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우승땐 주가 뛴다? 기아·삼성 놀래킬 '반전 논문'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열기가 고조되면서 우승컵의 주인공이 누구일지, 재계도 주목하고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재계 3위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를 모기업으로 하는 기아 타이거즈와 재계 1위 삼성그룹 계열사를 모기업으로 하는 삼성 라이온즈의 31년 만에 맞대결이다. 한국시리즈가 후원 기업의 자존심 대결 성격도 있는 만큼, 우승이 후원 기업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지도 관심사다.
지난해 LG트윈스의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모기업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LG트윈스 우승 다음날인 지난해 11월14일 주가를 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LG그룹의 11개 계열사 주가는 1.70% 상승을 기록했다. 코스피 상승률(1.23%)뿐 아니라 삼성그룹(0.64%), SK그룹(1.20%) 주가 상승률도 상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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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진출팀 주가 코스피 평균 상회”
좀 더 엄밀한 분석은 없을까.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2012년 ‘올해 한국시리즈 누가 올라갈까?’라는 리포트에서 프로야구와 주식시장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2001~2011년 한국시리즈 진출팀 후원 기업의 시즌 마감 이후부터 다음 시즌 시작 전까지(10월~이듬해 3월) 주가 변동 상황을 살펴봤다. 주가 분석 대상 기업은 삼성전자, SK, LG, 두산, 한화, 롯데제과, 기아차, 하이닉스로 잡았다.
분석 결과 한국시리즈 진출팀 후원 기업의 절대 수익률은 평균 31.8%로 코스피 평균 상승률보다 20.2%포인트 상회했다. 김 연구원은 “구단의 성적과 주가를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프로야구 관중 수와 거기서 파생되는 마케팅 효과와 브랜드 충성심 등은 분명 해당 기업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분석을 향해선 프로야구단 소유 기업이 모두 대기업이어서 주가 상승률이 보통 평균보다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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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오르지만 다시 내린다”
2016년엔 한국체육학회지에 흥미로운 연구 논문이 실렸다. ‘국내 스포츠 스폰서십 투자에 따른 우승효과가 기업가치변화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인데, 국내 4대 프로스포츠(야구·축구·농구·배구) 우승과 주가수익률의 연관 관계를 분석했다. 단순히 수익률을 비교한 게 아니라 다중회귀분석, 정규성 검정 등을 활용했다. 2011~2015년을 분석 대상으로 했다.
분석 결과 4대 프로스포츠 우승팀의 후원 기업은 우승 이전 10일 동안에 비해 우승 시점에 주가수익률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우승 이후부터는 하락세로 바뀌어 이후 10일 동안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특히 야구와 농구는 우승 이전에 비해 우승 시점에 주가수익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우승 이후 다시 하락하는 추세가 더 명확했다. 연구팀은 “야구, 농구의 결승 경기처럼 단발성 이벤트일수록 그 효과가 더 단기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의 핵심은 프로스포츠 우승이 단기적으로 후원 기업의 주가를 올릴 수 있지만, 다시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주가 수익률의 변화는 그 특성상 단기적 이벤트나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지만, 효과의 지속성은 오래가지 못 한다”고 했다. 자동차 기업의 신차 출시 이후 반짝 주가가 올랐다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현상 비슷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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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L 승리팀 주식 매수, 패배팀 매도하면 수익률은?
프로스포츠가 발달한 미국은 어떨까. 미국에선 미식축구(풋볼)가 인기 있는 만큼 미국프로풋볼(NFL) 관련 연구가 많다. NFL 팀 경기장을 후원하는 기업의 주가 변화를 아사프 아이스도르퍼 코네티컷 경영대 대학 교수 등이 연구한 논문 ‘기업 스포츠 후원과 주식 수익률: NFL 사례’를 보면, 팀의 승리와 패배 다음 날 후원 기업 주가의 차이는 0.5%~0.82%로 나타났다. 미국은 한국처럼 기업이 프로스포츠 팀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고, 후원을 하거나 경기장이나 유니폼을 통해 광고를 한다.
원정 경기보다 홈 경기에서 주가 차이가 더 두드려졌는데 연구팀은 “홈 경기가 더 투자자의 심리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매주 승리한 팀 후원사 주식을 사고, 패배한 팀 후원사 주식을 파는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NFL 시즌당 평균 28%의 초과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 결과도 연구팀은 제시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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