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물웅덩이를 봤더니... 움직이고 있던 까만 것의 정체

전갑남 2026. 6. 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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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산과 만수산을 걷다

[전갑남 기자]

인천에는 나즈막한 고만고만한 산들이 많다. 해발 187.1m의 만월산과 해발 201m의 만수산도 그렇다. 높지는 않지만 시민들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어 오래 사랑받는 산들이다. 특히 두 산은 능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어 도심형 숲길 산행으로 안성맞춤이다.
 초여름의 싱그러움이 가득한 만월산 숲길. 햇살을 받으며 발걸음을 옮긴다.
ⓒ 전갑남
만월산은 오래된 숲과 조용한 산길 덕분에 한결 고즈넉한 분위기를 품고 있다. 오래된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잔잔한 풍경 소리는 마음까지 차분하게 만든다. 반면 만수산은 부드러운 능선과 편안한 숲길이 매력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숲을 즐길 수 있는 무장애길이 조성되어 있어 발걸음을 이끈다.

회색 도시를 감싸 안은 초록 숲, 만월산의 시간

우리 일행은 만월산 초입에서 출발했다. 초여름 문턱에 들어선 아침 공기는 싱그러웠고 발걸음도 가벼웠다. 산 입구로 접어들자 초록빛은 점점 짙어지고 숲은 우리를 천천히 품어주었다.
 만월산 정상, 푸른 하늘 아래 태극기가 바람 따라 펄럭이고 있었다.
ⓒ 전갑남
 만월산 정상에서 본 인천의 빌딩 숲과 시가지. 회색 도시가 초록 숲에 안겨 있다.
ⓒ 전갑남
한참을 올라 만월산 정상에 닿자 태극기가 바람 따라 힘차게 펄럭이고 있었다. 발아래로는 인천의 빌딩 숲과 시가지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다. 회색 도시를 감싸듯 이어진 산줄기와 초록 숲이 생각보다 넓고 깊었다.

"와! 여기서 보니 인천이 이렇게 산과 도시를 함께 품고 있었네."
"개항의 바닷바람 맞으며 자란 300만 도시니까. 사람과 시간이 켜켜이 쌓여 오늘의 인천이 된 거겠지."

그 말을 듣고 다시 내려다본 도시 풍경은 조금 다르게 보였다. 빌딩 하나하나에도 사람들의 시간이 층층이 쌓여 있는 듯했다.
 숲과 숲을 잇는 멋진 '구름다리'. 만수산으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 전갑남
지금부터 발걸음은 만수산으로 향했다. 만월산과 만수산 사이에는 멋진 '구름다리'가 놓여 있었다. 숲과 숲을 잇는 다리 위에 서자 초록 능선과 인천의 도심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도롱뇽 마을, 투명한 알집을 밀어낸 생명의 유영

다리를 건너 잠시 숨을 고르며 만수산 초입으로 들어서자 눈길을 붙드는 '도롱뇽 마을' 안내 표지판 이 보였다.
 도심 속 기적을 만나는 길, 도롱뇽 마을로 들어선다.
ⓒ 전갑남
도심 속 야산에 도롱뇽이라니, 뜻밖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작은 양서류가 살아가기에는 알맞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봄이면 물이 고이고, 여름에도 그늘이 깊어 쉽게 마르지 않는 작은 계곡, 그리고 낙엽이 두텁게 쌓여 습기를 머금은 숲! 도롱뇽은 물과 숲이 맞닿은 이런 공간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다. 번식기에는 반드시 물로 돌아오고, 평소에는 숲속 낙엽 아래나 돌 틈에서 살아간다.

그때 우리 일행 사이에서 조심스런 목소리가 오갔다.

"오늘 도롱뇽 녀석들 흔적을 볼 수 있을까?"
"며칠새 봄비도 왔으니 틀림없이 보일 걸."

얼마 전 이곳을 다녀갔던 일행 한 분은 또 다른 기대를 품은 듯 말했다.

