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기아 레이 EV최근 스즈키를 세계적 경차 기업으로 성장시킨 스즈키 오사무 전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경차 활성화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 속에서 경차가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지만, 현재의 혜택 수준으로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은행원 출신인 고(故) 오사무 전 회장은 1978년 사장 취임 이후 저렴한 경차를 출시하고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 스즈키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1983년 인도 시장에 진출해 현지 1위 업체인 '마루티 스즈키'를 설립하는 등 경차 시장 확대에 큰 기여를 했다.
일본의 경차 성공 비결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에 있다. 일본은 경차에 대해 자동차 취득세와 중량세를 대폭 감면해주고 있다. 자동차 취득세의 경우 일반 차량의 60% 수준만 부과하며, 중량세는 승용차 기준으로 일반 차량의 20%만 납부하면 된다. 또 보험료도 일반 차량의 70%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어 경제성이 높다.
혼다 'N-박스'일본 경차는 도로 이용에 있어서도 우대를 받는다. 고속도로와 중앙자동차도로에서 20% 할인된 요금을 적용받으며, 전국 유료도로의 60%에서 30~80% 낮은 요금을 지불한다. 이는 한국의 경차가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을 받는 것에 비해 더 광범위한 혜택이다.
우리나라 보다 훨씬 작은 크기로 유도했다. 우리는 1000cc 엔진과 3.6m에 1.6m 이내 크기지만 일본은 660cc에 3.4m와 1.48m 이내로 제한한다. 때문에 박스카 스타일의 디자인이 인기다. 일본내 자동차 판매 순위 톱10에는 수년째 경차가 5대 이상을 차지한다.
일본의 독특한 제도인 '차고지 증명제'도 경차 보급에 한몫했다. 차량 구매 시 주차 공간을 증명해야 하는 이 제도는 경차에 대해서는 일부 지역에서 면제돼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이런 정책들의 결과로 일본의 경차 보급률은 지난해 35%를 넘어섰으며, 30년 넘게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기아, 'The 2024 모닝' 반면 한국의 경차 시장은 침체를 겪고 있다. 기아의 대표적 경차 모델인 모닝의 경우 2021년 3만8766대, 2022년 2만5879대, 2023년 1만2900대로 판매량이 급감했다. 전기차 버전으로 출시된 '더 뉴 레이 EV'와 현대차의 '캐스퍼 일렉트릭'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더 뉴 레이 EV는 1회 충전으로 205㎞ 주행이 가능하지만, 도심에선 최대 233㎞까지 가능해 출퇴근용이나 중단거리 도심주행에는 더할 나위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차 혜택이 일본에 비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한국의 경차 혜택은 취득세 감면(50만원 한도), 공채 매입비 면제, 공영주차장 50% 할인,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등이 있지만,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현대차, 더 뉴 캐스퍼 업계 관계자는 "경차의 가격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혜택으로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며 "일본처럼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하고, 주차 정책 등을 통해 경차 운전자들의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차 제조업체들도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기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경차의 성능과 디자인을 개선하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 정책과 함께 제조사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경차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선 일본 정책을 그대로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일본과 한국의 도로 환경과 주차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정책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는 한국 실정에 맞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각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