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시청은 학습권 침해? 교사들이 모를 리 없다

송민규 2026. 6. 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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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권 논란 속 교사들이 고민한 것은 '보여줄까'가 아니라 '어떻게 운영할까'였다

[송민규 기자]

"선생님, 우리도 월드컵 봐요?"

6월이 되면서 학교에서 아이들이 자주 꺼낸 질문이다. 평소 축구 이야기를 하지 않던 아이들도 경기 날짜와 시작 시간을 알고 있었다. 모든 학생이 같은 마음은 아니었다. 축구에 관심이 없는 아이도 있고, 조용히 자기 할 일을 하고 싶은 아이도 있다. 다만 적지 않은 아이들에게 이번 월드컵은 친구들과 함께 기다리는 특별한 사건이었다.

한국 대표팀은 일주일 사이 두 차례의 경기를 치렀다. 체코전은 12일 오전 11시, 멕시코전은 19일 오전 10시에 열렸다. 모두 학교 일과 시간과 겹쳤다. 일부 학교가 학생들과 경기를 함께 보면서 학교 현장의 선택은 곧 '학습권 침해' 논란으로 번졌다.

언론 보도가 이어진 뒤 충남 지역 여러 학교 교사들에게 실제 운영 상황을 물었다. 어떤 학교는 강당에 모여 함께 관람했고, 어떤 학교는 학급별로 판단했다. 시청하지 않기로 한 학교도 있었다. 교사들은 각 학교의 시간표와 시험 일정, 학생 요구, 시설 여건을 공유했고, 교육과정 안에서 가능한 운영 방법도 함께 나눴다.

학교마다 선택은 달랐다. 그러나 공통점은 분명했다. 수업을 무단으로 중단하면 학습권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을 교사들이 모를 리 없다. 현장의 고민은 '보여줄까, 말까'보다 훨씬 구체적이었다. 어떤 시간을 활용하고, 기존 수업을 어디로 옮기며, 참여를 원하지 않는 학생은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를 함께 살폈다.
 당진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강당에 모여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경기를 함께 보고 있다.
ⓒ 송민규
수업을 없앤 것이 아니라 시간표를 옮겼다

학교의 하루에는 국어·영어·수학과 같은 교과 수업과 함께 창의적 체험활동, 자율활동, 동아리 활동, 학교스포츠클럽 시간이 편성된다. 학교는 학사 일정과 교육적 필요에 따라 이 시간을 집중하거나 분산해 운영한다.

실제 한 학교에서는 다른 요일에 편성돼 있던 자율활동과 동아리 시간을 금요일 2·3교시로 옮겼다. 금요일 오전의 교과 수업은 기존 자율활동·동아리 시간으로 재배치했다. 학생들이 받아야 할 수업은 그대로 유지됐고, 시간표 속 위치만 달라졌다.
 자율활동과 동아리 시간을 월드컵 경기 시간에 맞춰 금요일 오전으로 옮기고, 해당 교과 수업을 다른 시간대로 재배치한 중학교 시간표 운영 예시.
ⓒ 송민규
이런 조정이 모든 학교에서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학교마다 수업 시수와 시험 일정, 교사 시간표가 다르고, 방송 시설과 공간도 다르다. 그래서 학교 구성원의 협의가 필요하다.

중요한 점은 학교에서 경기를 봤다는 사실만으로 '수업을 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학교는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시간표를 조정할 수 있으며, 교사들은 그 과정을 실제로 설계하고 운영하는 교육 현장의 전문가다.

월드컵 공동 관람도 운영 방식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정규 교과 수업을 임의로 중단하거나, 참여를 원하지 않는 학생에게 시청을 강요하거나, 다른 학급의 수업을 방해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학교 차원의 협의, 학생 의견 확인, 대체 활동 제공, 시간표 조정이 함께 이루어질 때 공동 관람은 교육과정 안의 활동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학교가 여건을 살피고 구성원들과 협의해 책임 있게 결정하는 일이다.

아이들이 원한 것은 '함께 보는 시간'이었다

누군가는 학교를 향해 "집에서 보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경기 결과와 주요 장면은 휴대전화로 언제든 확인할 수 있고, 부모와 함께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경기를 보고 싶어 했던 이유는 친구들과 같은 순간을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많이 언급되는 현장체험학습도 비슷하다. 박물관은 가족과 갈 수 있고, 과학관이나 놀이공원 같은 장소는 주말에도 방문할 수 있다. 학교가 학생들을 데리고 함께 가는 이유에는 지식의 확장과 함께 공동의 경험이 있다. 친구들과 이동하고, 같은 장면을 보고, 서로의 반응을 나누며 하나의 기억을 만드는 과정 속에 교육과 배움이 있다.

월드컵 공동 관람도 그런 경험의 연장선이 될 수 있다. 골이 들어가는 순간 함께 환호하고, 아쉬운 장면에서는 같이 탄식한다. 평소 대화가 많지 않던 친구와 자연스럽게 말을 나누고, 교사와 학생이 같은 장면을 바라본다.

한 중학생은 단체 응원 경험을 두고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멕시코전을 관람한 고등학생도 공동 관람을 교사와 학생이 정서적 유대를 쌓고 공동체 의식을 배우는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기다린 것은 경기 화면만이 아니라, 친구들과 그 순간을 함께 나누는 일이었다.

학교가 이어주는 공동의 경험

요즘 아이들은 각자의 화면을 보며 많은 것을 접한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 다른 영상을 보고, 다른 이야기를 듣는다. 정보는 빠르게 공유되지만, 같은 순간을 함께 경험하는 일은 줄어들고 있다.

소통과 협력, 나눔은 서로의 반응을 살피고 감정을 주고받으며 한 공간에서 같은 경험을 쌓는 과정 속에서 형성된다. 학교는 이런 공동의 경험을 만들어줄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다.

월드컵 공동 관람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은 같은 장면을 보고 함께 웃고, 아쉬워하고, 서로의 반응을 나누며 하나의 기억을 만든다. 그 순간을 교육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은 학교와 교사에게 있다. 어떤 시간을 활용할지, 참여를 원하는 학생과 원하지 않는 학생을 어떻게 배려할지, 그 경험을 어떤 이야기와 배움으로 이어갈지 판단하고 설계하는 일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월드컵을 함께 본 활동은 운영 과정 전체를 놓고 판단해야 한다. 어떤 교육과정 시간을 활용했는지, 기존 수업을 어떻게 재배치했는지, 학생의 참여 의사와 대체 활동을 어떻게 보장했는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경기를 봤다'는 사실만으로 학교와 교사의 판단을 재단하면 현장의 실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교사들은 학습권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아이들에게 수업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함께하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이번 월드컵이 비춘 것은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모습만이 아니었다. 친구들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함께 웃고, 오래 기억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학교와 교사는 그런 마음을 발견하고, 하나의 경험이 관계와 배움으로 이어지도록 연결하는 사람들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충남 지역 중·고등학교 교사들에게 확인한 학교별 운영 사례와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학교마다 여건과 판단은 달랐으며, 특정한 운영 방식을 정답으로 제시하기보다 언론 보도에 충분히 담기지 않은 학교 현장과 교사들의 진솔한 고민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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