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전설’ 이종범의 응원 편지 “도영아,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거라”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역대 11차례 진출한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우승을 거머쥐었다. 해태 시절 9번이나 정상을 밟았고, 2001년 KIA로 이름이 바뀐 뒤에는 2009년과 2017년 패권을 차지했다.
해태와 KIA를 거치며 쓰인 ‘왕조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있다. 바로 이종범(54)이다. 이종범은 건국대를 갓 졸업한 1993년 해태를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끌며 MVP로 선정됐다. 당시 성적은 7경기 타율 0.310(29타수 9안타) 4타점 3득점 7도루. 특히 해태가 1승1무2패로 몰린 5차전부터 7차전까지 도루 7개를 몰아치며 삼성 라이온즈 수비진을 흔들었다. 역대 41차례의 한국시리즈에서 신인이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한 사례는 이종범과 1986년 해태 김정수, 2005년 삼성 오승환뿐이다.
이종범은 1993년 한국시리즈를 통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호타준족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듬해에는 페넌트레이스 MVP도 거머쥐었고, 1997년 다시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하며 “야구는 이종범”이라는 강렬한 문구를 남겼다. 또, 2009년에는 한 번 더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가을의 전설’로 남은 이종범은 이번 삼성과 KIA의 한국시리즈를 바라보는 감회가 남다르다. 자신과 똑 닮은 후배가 KIA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제2의 이종범’이라고 불리는 김도영(21)이다. 대선배처럼 가을야구의 주인공을 꿈꾸는 김도영을 향해 이종범이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종범은 2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도영이는 올 시즌 누가 뭐라고 할 수 없는 완벽한 활약을 펼쳤다. 포스트시즌에는 아무래도 부담감이 있겠지만, 평소 하던 대로 방망이를 돌린다면 훌륭한 성적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2년 데뷔한 3루수 김도영은 올 시즌 141경기에서 타율 0.347 38홈런 109타점 143득점 40도루로 맹활약하며 KIA를 페넌트레이스 정상으로 올려놓았다. 역대 최연소 30홈런-30도루를 작성하며 호타준족의 계보를 이었고, 40홈런-40도루 눈앞까지 다다르면서 사실상 MVP를 예약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화끈한 방망이와 거침없는 주루 플레이로 ‘포스트 이종범’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올 시즌 내내 김도영의 활약을 지켜봤다는 이종범은 “주위에서 나와 도영이를 많이 비교해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같은 스물하나 나이로 놓았을 때 나는 대학생이었고, 도영이는 프로야구 선수다. 더 큰 무대에서 눈부신 성적을 낸 도영이가 당연히 월등하지 않나. 기술적으로 봐도 체격과 힘 전달력, 하체 위주의 타격 능력이 나보다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이종범의 평가대로 올해 김도영은 타격에선 흠잡을 곳이 없었다. 그러나 수비에선 아쉬움도 보였다. 141경기에서 실책 30개를 기록해 최다 불명예 타이틀을 얻었다. 이종범은 그러나 “전혀 걱정할 점이 없다. 도영이는 이제 20대 초반이다. 앞으로 성장할 시간이 충분히 남아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도영이가 실패를 통해 더 많은 경험을 했으면 한다. 도영이에겐 실패할 자유가 필요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더 거침없이 뛰어야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 나 역시 어릴 적에는 정말 많이 실수하고 실패했고, 이를 통해 발전했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기간 김도영이 짊어질 부담감도 이야기했다. 이종범은 “주위의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이번 가을야구에서 책임감이 클 텐데 이럴 때일수록 코치와 선배들의 조언이 중요하다. 혹여 실수가 나오더라도 잘 감싸주고 더 적극적으로 실수를 만회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선배로부터 따뜻한 조언을 받은 김도영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한국시리즈 1차전(서스펜디드 게임)과 2차전을 앞둔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김도영은 “존경하는 선배님께서 직접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할 다름이다. 선배님 말씀처럼 적극적으로 플레이하면서 후회 없이 한국시리즈를 즐기겠다. 또, 선배님의 명성을 이어가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광주=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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