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사시 첫 동시합격자..최후의 연수원생, 조우상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이 아닌 것 같아요. 저 하나 때문에 수십 명의 교수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임명장을 주고…그저 얼떨떨합니다.”
법조인들 중에서도 엘리트들로 구성된 사법연수원 교수들에게 ‘개인 교습’을 받게 될 사람이 있다. 4일 사법연수생 마지막 기수인 50기로 홀로 입소한 조우상(33)씨가 그 주인공이다. 조씨를 끝으로 연수원은 더 이상 사법시험 합격자를 받지 않는다.
조씨는 한ㆍ일 사법시험 양쪽에 모두 도전해 합격한 특이한 이력으로도 화제가 됐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경복고를 졸업한 뒤 2005년 일본 게이오대 법률학과로 유학을 갔다. 도쿄대 로스쿨을 거쳐 2011년 일본 신사법시험에 합격했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한국 사법시험에도 도전해 2015년 11월 최종 합격했다.
합격 당시 나이는 서른 살. 군 복무를 더는 미룰 수 없어 군대에 다녀와 보니 사법연수원 입소자는 자신만 남게 됐다고 한다. 그는 ”그래도 한 번 사는 인생이라면 힘들어도 재미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음은 조씨와 일문일답.
-법조인을 꿈꾸게 된 계기가 있나.
=무역업을 하시는 아버지는 아들이 경영이나 경제학부에 진학해 일을 이어받기를 원하셨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학교에는 교칙이, 게임에는 규칙이 있듯이 인생의 모든 일에는 룰(rule)이 존재한다. 훗날 경영이나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이 룰을 알아야 무엇이든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법대 진학을 결정했다.
-사법시험을 이미 합격하고 또 4년을 들여 도전한 이유는.
=항상 남들과 다른 걸 해보고 싶었다. 한국과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꽤 있지만 일본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안다. 도쿄대 로스쿨을 다니면서 한국 사법시험 문제를 보고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 가능성이 어디까지인지 최대치를 해보고 싶었다.
-유튜브와 온라인에 공부 방식에 대해서도 연재하고 있는데. 공부에 관한 책도 냈다.
=사법시험을 쉽게 합격한 것 같아 보여도 사실 5~6년의 수험 생활을 거치며 낙방도 많이 했다. 고등학교 때도 반에서 13등 정도로 그리 잘하는 편은 아니었고, 공부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는 스타일이다. 텔레비전 선 끊고 스마트폰 어플도 지우고 나중에는 하루에 10시간 정도 공부를 했는데, 방이 감옥 같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공부로 워낙 고생을 많이 하다 보니 남들한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왜 그렇게 절실하게 살았나.
=법조인이 아니면, 사법시험에 붙지 않으면 내 인생이 시작되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미친 듯이 달리다 보니 중간에 다른 길로 빠질 수도 없었다. 일본 시험은 거의 한번에 붙었지만 한국 시험은 번번이 낙방했는데 뒤돌아보니 내가 일본 시험 합격을 믿고 나태해졌더라.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배수진을 쳐야 합격한다. 로스쿨도, 공무원 시험도 마찬가지다. 그냥 한 번 해볼까 하는 식으로 준비하면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내가 왜 이 공부를 하는지 명확히 알아야 공부를 지속할 수 있다.
![조우상씨는 공부 방법에 대한 조언을 주는 '유튜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조우상씨 유튜브 캡처]](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3/04/joongang/20190304143044009wqfd.jpg)
33명 교수진에 일대일 과외, 어떻게 진행되나
![조우상씨의 연수원 수업 시간표. [출처 사법연수원 홈페이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3/04/joongang/20190304143044222uxbg.jpg)
연수원 교수들은 조씨의 ‘나홀로 수업’ 방식을 놓고 격론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동영상 강의 및 전임 기수인 49기와의 공동 수업 비중을 늘려 조씨의 수업 시간표를 구성했다. 지도교수가 집중 지도하는 ‘1대 1 면담 수업’도 매주 가진다. 현재 33명의 교수진 중 6~8명이 조씨를 직접 가르칠 것으로 보인다. 2년 차엔 판·검사나 변호사 실무 수습을 한다.
그는 한국과 일본을 왕래하며 소송을 맡는 변호사나 국제 사건을 수사하는 외사부 검사,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문유석 판사를 보면 가슴이 뛴다고 한다. 그 중 어떤 게 자신의 모습이 될지는 정하지 않았다. 연수원 생활을 하며 차차 생각해나가기로 했다.
마지막 입소자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됐지만 그것이 꼭 조씨에게 유리한 일만은 아니다. ‘모든 것은 연수원 기수로 통한다’는 법조계에서 동기가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걸 자꾸 탓하면 스트레스만 받잖아요. 그 시간에 남들과 다른 걸 어떻게 만들어낼까 고민해야죠.” 걱정부터 하지 말자는 주의라며, 조씨는 환히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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