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빈도 '무도실무관' 됐다…추석에도 추적 나서는 유단자들
" 팀장님, 출동해야 할 것 같습니다. " 법무부 소속 무도실무관 이성근(36)씨는 지난해 3월 전자감독장치(전자발찌) 부착 대상자 A씨가 타 지역 부모 집에 다녀오겠다고 통보하자 보호관찰관에게 이렇게 말했다. 부모 집에 간다던 A씨는 한적한 농로에서 전자발찌를 훼손한 뒤 이륜자동차를 타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낌새를 채고 출동한 이씨가 인근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금세 붙잡을 수 있었다. 이씨는 도합 19단(태권도 4단, 삼보, 4단, 합기도 3단, 특공무술 2단, 경호무술 2단, 격투기 4단) 무술 유단자다.
영화 ‘무도실무관’이 넷플릭스에 공개되면서 전자감독 대상자를 관리·추적하는 법무부 공무원 보호관찰관(작중 김성균 역)과 무도실무관(김우빈 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추석 연휴 시작을 하루 앞둔 13일 영화의 모티브가 된 직무를 수행하는 보호관찰관 최정훈(46·법무부 보호주사보) 계장과 무도실무관 이씨와 심이랑(28)씨를 만났다.
전자발찌 부착명령은 성폭력, 미성년자 유괴, 살인, 강도, 스토킹 등 재범 위험성이 높은 강력 범죄자에게 부과되는 처분이다. 이들의 위치, 생활을 관찰하는 보호관찰관과 짝을 이뤄 활동하는 무도실무관은 연휴를 반납한 채 24시간 밤낮없이 근무하고 있다. 이씨는 “이번 연휴도 추석 전날까지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야간 근무를 한다”며 “영화에서처럼 물리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대상자가 극도로 흥분하거나 자해, 타해 위험성이 있는 경우 제지해야 해 연휴를 반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와 한 팀인 최 계장은 전자발찌 제도 시행(2008년 9월) 이듬해인 2009년 12월에 입직한 15년 차 베테랑이다. 무도실무관 제도가 도입 전엔 보호관찰 담당자 혼자 200~300명의 대상자를 관리했다고 한다. 최 계장은 “혼자 나가서 귀가, 음주 여부 등 준수 의무 위반을 적발하고 전자발찌 부착 기간이 끝나면 ‘앞으로 당신들 볼 일 없어서 잘 됐다’ 등 대상자들의 듣기 거북한 언행도 참아야 했다”고 말했다.
법무부 소속 무기계약 공무직 신분인 무도실무관은 2013년 전자발찌 대상자에 대한 체계적 관리, 재범 방지를 위해 유단자 30명을 선발하면서 생겨난 직업이다. 채용 자격 조건은 학력, 경력 제한 없이 20세 이상 59세 이하 연령대에 무도 3단 이상, 운전면허 1종 보통 이상 소지자다. 고단자이거나 1종 대형 면허 소지자면 우대한다.
전자발찌 제도와 무도실무관 배치는 재범률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보호관찰관과 무도실무관은 지난 7월 31일 기준 각각 460명, 165명이 근무하고 있다. 제도가 시행된 2008년 9월 이후 현재까지 전자발찌 대상자는 2만2820명으로 현재 관리 대상자는 4215명이다. 최근 성폭력 사범의 동종 재범률은 2019년 1.7%(55건), 2022년 0.73%(24건), 올해 7월 말까지 13건(0.44%)으로 감소 추세다.
지난 2월엔 방송국 유명프로그램 프로듀서(PD)를 사칭한 전자발찌 대상자의 재범 시도를 적발하기도 했다. 부착 대상자 B씨는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를 사칭해 피팅 모델 구인 광고를 내고 불러내 성폭력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이었다. 출소 이후엔 PD를 사칭한 B씨를 보호관찰 당국에서 계도하려 했으나 수차례 준수사항을 위반해 전자장치부착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B씨는 최근 수원지법에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자장치부착법상 전자장치를 훼손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하고, 파손 및 분실할 경우 20만6000원~60만3000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무도실무관은 전국 각급 법원·검찰청 소재지의 각 보호관찰소에서 채용하기 때문에 ‘터줏대감’ 역할도 하고 있다. 최 계장은 “무도 주임들이 대상자 면면을 세세히 파악하고 있어 현장의 위험 상황에 도움을 주는 손발 역할 뿐 아니라 보호관찰관의 눈과 귀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했다.
용인대 경호학과 출신에 유도 4단인 심씨는 “10년간 유도 지도자 생활을 하다 희소성 있고 남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찾다 무도실무관이 됐다”며 “보호관찰소가 님비(NIMBY) 시설로 여겨져 안타깝지만, 대상자를 범죄에서 멀어지게 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일을 한다는 사명감과 보람을 가지고 근무하겠다”고 말했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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