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서 먹은 인생 햄버거, 메뉴판 보고 놀란 이유
[김종섭 기자]
지난 8일 프라하 여행 4일 차, 시차 적응이 될 법도 한데 여전히 새벽 5시면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 이른 새벽부터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니, 프라하의 하루가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시작된 기분이다.
|
|
| ▲ 기다림 끝에 손에 쥔 클레멘티움 입장권 |
| ⓒ 김종섭 |
운 좋게 몇 좌석 남지 않은 오전 10시 관람 티켓을 손에 넣었다. 날씨가 추운 탓에 두꺼운 옷을 갈아입기 위해 잠시 숙소에 들렸다가 10시 5분 전에 관람장 입구로 갔다. 가이드를 따라 가파르고 좁은 계단을 올라 2층 도서관 홀에 도착했다. 약 20명의 관람객이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움직였다. 드디어 도서관 문이 열리는 순간,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압도적인 경외감을 느끼다
| ▲ 바로크 양식의 정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홀의 전경] ⓒ 김종섭 |
천장을 화려하게 수놓은 프레스코화는 신비로운 기운을 뿜어냈고, 벽면을 메운 2만 7500여 권의 고서들은 압도적인 경외감을 불러일으켰다. 홀 중앙의 고풍스러운 지구본들과 천문 시계들은 과거 학자들이 우주의 질서를 이해하려 했던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이어지는 5층 자오선 홀(Meridian Hall)은 프라하의 표준시를 결정하던 시간의 심장부였다. 어두운 방 천장의 작은 구멍을 통해 들어온 한 줄기 햇살이 바닥의 자오선에 닿을 때, 비로소 프라하의 정오가 선포되었다고 한다. 라디오도 없던 시절, 온 도시의 시간을 책임졌을 이 아날로그적인 공간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6층 열람실에는 과거 관측에 사용되었던 나침반과 습도계 등 빛바랜 장비들이 전시되어 있어 과학사의 성지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투어의 마지막, 다시 좁은 나무 계단을 타고 천문탑 꼭대기에 올랐다. 그곳에는 프라하 시내를 360도로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 ▲ 천문탑에서 바라본 프라하의 360도 파노라마 뷰 ⓒ 김종섭 |
관람을 마치고 도보로 10분 내외에 위치한 댄싱 집(Dancing House)으로 향했다. 프라하의 대표적인 현대 건축물 중 하나로, 1996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건물이 마치 춤추는 남녀처럼 보여서 댄싱 하우스라는 별명이 붙여졌는데,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
|
| ▲ 유리와 콘크리트가 기하학적으로 뒤섞여 마치 춤을 추듯 곡선을 그리는 댄싱 하우스 건물 |
| ⓒ 김종섭 |
맛집이라는 이름답게 내부 좌석은 협소했으나 다행히 테이블 하나가 비어 있어 운 좋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부 좌석은 많지 않아 서서 먹거나 포장하는 사람도 많이 눈에 띄었다. 사실 주방에는 내부보다 주방 시설이 더 장소가 넓었고 주방 인원도 생각보다 상당수가 일을 하고 있었다.
|
|
| ▲ 붉은 선홍빛의 신선한 소고기 패티가 두툼하게 들어간 나쉐마소의 시그니처 치즈버거 |
| ⓒ 김종섭 |
숙소로 향하는 길에 드디어 프라하의 명물 뜨르델릭(Trdelnik)을 맛봤다. 겉은 설탕과 시나몬으로 달콤하고 속은 쫄깃한 이 빵은 프라하 길거리 여행의 완성이다. 여행 4일차 만에 처음 마주한 '굴뚝빵'은 기분 좋은 달콤함을 선사했다.
숙소로 향하던 행선지를 다른 곳으로 급선회했다. 해 질 녘, 프라하의 밤을 마주하기 위해 프라하 성으로 향했다. 밤 9시가 가까워진 시간임에도 기대했던 화려한 불빛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불 꺼진 창들이 자아내는 고요함 속에서 조용히 숨 쉬는 프라하의 진면목을 보았다. 프라하 성의 가파른 길을 내려오며 그 정취를 온전히 느꼈다. 비록 전날처럼 3만 7000보를 넘기는 강행군은 아니었으나, 분주한 움직임 대신 정적인 풍경 속에서 하루를 만족스럽게 갈무리한 기분이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토요일엔 택시 운전대 잡지 않는 까닭...요즘 정말 무섭습니다
- 여학생 외모 순위 매긴 남학생들, 우리 아이 학교 대처는 달랐다
- 원희룡도 나타난 박민식 개소식, 한동훈 옆자리엔 '찰밥 도시락' 할머니
- 이번에는 1325명, 국민의힘 탈당 당원들 "김부겸 지지"
- 딸들이여, 어떻게 나이 들지 궁금하면 이 사람을 봐요
- "대통령 사건 특검을 대통령이 임명해서 안 된다? 해결책 있다"
- 커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점심을 포기하고 찾아갈 만합니다
- 신효철·정한숙 손 잡았다... 민주당-조국혁신당 후보 첫 단일화 성사
- 배우인가, 보수싸움, 서울손님... 하정우·박민식·한동훈의 약점
- 해마다 모여드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