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71cm의 '뛰어야 사는 남자' 그래도 행복한 LG 신민재

주로 경기 후반 1~2점 차 박빙의 순간, 그라운드를 밟는다. 빠른 발을 활용해 베이스를 훔치고, 홈 플레이트를 찍는 '조커 역할'이 그의 주된 임무다. KBO 리그를 대표하는 강명구(삼성 코치) 유재신(KIA) 등을 이어 '대주자'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그다. 주루코치를 오랫동안 맡았던 류중일 LG 감독은 그의 발견과 활약에 자주 박수를 친다.

4월 16일 창원 NC전에선 2-2로 맞서던 연장 11회초, 선두 타자 유강남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자 대주자로 투입돼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신민재는 이어진 무사 1·2루에서 희생번트 작전 때 김용의가 배트에 공을 맞히지 못해 횡사할 뻔했으나 주저하지 않고 3루로 뛰어 세이프됐다. 김용의의 내야 땅볼은 전진 수비 중이던 NC 유격수 노진혁이 공을 잡아 힘차게 홈으로 뿌렸으나 신민재의 발이 더 빨랐다. 3-2로 역전한 LG는 단숨에 분위기를 가져와 7-2로 이겼다.
그는 "군 제대 이후 어떻게 하면 팀에 도움이 되고 내 장점을 살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요즘은 대주자 성공 확률을 높이는 데 신경 쓴다"고 얘기했다.
신민재는 빠른 발에 자신감이 있다. "100m는 10초80, 50m는 5초 후반에 찍는다. 누상에서 플레이는 모르겠는데, 100m는 KBO 리그 선수들 가운데 가장 빠르게 달릴 자신이 있다"고 했다. 중학교 1학년 시절부터 감독님의 조언으로 3학년 선배들과 함께 뛰며 주력이 좋아졌다고 한다.
대주자는 자칫 '실수할까 봐'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라운드를 밟는 시간이 적어 이를 만회할 기회도 적다. 육성선수 출신으로 입단 5년 만에 처음 1군을 경험 중이지만, "대주자로 나가는 게 재밌다. 특별히 긴장하지는 않는다. '점수를 얻으면 팀이 더 해 볼 만하다' '오늘 이기겠다'는 생각에 즐겁다"며 강심장을 내비쳤다. 지난달 NC전에서 횡사 위기에 대해서도 "운이 좋았다. 그래도 위축되진 않았다"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
개막 엔트리에 등록돼 지난 27일까지 타석에 들어선 것은 고작 16차례에 불과하다. 대주자 역할에만 그치는 것이 아쉬울 수 있으나 신민재는 고개를 내젓는다. 그는 "지금 경기에 나가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타석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투양타인 그는 요즘 좌타자에만 집중하며 타율 0.375(16타수 6안타) 4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언제 타석에 들어설지 몰라 홈경기 시에는 오전부터 나와 방망이를 돌린다.
한정된 역할, 적은 기회에도 신민재는 요즘 행복하다. 연이은 실책으로 주전 2루수 정주현이 2군에 내려가면서 신민재에게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다. 그는 "1군 등록이 목표였는데, 대주자로 팀에 기여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 짜릿한 득점을 올리고도 겉으로 파이팅하지 못하고 속으로 '잘했어' 정도로만 칭찬한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그토록 고대해 온 1군 무대, 신민재는 이제 힘차게 첫발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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