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로운 정원의 땅’ 전남 보성… 山 형상 바위 너머 진분홍 ‘산상 정원’

전남 보성은 ‘보배로운 땅’이다. 예(藝)·의(義)·다(茶) 세 가지 보배를 삼보로 삼지만 요즘 정원(庭園)이 보성 관광의 새로운 보배로 떠오르고 있다. 5월 호남정맥의 보성 구간에 봄의 마지막 꽃 잔치가 벌어진다. 초암산·제암산·일림산의 철쭉로드가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고 봇재와 일림산 자락의 녹차로드는 초록을 뿜어낸다. 여기에 민간정원도 봄 정취를 더한다.
겸백면 초암산(576m)은 봄철 진분홍 철쭉으로 ‘산상 정원’을 이룬다. 바다가 보이는 일림산이나 기암이 인상적인 제암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해마다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산정에는 ‘뫼 산(山)’ 자 형상의 한 바위 무리가 자리하고 있다. 그 바위에 오르면 철쭉꽃밭 전체가 조망된다. 철쭉은 정상에서부터 북동쪽으로 펼쳐진다. 철쭉봉 주변까지 2.5㎞ 능선이 백미다. 철쭉봉 옆 광대코재까지 이어지는 산등성이와 평원이 분홍 철쭉바다를 이룬다. 북쪽으로 멀리 광주 무등산(1187m)과 화순 모후산(919m)이, 서쪽으로는 영암 월출산(809m)이, 남쪽으로는 바다 건너 고흥 팔영산(608m)까지 시선이 닿는다.
동남쪽으로 주월산(舟越山·556.9m)이 보인다. 옛날 득량 바다에 큰 해일이 일면서 바닷물이 이곳까지 들어와 배가 이 산을 넘어갔다고 해 이름을 얻었다. 정상에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다. 바로 위에 주월산 정상석과 뱃머리 모양의 조형물이 조성돼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간척지 득량평야의 조망이 압권이다. 일직선으로 뻗은 득량만 방조제와 바둑판 같은 들판이 장관이다.

초암산과 주월산 사이의 윤제림은 337㏊(약 100만평)의 숲 정원이다. 1964년부터 조림 사업을 시작해 2대에 걸쳐 이어오고 있다. ‘수남농장’으로 불리던 산림을 정은조 현 회장이 부친인 윤제 정상환 선생의 호를 따 이름을 바꿨다. 2020년 산림청에서 산림명문가로 지정하기도 했다. 숲에는 숲속의 집, 숲속야영장, 체험장 등 산림을 활용한 시설이 다채롭다.
숲 가운데 수국과 편백으로 유명한 치유정원 ‘성림원’이 있다. 전남도 민간정원 제12호다. 6월이면 풍성하게 펼쳐진 푸른빛·보랏빛 수국 4만 본이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붓꽃, 버드나무, 안개꽃, 팜파스그라스, 구절초 등도 가득하다. 산책길을 걷다 보면 포토존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서 전통한옥마을인 강골마을이 멀지 않다. 광주 이씨 집성촌으로, 시계가 멈춘 것처럼 조선시대 양반 가옥의 전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정자 열화정과 이금재 가옥, 이용욱 가옥, 이식래 가옥 등이 중요 민속자료로 지정돼 있다.
그중 돋보이는 곳이 열화정이다. 마을 뒤쪽으로 이어지는 숲길 끝에 비밀스럽게 숨어 있다. 연못을 앞에 둔 채 짙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고즈넉하다. 두 개의 기둥으로 세워진 아담한 문을 들어서면 높은 축대 위에 자리한 ㄱ자형의 누마루집이 한적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인근 초암마을에 전남도 민간정원 제3호인 ‘초암정원’이 있다. 3대째 가꿔온 초암정원은 난대상록정원으로 200년이 넘은 고택을 중심으로 편백숲, 죽림원, 난대 전시원 등으로 꾸며져 있다. 집 마당에 들어서면 열대 종려나무, 동백나무, 독특한 수형의 소나무들이 반긴다. 애국가에 등장하는 철갑소나무를 비롯해 대왕소나무 같은 진귀한 나무도 만난다. 200종이 넘는 다양한 꽃과 나무를 지나 편백숲길을 올라가면 드넓게 펼쳐진 예당평야 너머로 득량만의 은빛 바다가 반짝인다.

웅치면에 위치한 ‘갈멜정원’은 신의 정원이라는 뜻으로, 전남도 민간정원 제6호로 등록됐다. 소유주인 이오재씨가 40년 전 사슴농장을 만들고 가족들이 좋아하는 나무와 꽃을 심어 일궈 놓은 정원이다. 3만4000여㎡에 소나무·향나무·산딸나무 등 정원수와 연못이 잘 가꿔져 정갈한 느낌을 준다.

보성읍에 자리한 ‘골망태 요리사의 정원’은 전남도 민간정원 제25호다. 1만6500㎡(약 5000평)의 차밭과 정원주가 직접 설계한 버섯 모양의 카페 건물이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주제 정원인 녹차 미로 정원은 보성 특산물인 차와 관광 연계성이 뛰어나다. 직접 미로 체험을 할 수 있고, 포토존의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수선화 정원, 수국 정원 등 주제 정원도 있다.
수남주차장~초암산 왕복 6㎞, 4~5시간
제암산휴양림 묵고… 꼬막정식 먹고
초암산 등산로는 여럿이다. 가장 일반적이고 이용자가 많은 코스는 수남주차장~정상 왕복 코스다. 왕복 약 6㎞에 4~5시간 소요된다. 수남주차장에는 대형버스도 주차할 수 있고, 화장실과 대형 등산 안내도가 있다.
주월산 정상 패러글라이딩 활공장까지는 차로 오를 수 있다. 지나는 길에 있는 윤제림은 5월 중순까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수국이 화려하게 수놓으면 입장료 7000원을 받을 예정이다.
가족 단위 여행이라면 제암산자연휴양림에 묵으면 좋다. 밥솥, 냉장고 등을 갖춘 콘도형 숙소다. 보성한국차·소리문화공원 내 호텔식 통나무집 숙소인 보성녹차리조트도 깔끔한 편이다. 리조트 주변에 차밭이 몰려 있다. 회천면의 다비치콘도는 바다와 솔밭 해변을 끼고 있는 운치 있는 숙소다.
보성 벌교는 꼬막으로 유명하다. 벌교읍에 ‘꼬막정식’을 내는 식당들이 밀집해 있다. 녹차 먹인 돼지고기로 만든 보성녹차떡갈비도 별미다.
보성=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동전 포화 속 핀 7000피… 몸값 뛴 방산·건설·전력
- “집에 가고 싶다” 한타바이러스 덮친 초호화 크루즈, 한 달 만에 입항 허가
- 풀장 배수구에 팔끼어 어린이 익사…법원 “4억8000만원 배상”
- 中 절벽그네서 추락사…“줄 안 묶였다” 외쳤는데도 무시
- “일찍 일어나는 60대 잡아라”… 롯데홈쇼핑, 생방송 1시간 앞당긴 이유
- “한 달에 2㎝씩”…우주서도 포착된 ‘침몰하는 수도’
- ‘반값’ 5세대 실손 오늘부터 판매… 비중증 비급여 보장 축소
- 미성년 주식계좌 급증… 최고 인기 종목은 삼성전자
- “단톡방서 영상 보고 만나요”… ‘알고 시작하는’ Z세대 소개팅법
- 결혼정보업체에 ‘결혼 성공’ 안 알린 회원…법원 “사례금 3배 위약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