"그때 봤던 녀석들, 지금쯤 얼마나 자랐을까."
 투명한 알주머니에서 빠져나와 꼬물거리는 도롱뇽 새끼들. 싱그러운 생명들이 살아있다.
ⓒ 전갑남
 맑은 물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도롱뇽 새끼. 숲의 건강함을 증명한다.
ⓒ 전갑남
그 기대감을 안고 맑은 물웅덩이 속을 들여다보기 위해 조심스레 가까이 다가갔다. 투명한 물 아래로 까만 물체들이 그물그물 움직이는 게 보였다. 꼬리를 꼬물거리며 헤엄치는 꼴이 꼭 개구리 올챙이 같기도 하지만, 이 녀석들이 바로 알에서 깨어난 도롱뇽 새끼들이다. 그 곁으로는 소시지나 순대 모양을 닮은 투명한 알주머니들이 흩어져 있었다. 이미 새끼들이 모두 빠져나가 속이 훤히 비친 채 물속을 지키고 있는 빈 알집이었다. 알집을 밀어내고 나온 작은 생명들이 깨끗한 물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모습에서 싱그러운 생명의 움트임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저 작은 것들도 시간의 등을 타고 자라 어느 날 숲의 주인이 될 것이다.

녀석들, 다 자라면 이 웅덩이를 떠나 어디로 갈까. 숲속 낙엽 아래 몸을 숨기고 살아가다가도, 비 오는 날이면 다시 이 물가로 모여들까. 작은 도롱뇽들이 살아간다는 건, 그 숲의 물과 흙이 아직 건강하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작은 생명 도롱뇽을 뒤로하고 숲길은 다시 사람의 길로 이어졌다.

유모차도 휠체어도 길을 잃지 않는 넉넉한 숲길

능선을 따라 만수산 무장애길로 접어들었다. 경사가 거의 없이 완만하게 이어지며, 흙길과 데크길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이곳 무장애길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가장 긴 코스 중 하나로, 숲을 길게 따라가며 충분히 여유롭게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유모차도, 휠체어도 숲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올 수 있는 길이다.
 유모차도 휠체어도 함께 걷는 넉넉한 만수산 무장애길. 숲이 우리를 공평하게 품어준다.
ⓒ 전갑남
그렇게 천천히 걸어 오른 끝에 만수산 정상에 닿는다. 높지 않은 산인데도 시야는 뜻밖에 멀리 열려 있었다. 한쪽에는 짙은 초록의 숲이 능선처럼 이어지고, 다른 한쪽에는 인천의 도시가 겹겹이 펼쳐진다. 회색의 건물 숲과 푸른 나무숲이 맞닿아 있는 모습은 묘하게 낯설지 않다. 도시는 멀지 않고, 숲은 가깝다.

만월(滿月)과 만수(萬壽), 끝내 비어 있지 않은 산

문득 두 산의 이름이 떠오른다. 만월산과 만수산. '가득 찬 달'과 '오래 삶을 품은 산'이라는 이름처럼, 두 산은 그리 높지 않지만 비어 있지 않다. 달처럼 조용히 빛을 품고, 생명의 숨결처럼 넉넉하게 숲과 사람의 시간을 받아내고 있다.

바람은 정상에서도 크지 않게 지나간다. 거칠게 몰아치는 바람이 아니라, 숲을 한 바퀴 돌고 온 듯 부드러운 바람이다. 높지 않은 산이기에 오히려 더 가까이 도시를 품고, 더 가까이 사람을 품는 느낌이다.

잠시 서 있으면, 이 산이 왜 시민들의 산인지 알 것 같았다. 멀리서 보면 낮고 평범하지만, 그 안에 들어서면 하루의 속도를 조용히 늦춰주는 곳. 만수산은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만수산 정상에 서서. 달빛과 생명의 숨결로 채워진 시간의 끝이다.
ⓒ 전갑남
하산길에도 숲은 조용했다. 그리고 다시 도롱뇽 마을 앞을 지나며 작은 생명들의 물살이 떠올랐다. 오늘 산행에서 오래 남는 것은 높이가 아니라, 그 안을 채우고 있던 시간들이었다.

"신록의 산에서 좋은 공기 마음껏 마시고, 반가운 도롱뇽까지 만났으니 오늘 산행은 최고였지!"

일행의 말에 우리 모두는 웃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득 찬 달빛과 오래 살아온 숲의 숨결처럼, 산은 끝내 비어 있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in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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