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노장 배우들이 휘어 잡은 연극계의 이면 [D:이슈]

박정선 2024. 2. 2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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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연부터 마지막 공연까지 객석을 가득 채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 출연한 배우 신구는 지난 18일 마지막 공연을 마친 후 이 같은 소감을 전했다.

예술경영센터 2023년 총결산에 따르면 연극 티켓 판매액 상위 10개 공연에 이름을 올린 10개 작품 중 '셰익스피어 인 러브' '파우스트' '테베랜드' '아마데우스' '나무 위의 군대' '라스트 세션' 등 절반 이상이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인지도 있는 배우들이 출연한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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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연부터 마지막 공연까지 객석을 가득 채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파크컴퍼니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 출연한 배우 신구는 지난 18일 마지막 공연을 마친 후 이 같은 소감을 전했다. 신구를 비롯해 박근형, 박정자, 김학철, 김리안이 함께 출연하는 이 작품은 공연되는 내내 전석 매진 기록을 세웠다.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대표인 ‘고도를 기다리며’는 에스트라공(고고)과 블라디미르(디디)라는 두 방랑자가 실체가 없는 인물 고도(Godot)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내용의 희비극이다. 국내에서는 임영웅 연출로 1969년 초연해 약 1500회, 22만명의 관객을 모았지만, 이번 회차처럼 모든 회차가 매진된 건 이례적이다.

‘고도를 기다리며’ 뿐만 아니라 최근 80대 노장 배우들이 최근 몇 년간 연극계를 휘어잡고 있다. 이순재 주연의 연극 ‘리어왕’(2021)은 공연 당시 전석 매진을 이끌면서 앙코르 공연까지 이어졌고, 신구는 ‘라스트세션’(2022) ‘두 교황’ 등의 흥행을 이끌었다.

원로 배우들의 활약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다. 배우들에게는 80대 배우들이 여전히 도전하고, 연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귀감이 됐다. 또 평소 공연 관람이 높지 않은 50대 이상 관객을 공연장으로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최근 연령대별 연극 예매 현황을 보면 40~50대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다. 자녀들이 예매해 부모님을 모시고 공연장을 찾는 경우도 많아 실제 객석에는 중장년층이 더욱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연극을 보지 않았던 젊은 층도 대거 유입됐다.

그런데 갑자기 ‘뚝’ 떨어진 배우들이 아닌, 기존에도 활발히 무대를 누비던 배우들의 활약이 새삼 주목을 받은 시기와 이유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 시작점엔 배우 오영수가 있다. 당시 그는 ‘오징어게임’에 출연하면서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골든글로브 TV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았고, 같은 시기 연극 ‘라스트세션’에 출연하면서 공연을 모두 매진시켰다. 공연은 꾸준한 인기로 2주 연장 진행됐다.

그 이후로 대중 매체 활동을 통해 인기를 끈 원로 배우들의 무대에서의 활약이 이어졌고, 대중도 그들의 연기를 더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통로를 찾은 셈이다. 다만 이 시기는 되는 공연만 되는, 연극계 양극화가 심화된 때이기도 하다. 당시 원로 배우들 뿐만 아니라 이상이, 김성철, 정소민, 김유정 등 인지도가 높은 배우들이 연극 작품에 대거 등장하면서 불거진 문제였다.

예술경영센터 2023년 총결산에 따르면 연극 티켓 판매액 상위 10개 공연에 이름을 올린 10개 작품 중 ‘셰익스피어 인 러브’ ‘파우스트’ ‘테베랜드’ ‘아마데우스’ ‘나무 위의 군대’ ‘라스트 세션’ 등 절반 이상이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인지도 있는 배우들이 출연한 공연이었다.

한 공연 관계자는 “대중은 당연히 더 유명한, 더 잘하는 배우를 찾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TV를 통해 인지도를 얻은 원로 배우들이 연극계로 새로운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든 업적”이라면서도 “다만 이들이 끌어오는 티켓파워가 한 작품에에 머물지 않고 전체 시장의 고정 팬층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업계의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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