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장 5000억 시대, 제작사들의 위기감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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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뮤지컬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차세대 K-콘텐츠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티켓 가격이 오르면서 전체 매출 외형은 커졌지만, 공급 과잉으로 단일 작품당 실질 수익성은 악화했다. 제작비 상승의 주원인인 배우 개런티 문제는 구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한국 뮤지컬 시장은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같은 '오픈런(Open-run, 종영일을 정하지 않은 공연)'이 아니라 2~3개월 단위로 작품이 교체되는 '리미티드런(Limited-run)' 방식이 일반적이어서, 제작사는 제한된 기간 안에 제작비를 회수해야 한다. 그만큼 흥행 실패 위험이 크기 때문에 대관 심사와 투자 유치 과정에서 티켓 파워가 검증된 배우의 캐스팅이 중요 기준이 된다. 결국 제작사의 스타 배우 의존도가 높아지고 일부 배우에게 수요가 집중되면서 출연료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구조다. 이를 단지 '너무 비싸다'며 인위적으로 깎으려는 접근은 근본 대안이 될 수 없다. 이에 협회 차원에서도 스타 의존도를 낮추고 실력 있는 신인을 발굴하기 위해 콩쿠르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제작사가 신인 캐스팅과 실험적인 작품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영국 등에서 시행 중인 '제작비 세액공제 제도'나 '뮤지컬 전용 모태펀드' 같은 정책 지원이 도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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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뮤지컬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차세대 K-콘텐츠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국내 공연 시장 규모는 티켓 판매액 기준 1조 7326억 원으로, 이 중 뮤지컬(4989억 원)은 대중음악을 제외한 라이브 공연 장르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창작 뮤지컬 티켓 판매액(2298억 원)이 라이선스 뮤지컬을 75억 원 이상 앞질렀고, 대학로에서 출발한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브로드웨이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K-뮤지컬 성장의 주역인 뮤지컬 제작사들이 체감하는 현장에는 위기감이 감돈다. 제작비와 출연료 상승과 공연장 대관 난 심화로 작품의 실질 수익성이 떨어지는 데다, 해외 성과를 산업의 지속 가능한 자산으로 연결할 제도적 기반도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제작사들의 협의체인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의 한승원 회장을 만나 K-뮤지컬이 직면한 현안과 과제를 들어봤다. HJ컬쳐 대표이자 프로듀서인 한 회장은 ‘빈센트 반 고흐’ ‘파가니니’ 등 다수의 창작 뮤지컬을 제작했으며, 아시아권에서도 라이선스 및 투어 공연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가 출범한 배경은?
“현재 한국 뮤지컬 산업은 연간 5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제작 환경 악화와 시장 구조의 불균형이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원래 협회는 코로나19 시기 어려움을 겪던 제작사들이 힘을 모으자는 취지로 시작했으나, 점차 K-뮤지컬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 뜻을 모으는 창구로 자리매김했다. 뮤지컬 제작사는 무대를 직접 기획 및 제작하고 리스크를 짊어지는 ‘플레이어’인 동시에, 배우·스태프·투자자·관객이 모여 작품을 완성하도록 판을 깔아주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출범 당시 25개사로 시작해 현재 40개사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신생 제작사에는 계약 등 실무를 지원해 지속 가능한 제작 환경을 조성하도록 돕고 있다.”

- 뮤지컬계에서 배우 개런티 상승과 이로 인한 티켓 가격 인상이 문제로 지적받는데.
“티켓 가격이 오르면서 전체 매출 외형은 커졌지만, 공급 과잉으로 단일 작품당 실질 수익성은 악화했다. 제작비 상승의 주원인인 배우 개런티 문제는 구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한국 뮤지컬 시장은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같은 ‘오픈런(Open-run, 종영일을 정하지 않은 공연)’이 아니라 2~3개월 단위로 작품이 교체되는 ‘리미티드런(Limited-run)’ 방식이 일반적이어서, 제작사는 제한된 기간 안에 제작비를 회수해야 한다. 그만큼 흥행 실패 위험이 크기 때문에 대관 심사와 투자 유치 과정에서 티켓 파워가 검증된 배우의 캐스팅이 중요 기준이 된다. 결국 제작사의 스타 배우 의존도가 높아지고 일부 배우에게 수요가 집중되면서 출연료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구조다. 이를 단지 ‘너무 비싸다’며 인위적으로 깎으려는 접근은 근본 대안이 될 수 없다. 이에 협회 차원에서도 스타 의존도를 낮추고 실력 있는 신인을 발굴하기 위해 콩쿠르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제작사가 신인 캐스팅과 실험적인 작품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영국 등에서 시행 중인 ‘제작비 세액공제 제도’나 ‘뮤지컬 전용 모태펀드’ 같은 정책 지원이 도입되어야 한다.”
- 공연장 대관 부족 사태 역시 한국 뮤지컬계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하나?
