독된 지 이제 20주년을 맞았다. 앞으로 20년을 더 버텨서 현역으로 있고 싶다. 현역으로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다). 한국에선 이제 50대를 맞았다. 앞으로도 시나리오를 쓸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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