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칼럼] '김건희 나라'의 아부꾼들
[이충재 기자]
▲ 김건희 여사 육탄방어에 나서는 사정기관장들. 왼쪽부터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최재해 감사원장 |
ⓒ 오마이뉴스 이정민/유성호 |
검찰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가담 사실을 부인하고 뚜렷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는데 언제부터 피의자 진술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는지 의문이다. '프로크루스테스 침대'처럼 사전에 정해 놓은 무혐의에 맞지 않는 증거를 잘라냈으니 진실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그러니 당당하게 국감에 나가서 논리를 설파하면 된다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대통령실이 등을 떠밀었을지 모르나 '친윤 검사'인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먼저 손을 들었을 공산도 크다.
김 여사 육탄방어 나선 사정기관장들
'김건희 무혐의' 특명을 안고 이례적으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된 그는 더 높은 곳을 보고 있을 것이다. 국민의 손가락질보다 당장은 살아있는 권력에 충성해야 검찰총장이 될 수 있다는 욕심이 앞섰을 게다. 'V1'을 넘어 'V0'로 확인된 김 여사의 눈밖에 나면 어떤 경을 치는지 '정치 검사'들은 놀라운 후각으로 알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 검찰이 해체 수준으로 망가지든 말든 그건 나중 얘기다.
윤석열 정부에는 이창수 같은 사람이 도처에 널려 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11일 국감에서 김 여사 마포대교 순시 당시 "교통통제는 분명히 없었다"고 반복해 말했다. 그러다 마포대교 인근에서 연달아 접수된 교통불편 신고 112 녹취록이 공개돼 궁색해지자 서울경찰청에 답변을 떠넘겼다. 바통을 넘겨 받은 김봉식 서울청장은 한 술 더 떠 "통제는 없었지만 교통관리는 했다"는 기상천외한 답을 내놨다. 음주운전은 했는데 술은 안 마셨다는 거다.
"감사원은 대통령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소신을 가진 최재해 감사원장은 국감에서 김 여사 관저 공사 개입 의혹에 "아무 근거도 없는데 김 여사를 왜 조사하냐"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 "무속인 개입이 왜 위법인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김 여사 추천이 아니었으면 감히 무자격 업체가 대통령 관저를 공사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게 감사원이 할 일이다. 민간인인 무속인이 정부 공사에 관여했다면 그 자체로 위법이라는 것도 상식이다. 독립적 헌법기관의 위상을 김 여사 구하기에 내동댕이 친 셈이다.
국가의 사정기관장들이 일제히 김 여사 육탄방어에 나서는 모습은 도저히 정상적인 정부의 형태라고 볼 수 없다. 이 나라가 오직 김건희 한 사람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에 부역하는 이들은 끊임 없이 통치자의 심기를 살펴 명령에 따라 충성을 다하는 것이 본인의 역할이라고 스스로를 세뇌한다. 그래야 부끄러움 없이 좋은 자리를 얻고 개인의 영달을 꾀할 수 있어서다.
'바이든-날리면' 듣기평가에 이어 온 국민을 읽기평가 테스트로 몰아넣은 '오빠=친오빠' 해명을 한 용산 참모들은 어떤가. 김 여사와 가까운 대통령실의 '7간신'은 더하면 더했지 다르지 않을 거다. 아부꾼과 간신들의 특징은 권력이 기울었다 판단되면 누구보다 먼저 등에 칼을 꽂고 달아난다는 사실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권력에 빌붙은 호가호위이지 영원히 함께할 의리와 충성이 아니다. 어차피 '김건희 나라'는 그들에게도 시한부일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간신들이 득세하는 건 주군의 필요에 의해서일 경우가 많다. 아부꾼과 간신이 끊이지 않았던 까닭은 그들의 존재가 군주에게 이익이 됐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도 그들에게 한줌의 권력을 나눠주며 공생의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 나라가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 역사는 수도 없이 일깨워줬다. 우리도 그 길로 향하는 것 같아 두렵고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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