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걸렸다며 집에 돌아온 남편, 사이비 빠진 아내의 속사정
[김형욱 기자]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면서 방사능이 뿜어져 나왔다. 사람들은 비를 맞지 말아야 하고 물도 사 먹어야 했다. 평범해 보이는 가족이 완전한 변화에 직면한다.
전업주부 요리코는 남편 오사무와 철부지 아들 타쿠야 그리고 아픈 시아버지와 함께 살며 살림을 꾸려 나가고 있다. 시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아들 타쿠야는 외지로 취직했으며 요리코 자신은 마트에서 캐셔 일을 잡아 홀로 생계를 꾸려 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오사무가 갑자기 사라진다.
요리코는 '녹명수'라는 물을 신봉하는 사이비종교에 빠져 있다. 그녀의 앞에 오사무가 나타나더니 암에 걸렸다는 게 아닌가. 아들 타쿠야는 청각장애가 있는 여자친구와 함께 찾아왔다.
삶에 파문(波紋)을 일으키는 남편과 아들, 특히 남편은 암을 치료하고자 목돈이 필요해서 찾아온 게 확실하다. 요리코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자 더욱더 녹명수에 의지한다. 동시에 회사 동료 미즈키가 그녀의 자기희생을 당연시하지 말라고 건네는 진심 어린 조언을 따르려 한다. 그녀는 어떤 파장을 만들어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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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파문>의 한 장면. |
| ⓒ 디스테이션 |
영화 <파문>에도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특유의 맛이 담겨 있다. 정적인 힐링이라고 할까. 다만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점이 많다. 각각의 사연이 있는 인간군상이 집단으로 주인공이었다는 점, 집단의 연대로 힐링까지 나아갔다는 점 등은 완전히 다르다. 이 작품은 요리코 혼자서 미즈키와의 연대로 힐링으로 나아간다.
어느덧 10년도 훌쩍 지난 동일본대지진은 역사적 사건으로 그치지 않고 상징이 되었다. 이 영화에선 가정이 흩어지고 일상의 평화가 파괴되고 관계가 단절되는 매개체로 작용했다. 문제는 흩어진 가정이 다시 합쳐질 때인데 아무리 가족 사이라 해도 받아들일 게 있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게 있을 것이다.
덮쳐 오는 파문
온전히 혼자였던 요리코에게 다시 찾아온 남편과 아들은 큰 파문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녀는 전통적인 일본 여성으로서 겉으로 표현하거나 내색하지 않고 속으로 삭이고 감내하는 타입, 그 파문을 오롯이 받아들인다. 문제는 파문이 그녀를 통과하지 않고 그녀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녀가 섬기는 녹색수는 무조건 감내하고 희생해야 진정한 평화에 이를 수 있다고 설파한다. 덕분에 홀로 나름의 평화를 맛볼 수 있었으나, 집에서도 일터에서도 자신을 향해 오는 파문에 속수무책 당할 뿐이다. 유통기한 지난 물을 영험한 녹색수로 속여 비싸게 팔아먹는 사이비종교도 한계를 보인다.
결국 요리코가, 아내와 엄마가 여자가 또다시 희생하는 아니 희생해야 하는 모양새다. 이대로라면 바뀔 요량이 없다. 영원히 지금 그대로일 것이다. 바꾸려면 덮쳐 오는 파문들에 다름 아닌 파문으로 대응해야 한다. 물론 평생 하지 않은 또는 못한 일이기에 어렵겠으나 진정한 평화로 나아가려면 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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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파문>의 한 장면. |
| ⓒ 디스테이션 |
반면 의외의 곳에서 의외의 사람에게 위로받고 진실한 조언을 받아 삶을 바꿀 수도 있다. 요리코와 미즈키, 일터에서 대면대면하다가 우연히 수영장에서 만난 후 조금씩 마음을 터놓은 사이다. 요리코보다 훨씬 언니지만 미즈키는 나이에 맞지 않은 대장부 스타일로 요리코에게 파문의 맞대응, 그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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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파문> 포스터. |
| ⓒ 디스테이션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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