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인 세 살 아이가 강릉 민박집에 두고 간 그림

진재중 2026. 8. 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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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서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를 여러 번 되풀이하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고 세 살 아이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직접 그린 그림 한 장을 방에 남겨두고 간다고 말했단다.

세 살 캐나다 아이가 남긴 작은 그림은 말보다 먼저 마음을 전하는 언어였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장 순수한 감사의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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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순수한 감사의 표현... "볼 때마다 기분 좋아진다"는 주인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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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재중 기자]

 캐나다에서 온 3세 아이가 남기고 간 그림
ⓒ 진재중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며칠 전 강릉의 한 민박집에서 만난 할머니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알록달록한 색연필로 그린 그림이었다. 삐뚤빼뚤한 선과 여러 개의 하트, 그리고 '릴리'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외국 아이가 그려놓고 갔어요.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는데,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할머니는 기자에게 그림이 남겨진 사연을 차분히 들려주었다.

"일주일 전쯤 캐나다에서 온 젊은 부부가 세 살배기 딸과 함께 우리 민박집에 머물렀어요. 아침이면 아이가 바닷가에서 모래를 만지며 놀고, 저녁이면 부모와 함께 방으로 들어가 하루를 마무리했죠. 신기했던 건 아이가 한 번도 울거나 떼를 쓰지 않았다는 거예요. 아이가 있는지도 모를 만큼 조용히 지냈어요. 부모님도 혹시라도 집주인에게 폐를 끼칠까 봐 늘 조심하는 모습이었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제가 더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민박집 할머니는 먼 길을 찾아온 외국인 가족을 가족처럼 맞았다. 텃밭에서 직접 캔 감자를 삶아 내고, 아침에 수확한 옥수수와 싱싱한 오이도 조심 스럽게 내놓았다.

"외국인에게 혹시 실례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어요. 그래도 한국의 토속음식이니 함께 나눠 먹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감자와 옥수수, 오이를 내놓았죠."

할머니의 걱정은 기우였다. 캐나다 가족은 "감사합니다"를 연신 되풀이하며 맛있게 먹었다. 작은 배려 하나에도 고마움을 표현하는 모습에 할머니의 마음도 어느새 활짝 열렸다.

"외국 아이들은 이런 시골 음식을 잘 안 먹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렇게 맛있게 먹고, 고맙다는 말도 계속 해주니 얼마나 예쁘고 고마운지…. 그 모습을 보니 저도 더 맛있는 걸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며칠 동안 가족처럼 지냈던 캐나다 가족과 헤어지는 날. 아이의 아버지는 서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를 여러 번 되풀이하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고 세 살 아이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직접 그린 그림 한 장을 방에 남겨두고 간다고 말했단다.

외국인 가족이 떠난 뒤, 방을 정리하던 할머니는 TV 앞에 가지런히 놓인 작은 그림 한 장을 발견했다. 세 살 아이가 떠나기 전 남기고 간 선물이었다. 알록달록한 색으로 그린 그림에는 수많은 하트와 '릴리'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할머니는 그림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그 의미를 헤아렸다.

"왜 하트를 이렇게 많이 그렸을까. '릴리'는 누구를 말하는 걸까."

그림을 볼 때마다 아이의 순박하고 귀여운 모습이 떠올랐다. 결국 할머니는 그 그림을 소중히 간직하다가 기자를 찾아왔다.

"이 그림이 무슨 뜻인지 꼭 알고 싶었어요."

그림의 의미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림은 아이가 남긴 작은 감사 편지였다. 이름도, 국적도 달랐지만 따뜻한 마음은 그대로 전해졌다.

"무더워서 힘들었는데, 저 그림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요."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 TV 앞에 놓인 그림 한 장은 에어컨보다 시원한 위로였고, 어떤 값비싼 선물보다 깊은 감동이었다. 세 살 캐나다 아이가 남긴 작은 그림은 말보다 먼저 마음을 전하는 언어였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장 순수한 감사의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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