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환경부, 아리셀 공장 현장 점검 ‘0번’…서면 조사만 실시
환경부가 지난 6월 31명의 사상자를 낸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전까지 해당 공장에 대해 단 한차례의 현장 조사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리셀 공장은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시설이지만, 환경부는 수년 간 ‘문제 없다’는 사측의 점검표만 믿고 현장에 나가지 않았다. 당국의 안일한 태도가 대형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청은 2020년부터 화재발생 직전인 2024년 5월까지 4년간 아리셀 공장의 화학물질관리법 이행 실태에 대해 단 한 차례도 대면 점검을 실시하지 않았다.
화학물질관리법 49조에 따라 환경부는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공장을 대상으로 화학사고 예방관리 등 법 이행사항 전반에 대해 매년 지도·점검을 해야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2020년부터 코로나를 이유로 아리셀 공장에 대해 대면점검을 하지 않은 것이다.
대신 환경부는 아리셀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점검표를 문서로 제출하는 ‘서면점검’ 방식으로 대면점검을 갈음했다. 아리셀은 법 이행사항 여부를 두고 대부분 ‘특이사항 없음’ 혹은 ‘이상 없음’이라고 표기해 환경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셀은 사고 발생 한달 전인 2024년 5월 24일에도 아리셀 공장 3동의 ‘물 반응성 물질이나 인화성 고체의 물 접촉으로 인한 화재·폭발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 ‘문제 없음’이라 기재한 자체 점검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아리셀이 생산하는 일차 전지엔 물에 반응해 불을 키울 수 있는 가연성 유기 물질(전해액)이 들어간다. 사측이 문제없다고 평가한 공장 3동에선 쌓여있던 리튬 배터리발 화재로 수십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점 바로 인근엔 유해화학물질 메틸에틸케톤(MEK)을 사용하는 마킹 공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메틸에틸케톤은 유해화학물질인 동시에 강력한 가연성 물질이다. 이 때문에 리튬과 같은 강력한 열폭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물질 가까이 두면 안 된다. 그러나 환경부는 사측의 자체 점검표만 믿고 현장을 가지 않아 이런 위험성을 사전에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는 아리셀 화재는 ‘화학 사고’가 아니기 때문에 환경부 책임이 아니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는 리튬은 위험물관리법상 3류 위험물에 해당해 점검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배터리 완제품의 결함에서 발생한 화재는 유해화학물질의 사용 및 보관 등 취급을 점검하는 환경부 소관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환경부의 인식이나 대응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부 명예교수는 “아리셀 화재는 명백한 화학 사고”라며 “정부가 유해화학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지 현장에서 확인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짚었다.
환경부는 대면점검을 상시화하기엔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한강유역청 관계자는 “수도권의 경우, 환경부 담당 인력 6명이 9865개 사업자를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력이 부족해 서면점검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환경부의 점검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서면 점검 대체 건수는 6638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19년 기준 현장 점검 100%에 달하던 환경부의 화관법 이행 사항 지도 점검 실적은 2023년엔 29%, 전체 9292개 사업장 중 2654개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근원 아주대 환경공학과 특임교수는 “유해화학물질이 아리셀 화재의 직접 원인은 아니라 해도 환경부가 현장 점검을 보다 잘 이행했더라면 유사한 사고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영 의원은 “환경부의 인력 부족 등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환경부 또한 부실한 현장점검 실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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