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실적 알바하고 20만원 받았는데”…범죄 자금 세탁 연루된 대학생

유명 커피 체인점의 거래 실적을 올려 회사 기여도를 높이는 업무라는 구인 광고에 속아 스미싱 조직의 범죄 수익금 2억6000만원을 자기 계좌로 대신 이체해준 대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회초년생, 주부들이 스미싱·보이스피싱 조직 또는 중고 물품 거래 사기 범죄 자금을 본인도 모르게 세탁했다가 범죄에 휘말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24일 경찰 등에 따르면 대학생인 A씨(20)는 지난해 7월 인스타그램에서 구인 게시글을 보고 응해 이틀간 2억6000만원을 쪼개기로 송금받아 다른 계좌에 이체했다. 구인 업체에선 계좌이체 대행 수수료로 20만원을 지급했다. A씨가 송금한 금액은 스미싱(문자메시지 SMS와 피싱의 합성어) 피해액이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편법인 줄은 알았으나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돈이 급해서 했다”며 “정상적인 면접이나 채용 절차 없이 텔레그램을 통해 합격 통보를 받고 바로 업무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달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위반 방조 혐의로 A씨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주부 B씨(48)는 지난해 5월 재택근무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면세점에서 대리 구매를 해주면 수수료를 주겠다는 제안에 응했다가 고초를 겪었다. 면세품 구매 방식이 이상하고 의심스러워 곧바로 그만뒀으나 이미 계좌는 사기 의심 계좌로 등록된 뒤였다. B씨가 가입한 면세점 사이트부터 가짜였다.

불과 4분 만에 1000만원을 세탁한 사회초년생도 검찰에 넘겨졌다. “고객 주식을 관리해주고 수익금을 돌려드리는 일”이라는 구인 광고에 속은 C씨(33)는 지난 2023년 6월 12일 오후 5시부터 불과 4분 사이에 200만원씩 5차례 총 1000만원을 입금받아 다른 계좌로 송금했다. 50만원을 수수료로 받은 C씨는 지난해 4월 경찰 조사 끝에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위반 방조 혐의로 송치됐다.
범죄 수익금 세탁을 숨기고 계좌 이체 대행 아르바이트로 포장한 구인·구직 광고 유형은 ①거래 실적을 올리면서 절세를 하기 위한 목적 ②고객 주식 관리 및 수익금 지급 관리 ③면세품 대리 구매 등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들을 수사한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모르고 자금 세탁에 가담했더라도 금융실명법 위반 방조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 계좌 이체 대행, 통장 대여 등은 주범의 탈법행위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을 경우 사기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대법원이 지난 2022년 10월 당사자가 어떠한 범죄에 본인 계좌가 이용됐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금융실명법 위반 방조범이 될 수 있다는 판례를 내놓으면서 주범의 고의를 모르는 단순 계좌(통장) 대여 행위자까지 처벌할 근거가 생겼다.
수사 현장에선 지난해부터 금융실명법 위반 방조 혐의를 적극 적용하고 있다. 실제 계좌 이체 대행 아르바이트 등 금융실명법 위반 방조 사건으로 사법정보공개포털에 공개된 판결문만 33건에 달한다.
김성택 경기남부청사이버수사1대장은 “하는 일에 비해 비합리적으로 높은 대가를 이익으로 얻는다면 의심해봐야 한다”며 “계좌 이체를 대신했다는 이유로 10% 수수료를 지급한다는 건 다분히 자금 세탁 범죄 이용 가능성이 높은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좌 이체, 고액 재택 아르바이트를 제안할 경우 응해선 안 된다”며 “정상적인 일자리가 아니라는 의심이 들면 곧바로 112 신고를 해달라”고 강조했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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