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는 '의대 증원 수요' 발표에도 의사 총파업 경고
[김화빈, 권우성 기자]
▲ 보건복지부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이 2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수요조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
ⓒ 권우성 |
정부가 전국 40개 의과대학에서 2025학년도 입학 기준 현 정원(3058명) 대비 최대 2847명의 증원 수요가 있다고 발표했지만, 보건·의료 단체 모두 반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공공의대, 지역의사제 등 대안이 빠진 "알맹이 없는 발표"라고 비판했고, 대한의사협회는 "졸속·부실·불공정 조사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증원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별렀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21일 오후 3시 서울 세종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의대정원 확대 수요조사(아래 수요조사)' 결과 발표에서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최소 수요는 2151명, 최대 2847명으로 나타났다"며 "이후 각 의대가 지속해 정원을 확대할 경우 2030년까지 최소 2738명, 최대 3953명의 추가 증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관련 기사 : '의대정원 증원' 최대 2025년 2847명, 2030년 3953명 희망 https://omn.kr/26h7i )
전 실장은 이날 "최소 수요는 각 대학이 교원과 교육시설 등 현재 보유하고 있는 역량만으로 충분히 양질의 의학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바로 증원이 가능한 규모를 의미한다"며 "의대 수요는 대학이 추가 교육여건을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제시한 증원 희망 규모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요조사는 지난 10월 19일 발표한 '필수의료혁신 전략'의 후속 조치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의학교육의 질을 유지하면서 확대 가능한 정원 규모를 파악하려고 지난달 27일부터 이번달 9일까지 2주간 전국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실시했다.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21일 오전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 보건의료노조 사무실에서 '의사 확충을 위한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설립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 보건의료노조 |
그러나 정부 발표에서는 각 의대가 자체 조사해 제출한 수요만 단순 취합됐을 뿐 의대정원 배분 기준, 정원 확대와 관련한 지역 안배 기준,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등 구체적 대안은 거론되지 않았다.
송금희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이번 발표는 한 마디로 알맹이가 없다"며 "18년간 묶였던 의대 정원을 지금 풀어도 의사가 배출되는 건 6년 후인데 이 공백을 의사 업무 일부를 담당하는 PA(진료보조) 간호사로 메울 셈인가"라고 비판했다.
송 사무처장은 "환자가 있어야 의사도 있고, 국민이 있어야 보건의료도 있는 것"이라며 "의사들을 어떻게 필수 의료에 복무시키고, 지역에 배치할 것인지 강제성을 두더라도 현실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앞서 보건의료노조가 발표한 '의사인력 확충에 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82.7%는 '의사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국민의 대다수인 83.3%(매우 필요 47.5%, 필요한 편 35.8%)는 국공립대 위주로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봤다. 국립대가 없는 지역에 공공의대를 설립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77.0%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공공의대는 졸업 후 일정 기간 해당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특히 송 사무처장은 윤석열 정부의 노조탄압 기조로 현장의 목소리가 의대증원 협의 채널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건의료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노조를 한다'는 이유로, 또는 회계를 문제 삼아 정부위원회에서 배제하고 있다"며 "협의체에 노동·시민 사회단체가 들어가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의협 회관 대강당에서 '정부의 의대정원 수요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 대한의사협회 |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정부의 발표를 "이해 당사자들의 희망 사항만을 담은 졸속·부실·불공정 조사"라고 깎아 내리며 "비과학적 조사 결과를 의대정원 확대의 근거로 활용하려는 정부의 여론몰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반발했다.
의협은 "지금처럼 과학적 근거와 충분한 소통 없이 의대정원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14만 의사들의 총의를 한 데 모아 의료계 총파업도 불사할 것"이라며 "(정부는) 지난 2020년보다 더욱 강력한 의료계의 강경투쟁에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졸속으로 진행한 수요조사는 입시수혜를 바라는 대학 총장들과 이를 반대하는 의대 학장들 사이의 갈등을 유발했고,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은 숫자 발표로 우리 사회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며 "주먹구구식 여론몰이 조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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