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에게 써주세요” 암투병 여대생의 600만원 [아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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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노력들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해서 언니의 꿈을 대신 이룰게요."
김씨가 받은 장학금은 선배인 고(故) 차수현씨가 후배들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한 600만원 중 일부입니다.
"제가 이루지 못한 꿈을 후배들이 대신 이룰 수 있도록 돕는데 쓰면 좋겠어요." 자신이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600만원을 후배들에게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싶다는 뜻이었습니다.
이후 명예졸업식을 열어 차씨의 아버지에게 대신 졸업장을 전달하고, 차씨의 후배 6명에게 각각 100만원의 장학금을 수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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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노력들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해서 언니의 꿈을 대신 이룰게요.”
지난달 20일 오후 2시. 대구대에서 장학금 100만원을 수여받은 한 재학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씨가 받은 장학금은 선배인 고(故) 차수현씨가 후배들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한 600만원 중 일부입니다. 대장암으로 투병하던 차씨는 지난 6월 스물두 살의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후배들을 돕고 싶다며 아르바이트로 모은 600만원을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학교 측에 전한 뒤 말이죠.
4일 대구대 관계자에 따르면 2021년 생물교육과에 입학한 차씨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한 학생이었습니다. 입학 직후 ‘가족성 신종성 용종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3년간 한 학기도 쉬지 않고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했죠. “좋은 교사가 되고 싶다”며 문동오 교수 연구실에서 연구 학생으로 활동했고, 교내의 한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습니다. “누구보다 꿋꿋하게 캠퍼스 생활을 했던 학생”이라고 대구대 관계자는 기억했습니다.
차씨가 진단받은 가족성 신종성 용종증은 대장이나 직장에 수백개의 선종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차씨의 아버지도 20년 전 같은 병으로 오랜 기간 투병 생활을 했습니다. 대장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병이었지만, 차씨는 수술보다 자연 치유를 택했다고 합니다. 갓 스무 살이 된 여학생에게 큰 후유증이 우려되는 대장 수술은 부담이 컸기 때문입니다. 차씨의 아버지는 “딸에게 몹쓸 병을 물려준 게 아닌가 싶어서 너무 괴로웠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어려움에 굴하지 않았던 차씨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쯤 대장암 4기를 진단받았습니다. 그 겨울만 지나면 4학년이 되고, 그토록 꿈에 그리던 교생 실습을 할 수 있었는데 차씨의 건강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차씨의 아버지는 “딸이 교생 실습을 하지 못해 매우 속상해했다”고 안타까워 했습니다.
대신 차씨는 병상에서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제가 이루지 못한 꿈을 후배들이 대신 이룰 수 있도록 돕는데 쓰면 좋겠어요.” 자신이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600만원을 후배들에게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싶다는 뜻이었습니다.
차씨의 아버지는 딸이 숨진 뒤 고인의 마지막 바람대로 대구대에 600만원을 전달했습니다. 차씨의 아버지는 “교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모두 딸처럼 느껴진다”며 “딸의 소중한 뜻이 담긴 이 돈이 교사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후배들에게 작게나마 응원이 됐으면 한다”는 말과 함께 장학금을 전했다고 합니다.
학교 측은 그런 차씨의 숭고한 마음을 소중히 기억하기로 했습니다. 차씨가 평소 생활했던 사범대학 건물 인근의 벤치에 차씨의 이름과 추모 문구를 새긴 것이죠. 이후 명예졸업식을 열어 차씨의 아버지에게 대신 졸업장을 전달하고, 차씨의 후배 6명에게 각각 100만원의 장학금을 수여했습니다.
차씨의 아버지는 졸업식에서 자신의 딸을 응원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합니다. “4학년이 돼서 교생 실습을 나가는 것을 몹시도 기다렸던 수현이가 끝내 교사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명예졸업장을 받는 모습을 하늘에서 본다면 무척이나 기뻐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수현이의 얘기에 관심을 갖고 응원해 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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