“맞다. 대관 난의 근본 원인은 제한된 공연장 공급 대비 무대에 오르려는 작품이 꾸준히 쌓이고 있다는 점에 있다. 리미티드런 방식의 시장에서는 매년 신작이 개발되는 동시에 기존 작품도 재연과 삼연을 거치며 쌓이기 때문에 제작사가 보유한 레퍼토리가 계속 늘어난다. 여기에 지원 사업을 통한 신작 공연까지 더해지고 있지만, 이를 수용할 공연장과 유통 경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정된 공연장을 두고 신작과 기존 레퍼토리가 동시에 경쟁하면서 대관 포화 상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대극장은 신규 건립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 단기간 공급 확대가 어렵고, 그만큼 대관 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를 해소하려면 장기 공연이 가능한 뮤지컬 전용관을 확충하는 한편, 검증된 작품들이 지역 공연장을 통해 전국으로 유통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기존 작품이 재연·삼연을 거쳐 충분히 성장할 수 있도록 작품 개발과 공급 속도를 조절하는 정책도 병행되어야 한다.”
- 신작 창작에 편중된 공공 지원 사업에 대한 협회의 입장은 어떠한가?
“신작 개발 지원은 한국 뮤지컬의 창작 기반을 넓히는 데 필요하다. 다만 현재 공공 지원 사업이 ‘신작 IP 배출’에만 편중된 점은 아쉽다. 매년 신작이 쏟아져 레퍼토리는 쌓여가지만, 정작 재연·삼연을 거쳐 완성도를 높이는 단계별 디벨로핑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연출이나 무대·조명·음향 등 전문 무대 기술 스태프 육성 체계가 미비해 현장의 인력난이 심각하다. 영화계의 ‘한국영화아카데미’처럼 공적 자금으로 전문 스태프와 창작진을 체계적으로 교육·배출하는 아카데미 설립이 절실하다. 나아가 지원 사업의 평가 기준도 단기 성과나 흥행작 배출에 머물지 않고, 작품의 다양성과 실험성, 지속 가능성을 다각도로 반영하도록 전환되어야 한다.”

-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뮤지컬 해외 진출 및 대형 뮤지컬 시범사업 지원에 대한 의견은?
“뮤지컬 산업에 공공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다만 예산 집행을 위한 행정 절차와 실제 현장의 제작 호흡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K-뮤지컬 로드쇼’와 ‘뮤지컬국제마켓’ 같은 사업이 실질적 교두보가 되려면 참여자 모두가 사업 목적과 방향을 명확히 공유해야 한다. 단순히 작품 소개에 그치지 않도록 마켓 본연의 거래 기능과 해외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사전 현지화 컨설팅부터 사후 협상·계약 체결까지 단계별 지원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참가 작품 수나 인원, 상담 건수 같은 단순 수치가 아닌, 후속 협상·라이선스 계약·공동 제작 등 실질 성과 지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사업 효과를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선순환 지원 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 올해 신설된 ‘대형 뮤지컬 시범사업’ 역시 단년도 회계연도 내 예산을 집행해야 하다 보니 약 4~8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개발부터 쇼케이스, 트라이아웃 공연까지 마쳐야 하는 한계가 있다. 대형 뮤지컬은 개발과 창작진 구성, 투자 유치, 무대 제작 등에 최소 2~3년이 걸린다. 영미권처럼 여러 지역에서 장기간 트라이아웃을 거치기 어려운 국내 여건을 고려하면, 쇼케이스 이후 본공연 연계 지원을 확대하고, 작품 규모와 단계에 따라 2~3년에 걸친 다년도 디벨로핑을 보장하는 유연한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 최근 주목받는 ‘원 아시아 마켓(One Asia Market)’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나?
“‘원 아시아 마켓’은 아시아 뮤지컬 콘텐츠를 공동 제작·투자·유통하는 협력 생태계다. 현재는 한국이 우수한 창작 역량과 배우, 제작 경험으로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일본과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두 나라는 한국의 웹툰 IP와 창작진을 직접 계약하고 있으며, 일본은 영미권 지사를 통해 역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이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뮤지컬의 역할을 결정할 중요한 골든타임이다. 한국이 아시아 뮤지컬의 창작·개발 허브가 되려면 각국의 우수한 IP와 창작자 및 제작자가 한국의 개발 시스템과 만나 작품을 발전시키고, 이를 다시 세계 시장으로 유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모든 작품을 한국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한국을 거점으로 아시아의 창작 역량·자본·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자는 의미다. 이를 위해 정부가 실질적인 공동 개발·제작·투자·유통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국제 네트워크와 유통 기반을 장기적으로 지원해주기를 바란다.”
- 제작 환경 개선 외에, 근본 과제인 ‘관객 수요 확대’를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국내 관객 수요(파이) 자체를 획기적으로 키우는 것이다. 첫째는 ‘해외 관광객 흡수’다. 대극장 및 중소극장에 다국어 자막 시스템과 안내 체계를 구축해 외국인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관람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둘째는 ‘미래 관객인 청소년 저변 확대’다. 일본 극단 시키가 지자체·기업 메세나와 연계해 초등학생에게 무료 관람 기회를 제공하듯, 국내 학생 대상 관람 지원을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 관객층이 두꺼워져야 제작사도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해 선순환 생태계를 이룰 수 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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