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책·집 하나 된 전원생활

문경 동로면 주택

문경 동로면 주택은 빼어난 산세의 천주산 자락에 자리 잡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전원주택이다. 서울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연풍IC를 빠져나와 구불구불한 문경새재 길을 1시간가량 달렸다. 사과나무 농장이 즐비한 시골 마을도 여러 곳 지나쳤다. 경사가 높은 고갯길도 대여섯 넘었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천주산 자락 마을은 여전히 깊은 산중으로 현재 10여 가구만 생활하는 자연이 아름다운 고즈넉한 마을이다.

글 사진 노철중 기자 | 협조 사노건축

앞마당은 손이 덜 가서 관리가 쉬운 유럽풍 정원으로 조성했다.

HOUSE NOTE

DATA

위치 경북 문경시 동로면
용도
계획관리지역
건축구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581㎡(175.75평)
건축면적
119.72㎡(36.22평)
연면적
186.40㎡(56.39평)
1층 119.72㎡(36.22평)
         2층 66.68㎡(20.17평)      
건폐율
16.73%
용적률
25.81%
설계기간
2021년 8월 ~ 10월
시공시간
2021년 11월 ~ 2022년 2월

설계 및 시공 사노건축 010-5205-4943
                 
https://blog.naver.com/sano2018
                  우림ENC건축사사무소 054-556-7080

2층 서재와 방은 각각 발코니(포치)와 연계돼 있고 발코니에는 큰 창을 내어 폴딩도어를 설치했다.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이중그림자슁글(오웬스코닝)
            벽 - 테라코트(테라코트코리아)
            데크 - 합성목재(수입자재)
내부마감
천장 - 베스티실크도배(LX하우시스), 편백나무(수입자재)
            벽 - 베스티실크도배(LX하우시스), 편백나무(수입자재)
            바닥 - 원목마루(동화자연마루)
단열재
지붕 -  에코바트 가등급 R-37(크나우프)
        외벽 - 에코바트 가등급 R-23(크나우프)
        내벽 - 에코바트 R-19(크나우프)
        중단열 - 에코바트 R-32(크나우프)
계단재
디딤판 - 멀바우 집성판(수입자재)
        난간 - 평철난간(아름다운철물)  
창호
Deceuninck 디크닉 Legend(삼익산업)
현관
모네스티 다크(성우스타게이트)
조명
모던라이팅
주방가구
라왕원목합판(메이킹퍼니처)
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
난방기구
산세바스티안(왐벽난로), 가스보일러(린나이)

현관과 거실 앞 데크는 강화유리로 지붕을 설치해 정원을 바라보며 편안한 쉼을 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건축주의 직업은 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다.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한 그의 인간의 삶에 대한 철학은 굉장히 자연친화적이다. 그래서인지 20여 년 전부터 꾸준히 목가적인 삶을 추구해왔다. 지금 부지와 함께 아래 시골집(구옥)을 구매해 시간 날 때마다 본가가 있는 대구에서 이곳을 찾아와 시간을 보내며 책을 읽었다. 정년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시골집 위 땅에 친환경적인 전원주택을 짓게 됐다.

주방 가구는 라왕원목합판으로 마련해 빈티지한 느낌이 나도록 했다.

건축주는 “자연과 흙으로부터 분리된 획일적인 아파트 생활에 대한 오랜 염증을 느끼고 있었어요. 자연 속에 내 생각과 느낌이 반영된 집을 짓고 싶었고요. 또 익명의 도시적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 때문에 주민들과 직접 교류할 수 있는 작은 농가 마을을 선택하게 됐답니다.”라며 전원주택을 짓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주방 옆 한쪽 벽면에는 장서를 보유한 건축주를 위해 책장을 설치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그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주택의 상호관계에 대한 철학적 견해도 전했다. “해와 추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최소한의 먹을거리를 자급해야 비로소 온전한 삶의 기초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연을 내 생활공간에 끌어들여 아름다움을 가꿀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연과 문명 사이의 경계(문턱)가 낮아지고 그럴 때 사람들은 기후위기를 비롯한 환경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죠.”

거실 한쪽에는 벽난로를 설치했다. 이 벽난로에는 화석연료 사용을 지양하고자 하는 건축주의 의지가 담겨있다.

자연 끌어들인 실내 공간

이러한 건축주의 생각은 주택에 그대로 반영됐다. 본 주택과 더불어 20여 년 동안 함께한 시골집도 리모델링을 통해 좀 더 자연친화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주방과 경계 없이 마련된 거실의 천장 일부는 편백나무로 마감했다.

주택은 자연을 향해 거의 열려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주택설계의 첫 번째 조건은 서북쪽의 천주산을 조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채광 확보였다. 이를 위해 창을 최대한 많이 냈다. 시공업체 대표는 “지금까지 지은 집 중 창문 수가 가장 많다.”고 전했다.

1층 안방은 침대 헤드로 사용하기 위한 편백나무 가벽을 계획했다. 그 뒤로는 한쪽 벽면 전체를 붙박이장으로 설치해 사이 공간을 드레스룸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인테리어는 자연에서 온 재료를 위주로 사용했다. 거실 천장은 일부 편백나무로 마감했고 주방 싱크대, 아일랜드 테이블, 상부장 등은 모두 라왕원목합판으로 마련했다. 진한 브라운 톤과 약간 거친 듯한 질감은 주방의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주방 인테리어가 의미 있는 이유는 디자인 관련 일을 하는 딸이 직접 설계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딸은 유럽풍의 깔끔하고 손이 덜 가는 자연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정원을 직접 설계하기도 했다.

욕실 벽면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스페인산 빈티지 타일을 시공했고 천장은 편백나무로 마감했다.

