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또다른 피해자 만드는 정준영 리스트..'찌라시' 돌리는 사회도 공범
"피해자 찾기가 놀이문화처럼 돼"
"난 아니다" 연예인들 힘겨운 싸움

이른바 ‘정준영 동영상’에 이들이 등장하는 것처럼 실명을 거론한 ‘찌라시’가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져 나간 결과다. 해당 연예인들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걱정 말아요” 같은 글을 올리며 팬들을 안심시켰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13일에는 하루 종일 각 소속사에서 “전혀 근거 없는 루머”라며 “강경하게 법적 대응 할 것”이라는 입장 발표가 줄을 이었다.
신기하게도 A가 강경 대응을 발표하고 나면 B의 이름이 새롭게 올라온다. 타깃만 바뀔 뿐 똑같은 과정이 반복된다. ‘이 사람은 뭔가 켕기는 게 있으니 아직 아무 말도 않는 것’이란 식의 심리가 발현되는 모양새다. 각각 성매매 알선 혐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는 승리와 정준영 두 사람인데 뜻밖의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아주대 사회학과 노명우 교수는 “사람들에게는 남이 추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최소한 나는 불행하지 않으니까 라고 느끼는 반사 심리가 있다”며 “특히 연예인의 경우 모두가 아는 사람이니 그 쾌감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방어기제가 크게 작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나영 교수는 “온라인에서 피해자 찾기가 마치 놀이문화처럼 여겨지는 게 문제”라며 “이는 개인의 삶을 위협하는 사회적 타살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디지털 성범죄나 찌라시 배포의 경우 가능 형량과 실제 판결의 간극이 너무 커서 심리적으로 범죄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연예인은 이미지가 중요한 직업이라 사건 장기화를 우려해 적극적 대응을 주저하거나 설령 고소에 나서도 중도 취하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씨는 이번 불법 동영상 사건에 대해 “3~4년 전에 불거졌다면 이만큼 관심받지 못했을 것”이라며 “범죄라는 인식을 공유하게 된 것 자체가 일종의 진전”이라고 지적했다.
또 “애당초 정준영씨가 같은 혐의로 처음 경찰 조사를 받았던 2016년에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아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수사당국 역시 엄단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발표하고 수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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