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사태, 한국은 무엇을 바꿀 것인가
[정병진 기자]
지난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시민들의 재선거 요구로 번지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나흘째 시위를 이어가며 선거관리위원회의 책임을 묻고 있다. 선관위는 당초 서울지역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했다고 발표하였다. 그 뒤 재조사해 보니 전국 67개 투표소(서울 35개, 송파구 15개 포함)에서 추가 투표용지를 공급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향후 국정조사 등이 이뤄질 경우 관련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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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수 개표소 지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여수 개표소 |
| ⓒ 정병진 |
그런데 2025년 개정된 편람에서는 각 지역 선관위의 판단에 따라 인쇄 비율을 50%까지 낮출 수 있도록 기준이 변경됐다. 지방선거의 낮은 투표율과 사전투표 증가 추세를 고려한 조치였다. 더욱이 선관위는 전체 유권자 수의 1.1배에 해당하는 투표용지 인쇄 예산을 확보하고도 실제 인쇄량은 크게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을 보면 실제 문제는 절대적인 인쇄량 부족보다 지역별 배분 실패에 있었다. 다시 말해 투표용지가 실제로 부족했다기보다 필요한 곳에 적시에 공급하지 못한 행정상의 문제였다.
그 결과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소에서 장시간 줄을 서야 했고, 일부는 기다리다 돌아갔다는 증언도 잇따랐다. 선관위는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들에게 번호표를 배부해 밤 10시까지 투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공직선거법은 투표 마감 이전에 투표소에 도착했으나 혼잡 등으로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의 권리를 보장하도록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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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표함들 개표 대기 중인 여수의 투표함들 |
| ⓒ 정병진 |
이어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연방하원 선거에 대해서는 전체 2256개 투표구 가운데 455개 투표구에서만 부분 재선거를 실시하도록 결정했다. 재판소가 문제 삼은 것은 부정선거 때문이 아니다. 선거관리상의 중대한 하자로 인해 유권자의 평등한 참정권이 침해됐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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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표 중인 선관위 위원들 위원 검열석에서 개표 중인 여수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 |
| ⓒ 정병진 |
또한 선관위원장은 대부분 비상근직이어서 선거 행정의 실무를 직접 담당하지 않는다. 실제 투·개표 업무와 조직 운영의 중심에는 사무총장, 사무처장, 사무국장 등 상근 간부들이 있다. 따라서 단순히 위원장의 직함만으로 선거의 공정성과 전문성이 보장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단순한 행정 착오로 보기에는 그 파장이 너무 크다. 무엇보다 국민이 선거 과정 자체에 의문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 심각하다.
재선거 여부와 별개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소재의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다. 아울러 선거관리위원회의 운영 구조와 책임 체계 전반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신뢰를 잃은 선거 제도는 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겨자씨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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