실크 벽지와 편백나무만을 사용한 천장과 벽면도 인상적이다. 바닥은 브라운 톤 오크 원목 마루로 통일했다. 욕실은 스페인산 빈티지 타일을 사용해 이국적이면서도 예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안방 드레스룸은 오픈 형태로 설계자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벽면을 통째로 붙박이장으로 꾸밈으로써 마치 방 안의 복도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효과를 냈다.

계단실 디딤판은 멀바우 집성판으로 마감했다.

바로 앞에는 편백나무로 가벽 역할을 겸하는 침대 헤드를 만들어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이뤄냈다. 편백나무 가벽 앞의 커다란 창문을 아로새기는 새벽녘 별과 달은 침실의 내밀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건축주의 전언이다. 또한, 거실 벽난로는 건축주의 자연친화적인 삶을 대변하는 것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집 어디든 자연과 함께 하는 독서 공간

이 주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바로 책이다. 장서를 보유한 건축주가 설계 요청 시 중요하게 요청했던 것 중 하나는 책을 보관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마련하라는 것이었다. 공용공간인 1층은 주방-식당-거실을 일렬로 배치했고 한쪽 벽면은 책장으로 채웠다. 책을 꺼내 바로 거실 쇼파에 앉으면 창을 통해 펼쳐진 천연의 녹색을 감상하며 책을 읽을 수 있다. 독서를 하다 목이 마르거나 출출할 때는 바로 주방으로 이동해 간단한 다과를 즐길 수 있다.

벽면에 설치한 붙박이 의자는 건축주가 책을 읽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현관 앞에 배치한 게스트룸에는 재미있는 공간이 숨어 있다. 방 안에 작은 쪽문이 있는데 문을 열면 계단 아래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영리한 공간 계획이 돋보이는 부분으로 향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정한다면 서재로 꾸밀 수도 있다. 게스트룸에 단출하게 의자 하나만 놓아두고 쪽문을 통해 책을 꺼내 와 앉으면 혼자서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할 것 같은 상상이다.

2층 서재는 발코니와 연계돼 있어 건축주는 언제든 책을 들고 나가 자연을 조망하며 독서를 할 수 있다.
간단하게 놓아둔 의자와 책상에 앉아 천주산 풍경을 즐길 수 있다.

2층은 서재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서재는 넓은 포치 공간과 연계했으며 책을 들고 나가면 천주산을 바라보며 독서를 할 수 있다. 서재와 면한 한쪽을 제외한 세 개의 면이 모두 한 폭의 그림과 같고, 폴딩도어인 창문을 열면 천주산 풍경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20여 년 세월 담긴 시골집

본 주택 아래 위치한 70년 된 한옥을 리모델링 했다.

집 아래 있는 시골집은 20여 년 전 건축주가 매입한 한옥(구옥)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아궁이가 있는 흔치 않은 집으로서 전통을 보존하고 싶었다고 건축주는 전했다. 이 집은 70여 년 전에 지어졌다고 한다. 건축주는 “마을 사람들이 합심해 70여 년 전에 지어놓은 옛집의 흔적을 없애지 않고 이곳의 역사를 이어가고 싶었어요. 마을 윗집 아랫집 사람들이 이 옛집에 대한 추억을 가진 상황에서 이를 부숴버려 마을 역사의 흔적을 지운다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했어요.”라며 보존 이유를 설명했다.

아궁이방 모습
구옥의 서까래를 그대로 보존한 처마. 처마를 연장해 앞 공간의 활용성을 높였다.

목구조와 서까래를 최대한 보존했으며 허물어진 벽체는 보강 후 황토 미장으로 마감했다. 아궁이를 갖춘 구들방은 내부 단열작업 후 천장과 벽면은 편백나무 루바로, 바닥은 전통 기름 한지로 시공했다. 다른 방 하나는 벽면을 더글라스 합판으로 마감하고 천장은 구들방과 마찬가지로 편백나무 루바를 적용했다.

황토벽과 원목마루, 전통 격자무늬 문이 조화를 이룬다.

서까래 아래 전통적인 마루가 있고 서까래를 연장해 처마를 더욱 넓게 확장했다. 이는 마루 앞 공간을 활용할 여지를 많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뒤쪽으로 돌아가면 황토 미장이 돋보이는 벽면이 ‘一’자로 길게 펼쳐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더불어 본 집 박공지붕도 볼 수 있어 사진을 찍으면 두 집을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다. 재미있는 부분은 시골집 지붕 위에도 여유를 즐기며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해 둔 것이다.

구들방 내부 모습

건축주는 20여 년 전부터 이 마을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마을 주민이라고 한다. 오래 있는 것으로 치자면 마을에서 둘째가라면 서운할 정도라고. 정년까지 아직 몇 개월 남았기 때문에 건축주는 일주일에 3일 정도 이곳에 머문다고 한다. 퇴임 이후에는 생활 터전을 완전히 이곳으로 옮길 예정이다. 농사일도 마을 주민들로부터 열심히 배우며 텃밭을 가꾸고 있다.

구옥 뒷편에 돌아가면 본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저술 작업도 함께 병행하는 만족스러운 생활을 계획 중이다. 그는 “집이 마을의 한 가운데 있는 만큼, 마을 사람들과 활발한 교류를 이어나가는 것을 전원생활의 기본으로 삼을 생각입니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집, 자연 그리고 책이 삼위일체를 이룬다. 자연을 집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야 비로소 자연과 소통할 수 있다는 건축주의 철학은 본 주택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은퇴 이후 마을 사람들과 활발한 교류를 기본으로 삼으며 자연을 벗 삼아 저술과 텃밭 가꾸기를 계획 중인 건축주의 미래에 밝은 햇살이 가득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