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사춘기 성장통인 줄 알았는데... 동물로 변한 소년
[장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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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애니멀 킹덤> 스틸컷 |
| ⓒ (주)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
다음 생이 있다면 인간이 아닌 동물 혹은 식물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지치는 순간이였던 거 같다. 일이 힘들거나 사람 관계 때문에 상처받았을 때, 막막해서 앞길이 보이지 않을 때 주로 들었던 생각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일은 바쁘고, 복잡하고, 귀찮으며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반려견 혹은 빛과 물만 먹고 사는 나무가 되면 훨씬 단순해질 수 있을까. 여러 생각을 하다 영화 <애니멀 킹덤>을 봤다.
인간이 동물로 변하는 세상이 찾아온다면, 모두가 동물로 변해서 태초로 돌아간다면 어떨까. 아마 지구는 지금보다 자정능력을 발휘할 것이고 모든 게 처음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누구나 공평하게 말과 지능을 잃어버리고 동물이 된다면 그것도 괜찮은 방법 같다고 느꼈다.
다만 이런 경우는 좀 난감하다. 집안의 가장이던 남자가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신하게 된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이나,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영화 <더 랍스터>처럼 기간 내에 짝을 찾지 못해 동물로 변해버린 상황이 그렇다. < 디스트릭트 9 >처럼 혐오하던 존재(외계인)로 변해버린 남자의 슬픈 처지는 아련함까지 더한다. 과연 가족이라도 사랑으로 돌봐주고 품어 줄 수 있을지 숱한 물음표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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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애니멀 킹덤> 스틸컷 |
| ⓒ (주)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
어느 날, 이들은 앰뷸런스 안에서 수인이 탈출하는 것을 목격한다. 거대한 새로 변한 남자는 얼굴에 붕대를 감고 있다. 날지 못하고 엉거주춤 도망치는 남자를 보며 두 사람은 충격에 휩싸인다. 에밀은 두렵고 무서웠지만 애써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이후 다른 수용소로 이송되던 엄마가 실종되면서 에밀에게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에밀이 수인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에밀은 예민해진 후각과 청각뿐만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자라는 털과 날카로운 손톱과 이빨을 감당하기 어려워한다. 두 발로 자전거를 타기 힘들고 갑자기 힘이 세지는 통에 완급조절이 어렵다. 학교에서도 겉돌기 시작하며 혼자 끙끙 앓았지만, 앰뷸런스를 탈출한 또 다른 수인인 픽스(톰 메르시에)를 만나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
날개가 생겨났지만 날지 못하고 걷지도 못하던 픽스는 혼자 힘으로 날고 싶어 안간힘을 쓴다. 이를 돕던 에밀 또한 인간과 동물 사이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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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애니멀 킹덤> 스틸컷 |
| ⓒ (주)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
새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괴물이라 불리는 사나이 반인반수 픽스는 영화의 주제를 드러낸다. 인간에서 동물로 변하는 새로운 시대와 종을 상징한다. 지금의 몰골로는 인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기에 생존하려면 반드시 비행을 터득해야 한다. 세상은 인간 중심으로 돌아간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동물의 번식을 막고 산을 깎아 도로를 낸다. 본능적으로 가던 길이 없어진 동물은 도로 위를 뛰어들다 죽음을 피하지 못한다.
픽스는 온갖 노력으로 후천적으로 얻은 날개를 펴 비행하려 고군분투한다. 마치 팬데믹을 처음 마주해 혼란스러웠던 인류의 과거가 떠오른다. 잠시였지만 팬데믹으로 인간 활동이 멈추니, 동물이 그 자리를 차지했고 지구는 깨끗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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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애니멀 킹덤> 스틸컷 |
| ⓒ (주)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
인간은 생각보다 참혹하고 나와 남을 분리하는 데 익숙하다. 인간일 때는 타인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동물이 되어가면서 인간성을 회복하는 아이러니다. 인간은 몸소 체험해야만 공감하고, 내 일이 될 때 훨씬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초반 프랑수아는 아들에게 자기 생각을 주입하고 따르라고 강요했지만, 아들까지 수인으로 변하자 생각을 바꾼다. 치료제가 개발되면 다시 인간으로 돌아올 거라 믿었지만 결국 포기한다. 에밀도 수인으로 변한 엄마를 수치스러워하며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나, 본인 일로 닥치자 생각을 바꾼다. 이해할 수 없는 일 앞에서 서로를 인정한다.
그래서일까. 마지막 장면을 잊을 수 없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영화를 보느냐에 따라 달리 보일 테지만 '해방감'이 느껴지는 엔딩이었다. 어쩌면 영화는 사춘기에 접어든 부자의 관계 회복 과정으로 읽힐 가족 드라마이며,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세상에 맞설 용기와 나다움을 찾는 성장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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