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케미컬, 자회사 동성티씨에스 10년 만에 매각…적정 몸값은? [넘버스]

(사진=네이버지도 갈무리)

동성케미컬이 자회사 동성티씨에스를 10년 만에 매각한다. 인수자는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에스지프라이빗에쿼티(SGPE)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동성케미컬은 동성티씨에스의 경영권을 SGPE에 매각하는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하기로 했다. 매각 대상은 동성케미컬이 보유한 동성티씨에스 지분 100%(121만6883주)로, 거래 규모는 317억원이다.

아직 정확한 SPA 체결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동성케미컬 측은 “이사회에서 동성티씨에스를 매각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원매자와 협상을 진행 중이나, 아직 매매계약을 체결한 건 아니다”며 “향후 확정시 별도 공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동성그룹, '동성티씨에스' 인수 10년 만에 차익없이 매각

동성티씨에스는 중장비, 항공기, 자동차에 들어가는 경량화 소재를 가공해 관련기업에 납품하는 업체다. 지난 1999년 설립된 ‘도하인더스트리’가 전신이다. 창업주인 김홍규 대표가 2014년 7월 경영권 지분을 동성케미컬(당시 동성홀딩스)에 양도하면서 동성그룹에 편입됐다.

동성케미컬이 동성티씨에스를 인수할 때 투자한 금액은 330억원이다. 당시 발행주식총수 대비 67.5%인 108만6905주를 양수도했다. 나머지 지분은 KTB프라이빗에쿼티(KTB PE)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인수합병(M&A) 이후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M&A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동성케미컬은 동성티씨에스를 인수한 지 약 10년 만에 차익 없이 매각하는 것이다.

도하인더스트리 인수 내용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러나 동성케미컬이 꼭 손해만 보는 거래라고 볼 수는 없다. 동성티씨에스의 사업부 일부를 가져갔기 때문이다. 동성케미컬은 지난 2017년 동성티씨에스의 건자재사업부문을 분할·합병한 바 있다. 합병은 합병비율 1(동성케미컬) 대 0(동성티씨에스 건자재 사업부문)의 별도 신주를 발행하지 않는 무증자 합병으로 진행됐다.

동성티씨에스 건자재사업부문은 SMC 공법을 이용해 조립식 물탱크 제조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분할합병이 완료됐던 2017년 7월 전까지 241억원의 매출을 내기도 했다. 약 7개월 만에 2017년 한 해 전체 매출액(707억원)의 34%를 발생시킨 알짜 사업부를 흡수한 것이다.

사업부 분할·합병이 계기가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 후 동성케미컬은 매년 실적 성장세를 보인 반면, 동성티씨에스의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동성티씨에스는 2019년 22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 이후 적게는 10억원, 많게는 8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동성티씨에스 매각가치는?

흔히 M&A 거래에서 적정가를 논할 땐 △과거 성사된 유사 M&A 에비타멀티플(EV/EBITDA) △상장기업의 경우 시가총액 △기상장 피어그룹의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 시가총액 대비 내재가치(P/EV) 등을 참고한다.

우선 동성티씨에스의 기업가치는 과거 중장비 부품 제조업체의 매각 딜에 적용한 에비타멀티플로 추산해볼 수 있다. 비교적 최근 진행된 유사업종 M&A로는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 더미동(THE MIDONG)이 인수하려다 무산된 ‘한라인더스트리’가 있다. 한라인더스트리 또한 동성티씨에스와 같은 비상장사다.

당시 더미동은 한라인더스트리의 지분 전량을 100억원에 인수할 예정이었다. 지분가치(에쿼티 밸류)를 100억원으로 책정한 셈이다.

주로 기업가치를 계산할 때 지분가치에 순차입금을 더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지분 거래 직전년도(2022년) 기준 한라인더스트리의 순차입금은 73억원이다. 이에 따라 2022년 한라인더스트리의 기업가치는 173억원으로 평가된다. 이를 2022년 EBITDA(20억원)에 적용하면 한라라인더스트리 M&A에서 멀티플은 8.65배다.

이 방식으로 멀티플 8.65배를 동성티씨에스에 대입할 경우 기업가치는 665억원(EBITDA 45억원*8.65+순차입금 276억원) 수준이다.

다만 이 기업가치가 예년보다 실적이 좋았던 2022년을 기준으로 계산했다는 점에서 665억원은 다소 과대평가됐다고 봐야 한다. 동성티씨에스의 최근 3년(2020~2022) 평균 EBITDA는 33억원이다. 여기에 회사는 3년 연속 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등 디스카운트 요인도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경영성적이 적자라는 건 경영이 잘되고 있지 않다는 지표"라며 "미래가치가 높지 않다고 판단돼 매각가격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