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천지개벽] (13) 대구 자갈마당(중구) | 슬럼가에서 중산층 최선호 주거지역 변신
# 대구 자갈마당. 1908년 일제에 의해 조성된 성매매 업소 집결지로 경상도 출신 남자라면 한번쯤 들어본 단어지 않을까. 비가 오면 진흙밭이 되는 습지를 돌로 메워 자갈마당으로 불렸다는 설이 있다. 한때 100개 넘는 업소에서 700여명의 성매매 여성이 일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곳 성매매 업소들은 지난해부터 개발사업 논의가 시작되면서 문을 닫기 시작해 5월 모두 영업을 중단했다. 6월 초 자갈마당이 철거에 들어가면서 약 11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자갈마당 철거를 바라보는 도원동 일대 주민의 표정은 만감이 교차한 모습이다. 집창촌이라는 이미지와 별개로 이곳은 대구에서 상당히 입지가 좋은 지역에 속한다. 최고 번화가인 동성로로 도보 이동이 가능하며 대구역도 인접해 있다. 이미 자갈마당 일대를 포함한 대구시 중구는 새 아파트 단지가 여럿 생기며 대구 신흥 주거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다. 자갈마당이 있던 자리는 약 1150가구 규모의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설 전망이다.
구도심이었던 대구 중구가 신흥 주거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구는 자갈마당과 같은 ‘집창촌’에 철물점과 공구 상가가 밀집한 지역이었다. 저녁만 되면 음산한 기운이 동네를 지배했으며 선호 주거지역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 일대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일이다. 성매매 업소가 철거되고 오래된 상가와 복잡했던 건축물이 새 아파트로 단장하면서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중구 일대는 입지적 장점으로 인해 대구 수성구 뒤를 잇는 새로운 명품 주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전국에서 홀로 ‘불황은 없다’
▷대구 아파트의 이유 있는 질주
대구 중구가 최근 인기 주거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구의 도시적인 특성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구는 비교적 오래된 도시다. 구도심을 중심으로 확장하며 발전하고 있었지만 사실 도심 내에 아파트 공급은 거의 없었다.
1980년대 이후 아파트가 대표적인 주거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대구에도 아파트 열풍이 불었다. 가장 먼저 아파트 공급이 시작된 곳은 수성구. 이미 학군으로 유명했던 수성구에 아파트를 짓자 중산층 시민들은 대거 수성구로 몰려왔다. 하지만 수성구는 부지 등이 부족해 더 이상 아파트를 지을 만한 땅이 없었다. 땅값도 비싸 500가구 규모 이상 새 아파트를 짓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1990년 후반부터 대구에는 비교적 외곽에 있는 달서구 새 아파트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으며 2000년대에는 북구 침산동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2010년을 전후해서 더 이상 도심 내에는 지을 만한 땅이 부족했다. 2010년을 전후해 달성군에 아파트 공급이 부쩍 늘었지만 소득이 높은 수요층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때부터 대구에는 중구를 중심으로 한 도심 재개발이 시작된다. 중구에 브랜드 있는 새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수성구에 거주했던 일부 중산층은 도심으로 눈을 돌렸다.
중구는 수성구와 비교해 학군은 떨어지지만 이미 자식을 모두 키운 부모 입장에서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교통이 편리하고 직장이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수성구에는 비교적 오래된 아파트가 많지만 도심에는 새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었다. ‘재력 있는 중산층의 이동’이 시작되면서 중구 아파트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몇 년간 대구 아파트 공급과 관련해서도 도심의 부활을 설명할 수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 아파트 공급량은 1만2262가구로 전년(1만8437가구) 대비 약 30% 넘게 감소했다.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은 “대구는 연평균 2만가구가 적정 공급량인데 최근 공급량이 줄다 보니 도심에 위치한 새 아파트 인기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대구는 수성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빠져 있다. 중구도 예외는 아니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고 청약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대구는 전국적으로 청약경쟁이 가장 치열한 지역이 됐다. 지난해 대구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44.6 대 1로 서울 평균(30.3 대 1)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수성구를 제외하면 가장 입지가 좋은 중구로 끊임없이 수요자가 몰리는 이유다.
▶대구 부동산 중심 떠오른 중구
▷수성구 학군 못지않은 인기몰이
중구에서 눈여겨볼 만한 지역은 어떤 곳이 있을까. 크게 두 곳으로 나뉜다. 앞에 얘기한 자갈마당 일대를 재개발한 지역과 신흥 주거지역인 대신동과 남산동 일대다.
중구 수창동에 위치해 2017년 준공한 ‘대구역센트럴자이’는 자갈마당과 인접해 있다. 자갈마당 일대가 천지개벽한 것도 이 단지가 들어섰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에서는 ‘대센자’라고 불리며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주변에 이렇다 할 아파트가 없는 ‘나 홀로 단지’임에도 ‘자이’라는 브랜드와 도심과 가깝다는 입지적 장점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초 5억원 초반대(전용 84㎡ 기준)에 매매됐던 이 단지는 최근 6억원 전후에 거래된다. 자갈마당 재개발이 완료되면 더욱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준공한 ‘대신센트럴자이’ 또한 중구를 대표하는 단지다. 대구지하철 2호선 반고개역이나 2호선과 3호선 환승역인 청라언덕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2년 전 4억원대 초반(전용 84㎡ 기준)에 거래됐던 이 단지는 최근 6억원 전후에 사고팔린다. 2015년 4월 준공 당시만 해도 3억원 후반대였지만 이후 한 번도 쉬지 않고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두 단지의 가장 큰 장점은 대구 최고 중심가인 동성로까지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했다는 점이다.
중구에서 또 다른 ‘힙’한 지역은 남산동이다. 이전부터 반월당과 가까운 입지로 주목받았지만 지하철 교통이 열악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2015년 3호선 개통과 함께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남산동 인기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지난해 전국 청약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단지는 모두 남산동이 배출(?)했다. 지하철 2호선과 3호선 환승역인 신남역 도보 3분 거리인 ‘e편한세상남산’은 지난해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경쟁률이 가장 높은 단지였다. 119가구 모집에 6만6000명이 청약해 경쟁률이 346 대 1에 달했다. 현재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며 내년 5월 입주할 예정이다.
e편한세상남산 옆에는 ‘남산롯데캐슬센트럴스카이’가 위치했다. 지난해 분양한 이 단지는 357가구 모집에 무려 10만명이 청약에 참여했다. 경쟁률은 284 대 1이다. 전국 아파트 분양 단지 중 ‘청약자 수 1위’를 기록했다. e편한세상남산(348가구)과 달리 비교적 대단지(987가구)라는 것도 장점 중 하나. 남산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2021년 두 단지가 모두 입주를 마치면 남산동은 수성구 뒤를 이어 대구 제2의 부촌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한다.
대구 중구 아파트 인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대구는 20년 이상 된 아파트가 전체 47%를 차지한다. 10~19년 된 아파트는 30%다. 10채 중 8채가 10년 이상 된 아파트다. 새 아파트 비중이 굉장히 낮다.
이진우 소장은 “대구 아파트 10채 중 8채가 10년 이상 된 아파트다 보니 새 아파트 욕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전국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완판 열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며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전반적으로 대구는 노후 아파트가 많아 교체수요는 꾸준한데 도심에 신규 공급이 많지 않다”면서도 “정비사업이 가능한 단지나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청약을 넣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13호 (2019.06.19~2019.06.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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