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이긴 놀라운 진화..바퀴벌레 이젠 인간이 못 막는다

최준호 2019. 6. 3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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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의 종류. [사진 미국 국립보건원]
요즘 들어 집 안팎에 바퀴벌레가 부쩍 많아졌다는 생각이 든다면, 틀린 추측이 아니다. 살충제에 대한 바퀴벌레의 내성(耐性)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어, 조만간 인류가 더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진화할 것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퍼듀대학 곤충학과의 마사 파르디시 박사 연구팀은 바퀴벌레 종류 중 개체 수가 가장 많은 독일바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바퀴벌레가 살충제에 대한 내성이 강해지는 쪽으로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제는 거의 모든 살충제에 대해서 내성을 가지게 됐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이달 초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됐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도 지난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 같은 연구결과를 다시 한번 전했다.

독일바퀴는 크기가 11~14mm로, 한국에서도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바퀴벌레 종류다. 기관지천식과 비염, 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하는 병원성 해충이다. 또한 음식물을 먹을 때 토해 놓고 쓰레기와 부패한 음식, 동물의 배설을 먹으며 더러운 곳에서 활동해 질병을 옮긴다.
지난해 8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학교급식에서 발견된 바퀴벌레. [사진 권익위]

퍼듀대 연구팀은 인디애나폴리스와 댄빌 지역에 3곳의 저층 아파트형 주택을 마련, 6개월 동안 독일바퀴들의 살충제 내성 실험을 했다. 살충제 중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아바멕틴과 붕산ㆍ티아메톡삼을 이용했다. 첫 번째 실험은 이 세 가지 종류의 살충제를 하나씩 돌아가며 사용했고, 두 번째 실험은 세 가지 살충제를 모두 섞은 것을 6개월간 모두 사용했다. 세 번째에는 실험 기간 동안 특정 살충제에 대한 내성이 가장 약한 바퀴벌레 군을 골라 관찰했다. 연구결과, 다양한 실험 방법에도 불구하고 일시적으로 특정 지역의 바퀴벌레 군이 줄어들지는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 바퀴벌레의 총 개체 수는 사실상 줄어들지 않는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바퀴벌레는 치명적인 살충제에도 불구하고 줄어들지 않는 걸까. 이번 연구에서 바퀴벌레가 어떻게 살충제 내성이 강화하는 쪽으로 진화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이언스 측은 일반적으로 바퀴벌레의 수명이 100일에 불과하기 때문에 특정 살충제에서 살아남은 개체가 다음 세대로 번식하면서 살충제 내성이 강한 쪽으로 빨리 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바퀴벌레를 물리칠 방법은 없을까. 퍼듀대 연구팀은 논문에서“바퀴벌레 퇴치는 살충제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살충제 외에도 평소 위생에 신경을 쓰고, 실내 구조를 (바퀴벌레가 서식하기 어렵게) 바꾸는 등 종합적 병해충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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