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녹슨 파이프라인과 AI의 만남...SK이노, 미래 먹거리 준비 한창
세계 최초 ‘AI 비파괴검사(IRIS) 자동 평가 솔루션’ 개발
지역 AI 스타트업 협업...다양한 분야 적용 가능
"인공지능, 디지털전환 기술 등을 통해 솔루션 고도화하고, 스마트플랜트 부문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낼 것입니다."
지난 24일 방문한 SK이노베이션의 정유·석유화학단지(울산 CLX)를 둘러보던 중 안내를 맡은 관계자가 말했다. 녹슨 파이프라인이 길게 늘어선, 주유소에서 맡을 만한 냄새가 가득한 곳에서 인공지능 스마트화라니 어색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회사가 밤낮 가리지 않고 매진하고 있는 과제 중 하나를 인공지능(AI)과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이 접목된 솔루션을 고도화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6년 업계 최초로 스마트플랜트를 도입하며 공정 자동화 혁신을 시작했다. 현재 공정운전, 설비관리, 안전·보건·환경(SHE) 분야에 AI와 DT를 적용한 스마트플랜트 2.0를 SK 울산 CLX에 적용하는 데 한창이다.
SK이노베이션이 AI∙DT를 통해 제조 혁신을 추진하는 것은 비용 개선, 시간 절약 등 기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스마트플랜트를 통해 사전에 위험 요소를 감지, 미리 설비 교체를 진행하면서 연간 100억원 이상의 비용 개선 효과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이 이를 위해 개발한 혁신 기술은 세계 최초 ‘AI 비파괴검사(IRIS) 자동 평가 솔루션’이다. 열교환기 결함 검사에 사용되는 기술로, 회사는 해당 솔루션을 미래 먹거리로 여기고 있다.
열교환기는 원유 온도를 높이고 석유제품 온도는 낮춰 저장을 쉽게 해주는 정유공장의 필수 설비 중 하나다. 통상 정유사는 수천개에 달하는 열교환기를 보유 중이다. 정유∙석유화학 설비 노후화 및 혹독한 운전환경으로 인해 균열, 부식, 마모가 잦다. SK이노베이션은 열교환기 고장 원인의 약 80%에 해당하는 기기 내 튜브 손상을 막기 위해 AI 솔루션을 도입했다.
이날 회사가 공개한 솔루션 시연을 보기 전까진 해당 기술과 SK이노베이션의 청사진에 대한 의심이 컸다.
통상 인공지능과 디지털을 상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정갈하게 정리된 책상 위의 컴퓨터와 정장 차림의 근무자가 앞을 지키고 있는 모습 말이다. 이날 공장 입구부터 길게 늘어선 크고 작은 파이프 라인의 모습은 AI∙DT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상이어서 SK이노베이션의 기술력을 끝까지 의심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AI 검사 솔루션은 의심을 기대로 바꿨다. 기존 열교환기 검사는 초음파를 이용해 촬영 후 전문가가 육안으로 결함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3mm 남짓한 튜브의 검사를 사람의 경험과 역량에 의존하기 때문에 정확도, 소요시간 등에서 한계가 있다. 특히 관련 분야 전문가가 감소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하지만 AI IRIS 검사는 검사기를 튜브에 넣고 모니터를 보는 것이 끝이었다. 모니터에서는 'AI가 검사를 시작했다'는 문구와 함께 검사 결과가 나열됐다. 검은 화면 내 문제점은 밝게 표시되면서 단번에 문제가 있는 곳을 확인할 수 있었다.
SK이노베이션이 이날 공개한 기술은 그간 문제로 지적돼 왔던 인간의 한계를 완벽히 해소할 수 있다. 실제 AI IRIS 기술은 정확도가 95%에 달한다.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도 90% 이상 단축 가능하다. 공정 비용도 50% 이상 감축이 가능하다. 해당 기술은 초음파로 촬영한 후,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AI가 결함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이번 솔루션이 주목받는 것은 지역 내 스타트업인 딥아이(DEEP AI)와의 협력을 통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산업계를 취재하면서도 보기 어려웠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전략적 협약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SK 울산CLX는 축적된 노하우와 데이터를 제공하고, 딥아이는 AI 기술을 적용해 솔루션을 구현해내는 방식이다. 여기에 정부 국비과제인 ‘제조업 AI 융합 기반 조성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솔루션 개발비용 등 울산광역시 지원까지 더해졌다.
SK 울산 CLX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딥아이와 함께 AI 비파괴검사(IRIS) 자동평가 솔루션을 고도화해 국내 전체 정유∙석유화학산업 뿐 아니라 동일기술이 적용되는 배관, 보일러, 탱크, 자동차, 항공기 부품 분야까지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더불어 해외시장 진출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딥아이 관계자도 "열교환기의 규격이 전세계적으로 통일되어 있어, SK와 성공적으로 국내 사업화에 성공한다면 향후 세계로 뻗어나가는 건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스마트플랜트 시스템 상업화의 핵심 기술은 오션허브(OCEAN-H ,Optimized & Connected Enterprise Asset Network Hub)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췄다. OCEAN-H는 정유∙석유화학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지난 60여년간 축적된 데이터로 다양한 상황에 맞춰 활용하게 구현한 모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초 OCEAN-H를 상업화한 후 해외 솔루션과 경쟁하며 현재까지 울산지역 정유∙석유화학업체 5개사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기존 문제점을 개선하고 국내 환경에 맞게 구현한 시스템이 업계의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SK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업체가 개발한 솔루션은 업무 환경의 차이로 인한 편의성,
활용성, 확장성 및 높은 비용 등의 문제점이 있었으나, 이를 대폭 개선한 점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OCEAN-H를 AI 접목이 필요한 제조업의 핵심 기술로 낙점해 지능화, 고도화에 매진하고 있다.
서관희 SK에너지 기술∙설비본부장은 "SK 울산CLX의 정유∙석유화학 전문성을 바탕으로 AI 등 다양한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다"며 "SK 울산CLX는 국내 최초 정유공장에 이어 국내 최초 스마트플랜트 도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만큼 확실한 성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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