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사하며 좋아했는데”… ‘영월 역주행’ 국민 청원

지난 추석 연휴 강원도 영월의 한 터널에서 ‘음주 역주행’ 차량으로 인해 사망한 남성의 유가족이 처벌 강화를 호소하고 나섰다.

지난달 30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는 ‘영월 역주행 교통사고 관련 음주운전 처벌 강화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지난달 16일 오전 1시25분쯤 영월군 국도 38호선 영월2터널에서 한 역주행 차량이 카니발 승합차를 들이받았다. 사고를 낸 역주행 차량 운전자와 카니발 운전자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가해 차량 운전자는 해병대 부사관으로 사고 당시 만취 상태로 운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청원글 작성자 A씨는 사망한 카니발 운전자가 자신의 친동생이라고 밝혔다. 당시 카니발에는 운전자와 가족 등 5명이 타고 있었다. A씨는 “제 동생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남자로서, 가장으로서 멋진 삶을 살았다. 이른 나이부터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일찍이 사회생활을 시작해 아름다운 가정을 꾸렸다. 사고 이틀 전날에는 그토록 꿈에 그리던 서울로 이사를 하며 아내, 두 아이와 행복한 미래를 그렸다”며 “한 남자의 피나는 노력으로 일궈낸 가정은 너무나도 쉽게 무너져 내렸다”고 토로했다.

이어 “해병대 부사관 가해자는 과거 음주운전 등으로 군 재판까지 받은 전력이 있다고 기사를 통해 접했다. 과거 음주운전 전력까지 있던 그에게 왜 다시 운전대를 잡게 했나요? 왜 솜방망이 처벌로 끝내셨나요?”라고 반문했다. A씨는 동생을 잃은 슬픔으로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했다.

다른 가족들도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했다. A씨는 “올케는 얼굴과 발에 멍이 가득한 채 친동생의 장례를 치렀다. (동승했던) 장인어른은 휠체어에, 장모님은 중환자실에 누워 계신다. 아이들은 아빠가 언제 오냐고 매일 울며 묻는다”며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서울집에는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도 없기에 벌을 물을 수도 없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께 청원하는 것뿐이다. 동생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음주운전 처벌법을 더욱더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청원에는 3일 오전 9시까지 5500여명이 동의했다. 누리꾼들은 “음주운전은 아주 큰 형벌을 내려야 한다” “음주운전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음주운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살인미수를 적용해야 한다”며 힘을 보탰다. 한 누리꾼은 “인터넷 게시판은 이렇게 뜨거운데 현실은 모임 후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지금도 불목, 불금, 연말연시 술자리에 가보면 음주운전을 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음주운전을 하면 면허취소자 사면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꼬집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는 한 해에 수백명 발생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2년 전국에서 음주운전으로 발생한 교통사고는 1만5059건이었다. 214명이 사망하고 2만4261명이 다쳤다. 매달 음주운전으로 18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