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적용 사업장 기준은? “본사·지점·공장 모두 합쳐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의 기준이 되는 ‘사업장’의 인원은 사고발생 공장만 따로 볼 것이 아니라 본사와 지점, 공장 등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를 구성하는 조직들 전부’를 합쳐서 계산해야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2022년 3월 17일 오전, 충남 서천군 일광폴리머 공장에서는 인화성 액체인 에탄올로 세척한 컨덕터를 항온항습기에 넣어 건조하던 중 에탄올에 불이 붙어 기계가 폭발했다. 이 사고로 약 70kg 무게의 철문이 날아왔고 이에 맞은 A씨(26·남)가 숨졌다. 대표이사 이모씨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씨가 경영책임자로서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을 설정하지 않았고, 재해 예방에 필요한 체계를 구축하거나 이행하지도 않았다고 봤다.
1심에서는 이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에게 에탄올 건조를 직접 지시한 작업 총괄자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징역 1년을, 일광폴리머 법인은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씨는 사실상 안전관리 시스템이 부재한 것과 다른없이 회사를 경영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유족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사건 이후 시스템을 구비하는 등 재범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
2심에서는 이같은 판단을 깨고 이씨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작업 총괄자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받았고, 법인의 벌금액도 5억원으로 늘었다.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정 이유에서 설명하듯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에 이르게 한 경우 매우 무거운 민·형사 책임을규정하고 있다”며 “본건과 같은 경우가 바로 중대재해처벌법이 규율하고자 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은 2021년 1월 공포 후 1년간의 유예기간을 허락했음에도 이씨와 회사 측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사고에 이르렀다”며 “본건 기록을 자세히 살펴봐도 이씨가 자신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이행한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法 “중대재해처벌법, 재해 발생 장소별로 구분 안해”
이씨는 항소했지만 대법원은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 1월 29일 이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의 기준이 되는 ‘사업장’의 인원을 어떻게 계산해야하는지 기준을 밝혔다. 이씨는 사고가 발생한 2공장은 상시 근로자 수가 50명 미만이어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2021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수 50인 미만 사업장은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경과 규정을 두고 있는 점을 근거로 한 주장이다.
대법원은 “법은 적용 단위를 재해 발생 장소별로 구분하거나 분리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사업 또는 사업장’은 원칙적으로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를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활동단위를 구성하는 조직들 전부의 상시 근로자 수를 모두 합산하여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본사와 2공장의 근로자 수를 모두 합산해 법을 적용한 원심 판단이 맞다고 봤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은 2024년 1월27일부터는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도 적용 대상이 됐기 때문에 현재는 적용범위가 이씨 사건 당시 보다 넓다. 이씨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받은 징역 3년은 2022년 1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확정된 사건 중 가장 무거운 형량이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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